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또 다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재건축을 활성화해서 고용창출을 하겠단다. 과연 재건축을 활성화하면 고용창출은 되는 것일까? 그렇게 창출된 일자리는 얼마나 지속가능한 것일까? 또 그런 정책으로 인하여 발생될 부작용은 해결이 가능한가? 참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주택시장의 문제점

 

한국의 주택시장은 그동안 과도하게 팽창하였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투기적 가수요를 유발하였다. 그로 인하여 건설부문에 과도한 투자가 일어났다.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점점 멀어졌다. 집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기업들에게는 원가의 상승요인이었다. 확실히 뭔가 잘못된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정부는 집값을 자극할만한 정책을 마구 쏟아냈다. 분양가 규제를 풀었고, 채권입찰제를 폐지하였다. 미등기 전매을 허용하였다. 이러한 정책들의 위력은 지난 5년의 참여정부를 거치며 부동산 광풍을 불러왔다. 참여정부에서의 지방균형 발전을 위한 여러가지 정책들로 시중에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집값은 끝없이 오르기만 하였다.

 

여러가지 정책수단을 사용하여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결국 세금폭탄이라는 비난을 받아가면서 강력한 조세정책을 사용하였다. 또 개발이익 환수제를 강화하여 집값폭등의 진원지인 재건축을 압박하였다. 종국에는 대출규제까지 시행하고서야 겨우 진정세로 돌아섰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지역에서 승리한 원인은 아마도 뉴타운 개발공약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 시작해서 집값을 올리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던 조치였다. 강북을 중심으로 최근까지 집값이 큰폭으로 상승한 것은 바로 뉴타운 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제 겨우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주택거래가 극히 부진하다. 집을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찾아보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밀어내기로 분양을 시작했던 미분양이 누적되면서 건설회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심지어 PF(Project financing)을 많이 취급했던 금융권의 위기론까지 등장할 정도가 되었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어서 제법 심각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의 부동산 정책

 

역대정권은 늘 경기가 어려울 때면 건설경기를 부추겨서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의 효과는 길게 유지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잠시 국민의 체감경기를 흥청거리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곤 하였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휴유증은 남아있다. 버블현상, 금융위기의 가능성, 국가경쟁력의 저감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에서 대선압승을 거둔 이유 중 상당부분은 바로 집가진 사람들의 기득권과 관련이 있다.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을 추진하였고,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수도권의 여론과 보조를 맞췄다. 청계천을 복원하여 주변 부동산의 가치를 높였고, 재건축에 대한 규제완화를 거론하며 강남의 민심을 잡았다. 종부세등의 정책수단을 비판하며 집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면서 주택시장은 점점 침체하였다.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유리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면서 시장에 매물이 사라졌다. 주택거래가 급격히 침체된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6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에 맞는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종부세의 무력화도 한다 안 한다를 왔다갔다 하더니 거의 틀이 유지되고 있다. 재건축 완화도 기대감은 컸지만 정부여당은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발이익 환수제나 소형의무건축비율 등도 결정된 것이 없다.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하여 전매제한을 일부 완화하는 조치도 취했다. 하지만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건설부문의 구조조정을 지체시킬 뿐이다. 양도세를 일부 조정하였지만 그 시행시기는 내년 이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정부여당이 부인하던 재건축 완화에 대하여 대통령이 직접 고용창출을 운운하며 엇갈리는 시그널을 줌으로써 시장 불확실성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축약하면 오락가락이다. 이래서는 주택시장을 살릴 수 없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첩경이다

 

그동안 우리의 부동산 시장은 과도하게 가격이 올랐다. 최근의 침체속에 일부 집값 하락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대단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갑자기 급락하는 일만 막을 수 있다면 여전히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야 옳다. 공급을 늘리는 반면 투기적 가수요는 더욱 억제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것이 국가경쟁력을 회복하는 하나의 단초가 될 것이다.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부동산발 금융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계속 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부동산 담보대출이 더 늘어서 버블붕괴에 직면하면 금융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담보대출의 억제는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거래의 활성화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살 사람도 없고, 팔사람도 없는 시장은 제기능을 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팔아야할 필요가 있는 사람은 적정한 가격에 팔 수 있어야 하고, 주택이 필요한 사람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살 수 있어야 정상적인 시장의 기능이 살아 있다고 할 것이다.

 

재건축은 항상 주택가격의 폭등을 촉발하는 촉매가 되었다. 일시적 건설노무자의 고용을 늘리기 위해 또 다시 재건축 시장을 자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개발이익 환수제는 유지해야 옳다. 서민주택의 공급을 위해 소형의무건축비율도 역시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설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일이다. 부동산 시장에 시중의 유동성이 집중되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건설회사들이 많았다. 경쟁력도 없으며, 과잉공급을 잉태한 한계기업들이 가장 많은 부문이 바로 건설이다. 많은 수의 한계기업들이 저절로 정리되고 도태되어야 할 때다. 억지로 한계기업을 정부가 지원해서 살려놓아선 안된다. 분양가를 높게 받으려 쏟아낸 물량은 가격을 낮추서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옳다.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정부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의 제거다. 재건축, 금융, 세금체계, 공공부문의 역할 등에 있어서 지금은 불확실성이 너무도 과도하고 압도적이다. 정부가 정책의 혼선을 빚고 있으며, 오락가락 하는 언급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공약한 것을 지키자니 부작용이 염려되고, 완전히 정책기조를 바꾸자니 여론의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다.

 

이렇게 해서는 시장의 기능을 살릴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확실히 정책의 방향을 정리해서 발표하고 확고히 밀고 나가야 한다. 바라건데 자신들이 선거과정에서 공약한 비현실적이고 잘못된 정책들은 모두 철회하는 것이 옳다. 시장을 살리면서 안정을 동시에 도모하는 길은 그것밖에 없다. 지금처럼 오락가락 하면서 시장에 혼란스러운 시그널을 보내면 점점 혼란에 빠져들 뿐이다.

 

정부의 정책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을 제거하면 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면서 안정될 것이다.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거래세를 일부 조정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그것도 신속히 정책을 결정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살사람도 팔사람도 서로 기대와 불안으로 버티는 동안 시장은 죽어간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건축을 통한 고용창출 발언은 그래서 매우 부적절하다. 이미 재건축 완화는 없다고 했던 정부의 정책에 대한 혼선을 가중시킬 뿐이다. 재건축이 활성화되면 고용창출 효과보다는 먼저 집값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렇게 해서 창출된 고용이 길게 유지될 수도 없다.

 

대통령의 발언을 접하는 사람들은 또 기대감과 우려를 갖게 될 것이다. 재건축 대상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은 집값상승을 기대하며 팔지않고 매도호가를 올릴 것이 뻔하다. 주택을 사야할 사람들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투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또 그렇게 기대와 우려가 있는 한 건설회사들은 정책이 구체화될 때까지 오히려 사업을 미루려고 할 것이다.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그러한 발언이 거둘 효과는 단 한가지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80%에 달하는 압도적 지지를 보였던 어떤 지역의 주민들은 기분이 잠시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이명박 후보를 찍기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의미없는 효과를 위해 발언을 해서는 안되는 자리가 바로 대통령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주택시장, #재건축, #불확실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