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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히 흐르는 강물 너머로 연두빛의 봄내음이 실려 옵니다. 저기 저 작은 집에는 누가 살는지요? 그들에게도 따스한 봄이 가득하길 빌어 봅니다.
▲ 봄이 온다네 용히 흐르는 강물 너머로 연두빛의 봄내음이 실려 옵니다. 저기 저 작은 집에는 누가 살는지요? 그들에게도 따스한 봄이 가득하길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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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수원 율전중학교 물리 교사가 수묵화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벡터와 스칼라의 차이를 비롯한 물리역학을 설명하고 있을 물리 선생님이 수묵화 개인전을 그것도 열세 번이나 열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가운데 틈틈이, 시간을 말 그대로 쥐어짜서 작품에 열과 성을 다한 선생님의 부지런함이 돋보이는 개인전이었습니다. 그는 주로 우리 고향과 같은 농촌의 지나간 옛 정서를 작품의 기조로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그림은 결코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네 삶이 녹아 있는 그림들이기에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 우리네 삶터 선생님의 그림은 결코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네 삶이 녹아 있는 그림들이기에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 최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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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물리 선생님과 수묵화는 별 상관없이 보이는데, 그의 작품 속에서는 동양화에서 이야기하는 선과 여백의 미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붓끝에서 한지 위로 녹아드는 먹물의 움직임 속에서 느림의 미학이 이곳에도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가을날 늦은 오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감나무와 작은 집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의 포근함을 느낌과 동시에 시간을 뒤로 돌려놓은 듯한 착각 속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강원도 깊은 산골의 조용한 마을이 수묵의 붓 움직임으로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푸근한 고향에 온 것처럼 정도로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산동네 뒷골목은 예전에도 그렇듯이 지금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오밀조밀 머리 맞대고 있는 감나무 사이에 의연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골목은 하루를 지냅니다.
▲ 감나무 길 산동네 뒷골목은 예전에도 그렇듯이 지금도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오밀조밀 머리 맞대고 있는 감나무 사이에 의연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골목은 하루를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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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 의하면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그림 속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붓 흘러가는 대로, 먹물 흐르는 대로 마치 편안한 수필을 쓰듯 그림을 그리셨다고 하니 보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함의 깊이를 더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현재 수원미술인협회 한국화 분과위원장이며 홍익대 미술디자인교육원 출강, 초록작가회 지도, 아세아미술초대전 초대작가 등으로 미술계에 기여하는 바도 커서 두루두루 어우르는 미술계의 감초와도 같은 분입니다. 동네 쌀가게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과 늘 해맑게 웃으시는 모습이 어린 동자승을 보는 듯합니다. 수묵의 엷은 미소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하얀 눈 내린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면 정겨운 고향집이 반겨 줄 듯합니다.
▲ 여백의 미 하얀 눈 내린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면 정겨운 고향집이 반겨 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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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선생님들을 비롯하여 미술계의 원로분들이 많이 찾아와 주셔서 13번째 개인전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0번째 개인전이 열릴때까지 그 열정 식지 않길 기대해 봅니다.
▲ 여럿이 함께 주변의 선생님들을 비롯하여 미술계의 원로분들이 많이 찾아와 주셔서 13번째 개인전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0번째 개인전이 열릴때까지 그 열정 식지 않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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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쳐 수양차원에서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승호 선생님 인터뷰
이종설 교장선생님과 김승호 선생님
 이종설 교장선생님과 김승호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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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선생님이신데 그림을 배우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요?
"예전에 좋지 않은 일이 있어 마음을 많이 다쳤습니다. 그 후 마음수양 차원에서 시작하였는데, 먹물이 한지에 번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 수많은 그림 종류에서 하필 수묵화를 택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수묵이 한지에 녹아드는 맛이 너무도 좋았습니다. 그때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것 같았지요. 그래서 이제는 사진도 흑백사진을 좋아합니다."

- 앞으로 선생님이 작품으로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요?
"선과 여백의 미를 살려 잊혀져 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습니다. 완벽한 구도보다는 마음의 세상을 붓가는 대로 먹물 흐르는 대로 그려보고 싶습니다."

- 앞으로 향후 계획은 어떠신지요?
"이제 작품을 350여 점 정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1000점까지 작품 숫자를 늘려서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해외 투어를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요즘 영어공부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세계에 대한민국 미술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회 기간에는 율전중학교 이종설 교장선생님의 정년퇴임식과 맞물려 있어 더욱 의미있는 전시회가 되고 있습니다. 이종설 선생님은 이번 전시회에 대해 "열정이 묻어 나는 전시회여서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된다"고 하며 흐뭇한 미소를 남겨 주시기도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승호 수묵담채화 개인전

- 일시 : 2008.8.26-9.1 - 장소 : 수원미술관(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409-2) 제2전시실



태그:#수묵화, #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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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의 역사와 몸철학을 연구하는 초보 인문학자입니다. 중앙대에서 역사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기대 역사학과에서 Post-doctor 연구원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전통무예연구소(http://muye24ki.com)라는 작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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