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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 복장을 한 누리꾼이 뉴라이트의 역사왜곡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유관순 열사' 복장을 한 누리꾼이 뉴라이트의 역사왜곡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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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건국절이 뭐야?"
"……"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규탄하는 구호를 들은 한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엄마도 건국절 주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지 답을 해주지 못했다.

15일 낮 1시 30분, 누리꾼들 40여 명이 뉴라이트와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건국절로의 명칭 변경과 역사왜곡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 위해 종로 탑골공원에 모였다.

커다란 태극기를 들고 서있던 'ID : 다큰흉아'씨는 "어느 단체가 주관해서 모인 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행사를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뉴라이트가 애국지사를 폭도라고 주장하고,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모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20대 남녀가 대부분인 이들은 남성은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 바지를 맞춰 입었고, 여성은 흰색 저고리에 검은 치마의 한복을 맞춰 입고 나왔다. 그리고 남성의 가슴에는 '윤봉길', 여성의 가슴에는 '유관순'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어깨에는 유관순 열사와 윤봉길 의사를 '폭도와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는 뉴라이트를 비판하기 위해 '내가 왜 폭도인가', '내가 왜 테러분자인가!'라고 쓰여 있는 띠를 두르고 있었다.

누리꾼들이 이명박 정부와 뉴라이트의 역사왜곡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명동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누리꾼들이 이명박 정부와 뉴라이트의 역사왜곡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명동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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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이 시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준비한 홍보물에는 '8·15 광복절의 의미와 유래',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할 경우', '뉴라이트 역사교과서가 아이들에게 미칠 악영향' 등이 소개되어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누리꾼들은 7개 조로 나누어, 한개 조는 2호선을 타고 코엑스로 향했고 한개 조는 도보로 명동을 향해 행진하였다. 이들은 이외에도 신촌과 대학로, 서울역, 동대문, 홍대 등지에서 시민들에게 홍보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3·1 운동 당시의 유관순 열사 같은 복장을 하고, 커다란 태극기와 북을 앞세워 행진하는 이들에게 시민들은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청계천 부근에서 장판가게를 운영하는 조아무개씨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광복절의 의미가 많이 왜곡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들의 행진을 격려했다.

거리를 지나가다가 여성 누리꾼이 나눠주는 홍보물을 받은 김영실(52)씨는 "유관순이 폭도라는 건 어이없는 엉터리 주장이다"라면서 "뉴라이트라는 단체가 정말로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했다.

행진이 명동거리에 들어서자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으나 이들은 행진을 계속했고,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에 힘을 얻은 누리꾼들은 더 크게 구호를 외쳤다.

"오늘은 건국절이 아니라 광복절입니다!"
"역사왜곡 뉴라이트는 물러나라!"

명동성당 앞에서 이들을 바라보던 박주영(26)씨는 "미국산 쇠고기 사태 때 '100분 토론'을 보고 뉴라이트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그 때 하던 말이나 지금의 역사왜곡이나 다 말이 안된다"면서 "과연 그들이 정말로 건국절 같은 주장을 하는 건지 직접 듣고 싶다"고 말했다.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누리꾼들이 명동거리를 행진하며 뉴라이트 규탄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누리꾼들이 명동거리를 행진하며 뉴라이트 규탄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윤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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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은 명동거리를 한바퀴 돌면서 구호를 외치고 명동역 앞에서 행진을 마쳤다. 비에 흠뻑 젖은 모습이 된 이들은 "비를 맞았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다"면서 "많은 시민들이 관심 있게 바라봐 줘서 감사하고, 뉴라이트와 이명박 정부의 말도 안 되는 역사왜곡의 진실을 바로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를 손에 들고 누리꾼들을 바라보고 있던 장병익(50)씨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라고 소개하자 "그거 골치 아픈 신문인데"라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법안 제출'에 대해선 "1945년 해방이 얼마나 힘들게 이룬 것인데 이를 무시하고 건국을 강조하는 건 상식을 벗어나는 주장이다"라고 말했다. 법안을 제출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선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고 그들이야말로 빨갱이들이다"라고 말했다.

명동역 지하통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누리꾼들은 오후 5시에 인사동에서 열리는 플래시몹에 참여하기 위해 다시 인사동으로 향했다. 누리꾼들이 사라지고 나서도 많은 시민들이 명동거리에 서서 이들에게 받은 홍보물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들과 명동에 놀러 온 표아무개(18)군이 말했다.

"정신 나간 국민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건국절로 바꾸자는 데 동조하지 않을 거예요."

덧붙이는 글 | 윤서한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뉴라이트 규탄, #퍼포먼스, #윤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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