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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에서는 서구 배척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을 방해한 사람을 척살하자는 구호가 난무하는가 하면, 티베트 독립 움직임을 이해하려는 중국인을 인터넷상에서 집단 암매장하는 민족주의 움직임이 고조되기도 했다. 반(反)서구, 반티베트 물결의 선두에 선 80후세대를 다각적으로 진단하는 시리즈 4편을 모종혁 통신원이 전한다. [편집자말]
자신의 얼나이 경험담을 나체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공개하여 충격을 주었던 80후 세대 누리꾼 아전.
 자신의 얼나이 경험담을 나체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공개하여 충격을 주었던 80후 세대 누리꾼 아전.
ⓒ <중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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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중국 인터넷은 한 누리꾼의 사생활 공개로 떠들썩했다. 아전이라는 가명의 젊은 여성이 교제사이트 '이요'에 자신의 얼나이 생활을 연재하여 중국 누리꾼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모은 것. 얼나이는 우리말로는 첩이나 정부로, 중국 개혁개방 이후 나타난 신종 직업이다.

1980~90년대에는 홍콩·타이완·동남아의 화교 및 외국인, 중국인 졸부가 재력을 매개로 연해지방 대도시에 몰려든 여성들을 현지처나 애인·정부로 삼았다. 특히 중국 관리들의 첩 거느리기 열풍은 심각하다. 유죄 판결을 받은 부패관리의 95%가 한 명 이상의 여성과 내연관계를 맺었고, 간부급 관리의 60% 이상이 첩을 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서는 이미 보편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문제지만, 아전의 얼나이 체험담은 그 공개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충격적이었다. 아전은 블로그에서 얼나이로서 생활 및 정부와의 섹스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누드 사진까지 여러 장 공개하여 누리꾼을 자극적으로 유혹했다.

아전은 기자와 한 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날마다 즐겁고 안락한 생활을 보내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빈곤한 농촌 출신인 내가 중국에서 가장 소비수준이 높은 선전에서 환락의 생활을 즐기게 된 것은 얼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라며 "내 생활을 진실하게 기록, 공개함으로써 타인들이 얼나이에 대해 지닌 편견을 깨뜨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 열광하는 중국 젊은이들. 중국에서는 술집, 카페 등 유흥 장소에서 만나 한 주 내에 만남에서 섹스, 이별까지 이뤄지는 '1주일 관계'가 유행이다.
 한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 열광하는 중국 젊은이들. 중국에서는 술집, 카페 등 유흥 장소에서 만나 한 주 내에 만남에서 섹스, 이별까지 이뤄지는 '1주일 관계'가 유행이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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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 즐길 수 있는 건 얼나이 됐기 때문"

젊음과 성을 내세워 경제적 부를 얻으려는 아전의 사례는 오늘날 중국 젊은이들에게 그리 타박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아전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얼나이 경험담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극단적이었지만, 그의 섹스 스토리는 누리꾼의 열띤 호응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전이 쓴 20여 편의 글이 매회 적나라한 성행위 표현을 선보이면서, 한 달도 못되어 20만 명의 누리꾼이 방문했다. 한 누리꾼은 "얼나이 경험담도 충격적이지만 노골적인 성행위 표현도 너무나 사실적이다"면서 "아전은 중국인이 성을 바라보는 시대 변화의 한 상징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초 일어난 홍콩 청춘스타 에디슨 첸(27)의 섹스사진 유출사건도 중국 젊은이들의 변화된 성의식을 보여준다.

지난 1월 에디슨 첸이 십여명의 여성 연예인과 함께 한 섹스 사진과 누드 사진 1300여 장은 단시간 내에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었다. 홍콩을 비롯해 중국과 타이완에서 사진을 내려 받은 누리꾼만 수억 명이었다. 인터넷상에서 다운된 사진은 다시 휴대폰의 이미지 전달과 불법 CD 판매를 통해 더욱 널리 퍼져나갔다.

언론매체는 사생활을 침해하는 음란사진이 순식간에 유포된 현실을 도덕의 타락으로 개탄했지만, 중국 젊은이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해프닝과도 같았다. 양제(25)는 "(관련 사진이)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동보다는 덜 파격적이었다"면서 "단지 유명인이 나오는 섹스사진이라 관심을 끌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젊은이들이 하룻밤 섹스 파트너를 찾는 데 가장 이상적인 장소로 꼽는 윈난성 리장의 한 카페에서 술을 마시는 중국인들.
 중국 젊은이들이 하룻밤 섹스 파트너를 찾는 데 가장 이상적인 장소로 꼽는 윈난성 리장의 한 카페에서 술을 마시는 중국인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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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미래도 없는 1주일

중국 인터넷을 주도하는 80후세대와 성담론을 논하는 것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과 별반 차이 없다. 실생활에서도 80후세대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

2006년 중국 런민대학이 중국 내 10개 성시 20대 젊은이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은 "혼전 성관계가 괜찮다"고 응답했다. 베이징의 경우 기혼자 중 혼전 성관계 비율은 1989년 15.5%에서 70%로 크게 늘었다. 주간지 <중국신문주간>은 "요즘 젊은이들의 연애생활이 사랑보다 섹스를 중시하고 정신적 충만보다 육체적 쾌락을 즐기는 것이 대세"라고 보도했다.

작년 11월 영국 <가디언>은 최근 중국 젊은이들의 성개방 풍조를 빗대어, 한 주 내에 만남에서 섹스와 이별까지 모두 이뤄지는 '1주일 관계'라고 정의했다. <가디언>은 "중국 젊은이들은 성 개방 풍조를 일종의 세계화 추세라고 여긴다"면서 "중국이 서구화하면서 성의식이 인간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젊은이들이 하룻밤 섹스 파트너를 찾기 위해 몰린다는 윈난성 리장에서 만난 차오리(26·여)도 "중국 젊은이들은 결혼과 가정이라는 제도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80후세대는 이성과 만남에서 결혼을 언급하지 않고 미래를 확신하지 않는다"면서 "우선 섹스부터 나누고 상대방을 알아가려는 풍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거리에서는 아주 친밀하게 동성과 거니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동성애자는 약 30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그 숫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 거리에서는 아주 친밀하게 동성과 거니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동성애자는 약 30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그 숫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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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스와핑도 좋지만, 내 짝은 정조 지켜야"

80후세대를 중심으로 성에 대한 중국인의 의식이 적극적으로 변하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시각도 변하고 있다. 중국에는 3000여만 명의 동성애자가 존재하고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인데, 개혁개방 이전에는 동성애가 범죄시되고 정신이상으로 취급받았다.

작년 10월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 리인허 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자는 취업에 영향을 받느냐'의 질문에 10명중 9명이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는 미국의 응답률 86%를 넘어선 것이다.

리 연구원은 "최근 중국에서 동성애자 인터넷사이트·카페·구조전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선 동성애자가 평등한 대우를 받고 취업 기회도 동등하게 가져야 한다는 관념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부나 애인간 상대를 바꿔 성행위를 하는 스와핑도 늘고 있다. 중국 대도시의 20대 전문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스와핑은 인터넷 카페와 사교모임을 통해 10만 명가량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방적인 성의식에 파격적인 성행위도 불사하지만, 이율배반적 성향도 주목된다. 작년 8월 광둥성 성학회가 24개 성시 2000명의 대학생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동거했던 여대생의 62.4%가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대학생은 결혼 전 동거에 대해 28.4%가 찬성, 57.6%는 가능하다고 답한 반면,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시한 학생은 13.5%에 불과했다. 그러나 남학생의 53.4%는 "애인이 정조를 잃었다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해, 이기적이고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였다.


태그:#80후 세대, #성 개방, #얼나이, #성 상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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