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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민용 기자가 20년 동안 공부하고 정리한 우리말에 대한 설명이 잘 담겨 있다. 실제 말글살이를 외면한 잘못된 한글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담겨있다.
▲ 건방진 우리말 달인 엄민용 기자가 20년 동안 공부하고 정리한 우리말에 대한 설명이 잘 담겨 있다. 실제 말글살이를 외면한 잘못된 한글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담겨있다.
ⓒ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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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어사전에는 아침밥을 말하는 조식과 점심밥을 일컫는 중식은 있는데, 이상하게도 저녁밥을 뜻하는 석식은 없다는 글을 읽었어요.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

바로 집에 있는 국어사전을 펼쳐서 석식을 찾아보았어요. 세상에, 진짜 없어요. 궁금하신 분은 사전을 인터넷으로 옮겨놓은 포털에 있는 사전에서도 석식을 검색해보세요.

건방진 <우리말 달인>(2008, 다산초당)에서 읽은 얘기에요. 지은이 엄민용은 스포츠칸 교열기자이자 한국어문 교열기자협회의 부회장이에요.

그가 20년 동안 수많은 책과 여러 사전들을 뒤적이며 우리말 공부를 한 결과를 모았어요. 헷갈리기 쉽거나 잘못 쓰는 말들을 정리한 이 책은 여러모로 대단해요. 이 책에서 설명하는 석식이 없는 이유는 더 충격이랍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알아? 사전을 만드는 사람이 빼먹었기 때문이야. 안 믿어진다고? 하지만 사실이야. 우리나라 사전들은 남의 것을 많이 베껴. 그래서 한 사전에 잘못 올라간 탓에 다른 사전에도 줄줄이 잘못 올라가는 것이 많아. 이건<우리말큰사전>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셨던 정재도 선생께 직접 들은 얘기야. - 책에서

빼먹어서 없다니,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한글 연구를 깊게 하여 권위 있는 사람들 일진대, 이게 말이 되는 건지요. 한글 현주소가 이런 실정이랍니다. 이것은 단순히 사전 만드는 사람들의 실수라기보다는 한글에 대한 관심 부족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글은 세계의 언어 석학들이 인류 최고의 문자로 상찬하는 한국의 자랑거리에요. 지난 97년 유네스코가 글자로는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을 정도지요. 더욱이 유네스코는 세종대왕이 태어난 날을 '문맹 퇴치의 날'로 정하고, 문맹 퇴치에 뛰어난 공적을 쌓은 이에게 '세종상'을 수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러나 한글날을 대하는 한국 위정자들의 뒤떨어지는 인식은 1990년 법정 공휴일인 기념일에서 '법정 공휴일이 아닌 기념일'로 바꿔놓았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항의와 비판을 하자 2006년부터 '법정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로 지정되었지요. 

한글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서도 드러나요. 검색해보면 기자들이 쓴 글에서 오타와 잘못된 단어 사용이 쉽게 눈에 들어와요. 일반 사람들의 글은 더욱 심각하고요. 한국 사람은 누구나 한글을 쓰지요. 상대에게 전달하는 말을 되돌아보고 쓰는 글을 꼼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자기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오해가 생겨서 속상한 적 없으신가요? 말이 생각의 전부를 반영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많이 담아서 소통하려고 애를 써야지요. 서로 이해를 못하겠다고 난리인 2008년 한국에서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인 한국말과 한글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요.

영어배우는 시간과 비교해서 바른 우리말을 쓰려고 얼마나 공부하시나요. 조금만  신경 쓰면 세상과 이야기 나누기 쉬워진답니다. 이참에 우리말과 한글 공부해보세요. 정확한 한글 사용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니까요.


건방진 우리말 달인

엄민용 지음, 다산초당(다산북스)(2008)


태그:#사전실수, #엄민용, #교열기자, #한글,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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