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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대안학교에 관심이 많았다.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는 말도 너무 마음에 와 닿았다. 하지만, 기존의 대안학교는 경제적인 부담과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상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간혹 언론에 소개되는 시골의 작은 학교는 지역적인 제약으로 남의 상의 떡이었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남성현초등학교
▲ 아담한 교정 경북 청도군 화양읍 남성현초등학교
ⓒ 남성현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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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우연히 지역신문에 소개된 기사를 보고 바로 '필'이 꽂혀 버렸다. 경북 청도라면 대구에서도 가까운 곳이고, 폐교 직전의 학교를 특별한 교육열로 살리신 교장 선생님과 다른 여러 선생님들의 교육관에도 정말 '무턱대고' 신뢰가 갔다. 바로 경북 청도군 화양읍에 위치한 남성현 초등학교였다.

우여곡절 끝에 이사와 전학을 한 지 4개월째로 접어든다. 아이는 도시의 큰 학교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너무나 행복해 하고 있다. 4개월도 안 된 짧은 시간 동안 학교에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인 나에게도 신선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담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께서 전학 선물로 주신 지우개 도장과 책
 담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께서 전학 선물로 주신 지우개 도장과 책
ⓒ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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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을 환영하는 같은 반 친구들의 작품
▲ 환영 전학을 환영하는 같은 반 친구들의 작품
ⓒ 남성현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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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전학 올 아이를 위해 지우개에 아이의 이름을 도장으로 파서 선물로 주신 담임 선생님, 꿈을 이루는 사람이 되라는 글귀를 직접 책에 적어 선물로 주신 교장 선생님, 전학 올 친구를 위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해 반갑게 맞아준 같은 반 친구들, 전교생이 운동장 큰 나무 아래 모여 선생님의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하며 열어준 환영식, 어찌 우리 아이가 이런 행복한 추억을 평생 잊을 수 있겠는가.

전교생이 함께 한 신나는 밀사리 체험
▲ 밀사리 전교생이 함께 한 신나는 밀사리 체험
ⓒ 남성현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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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물론 부모인 나도 도시에서 자란 터에 해보지 못한 자연과 함께 하는 많은 체험들을 했다. 밀사리, 앵두 따먹기, 모내기, 버찌 따먹으며 놀이하기, 매실 따서 매실액 담기, 텃밭 가꾸기, 봉숭아 물들이기……. 담임 선생님이 손수 따신 봉숭아 꽃잎으로 9명의 아이들의 손에 물을 들여 주는 모습을 생각하면 절로 행복한 마음에 웃음 짓게 된다(참고로 남자 선생님이시다).

도시의 큰 학교에서는 아이들 수에 비해 학교 운동장이 너무 비좁아 제대로 체육 수업을 할 수가 없었다. 1학년 땐 일 년 내내 체육복을 몇 번 밖에 입지 않았고 그나마도 교실에서 책상 물리고 하는 실내 활동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천연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체육시간마다 축구, 야구, 피구 등 온갖 종류의 운동을 하며 체육 시간다운 체육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말 작은 학교라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

아이들 모습을 사진에 담기 좋아하시는 담임선생님의 작품
▲ 뛰고 또 뛰고 아이들 모습을 사진에 담기 좋아하시는 담임선생님의 작품
ⓒ 남성현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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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잔디위에서 여자 아이, 남자 아이, 큰 학년 아이, 작은 학년 아이 심지어 유치원생들까지 한데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남자 아이보다 더 축구를 잘하는 여자아이, 형 누나한테 배우고 익혀 날렵하게 몸을 움직이는 어린 동생들, 엄마들이 집에 가자면 10분만 더 놀다 간다고 내빼는 아이들, 교장 선생님 사모님과도 공기놀이를 하는 아이들, 선생님과 축구를 하며 뛰어 노는 아이들. 도시의 큰 학교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해본 아름다운 풍경이다.

아이들의 모든 교육 활동에 늘 함께 하시며 아이들 하나하나에 애정을 가져주시는 교장 선생님, 예쁘게 차려 입으신 옷 위로 헐렁한 운동복을 덧입으시고 텃밭에서 아이들과 땀 흘리시는 여자 선생님들, 아이들과 기타치고 노래하며 어린 시절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시는 담임 선생님, 학교일에 너무나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시는 마음씨 좋은 삼신리 이장님까지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절로 생긴다.

교정에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에서 책읽기에 열중하는 아이들
▲ 시원한 독서 교정에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에서 책읽기에 열중하는 아이들
ⓒ 남성현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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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은 개학날이었다. 새로 단장한 '별빛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선생님 학부모가 모두 모여 시업식을 가졌다. 초임으로 새로 오신 선생님의 취임사를 들으며 또 연륜 있으신 여선생님의 환영사를 들으며 난 속으로 중얼 거렸다.

'그래, 정말 작은 학교는 아름답구나'


태그:#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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