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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은 5일 오후 4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나라사랑 한국교회 특별기도회'를 열었다. 대표회장 엄신형 목사는 "안으로는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에 의해 국가안정이 위협 받고 있고, 밖으로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에 총격을 가해 살해하고 일본이 독도에 대한 야욕을 노골화 하고 있다"며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하나님께 기도하며 나라사랑을 앞장서서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기도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는 글을 한기총 게시판에 공지로 올렸다.

 

특별기도회가 열린 까닭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기 때문이다. 방한에 맞춰 "하나님께 기도하며 나라사랑에 앞장서서 실천"하려고 서울 광장에서 성조기를 흔든 것이다.

 

한기총 주장대로 여러 목소리가 엉키고 있는 건 사실이다. 진보와 보수라는 굵직한 세계관 대립을 중심으로 계급, 지역, 성별 등 다양한 의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회든 다양한 목소리가 섞여있을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살면 그만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요한 건 서로 다른 걸 귀담아 들어보고 이야기 나누려는 태도와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국론이란 무엇이며 국론분열 조장하는 세력은 누구?

 

현재 이명박 정부의 개신교 편향에 다른 종교가 반발하는 상황에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은 누구를 가리키고 국론이란 무엇이며 누가 만들었는지 참 여러 가지를 고민하게 한다. 마침 읽고 있던 책의 제목을 찬찬히 읽어본다. <한국 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류상태 지음, 삼인 펴냄)

 

책 지은이 류상태는 대광중고 교목실장이던 2004년, 이른바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으로 인해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한 사람이다. 당시 학교 종교자유 문제는 사회에 큰 파장을 끼쳤다.

 

이 책은 그가 20여 년 목회자로 있으면서 공부한 내용과 겪고 느낀 점들, 그리고 불로소득을 거부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고 시작하여 기독교의식개혁운동도 벌이는 인터넷 카페 불거토피아(http://cafe.daum.net/bgtopia) 누리꾼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부록으로 강의석 사건 보고서가 실렸다.

 

역사를 살펴보면 기독교는 발전과 분열을 거듭했다. 동방정교로 나뉘고 다시 가톨릭과 개신교로 쪼개지고 그 뒤 여러 종파로 계속 갈라진다. 한국에는 장로교 교파만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기독교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 안에 다양한 색채가 있다.

 

기독교 선진국들은 이미 벗어난 배타적 신앙

 

그러나 한국은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생존을 위해 개신교를 택했던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그것이 반공주의와 결합하면서 서양의 기독교와는 다른 모습이 된다. 지은이는 "한국 주류 개신교는 기독교 선진국에서 이미 벗어난 배타적 신앙을 여전히 순수 복음이라고 내세우며 예수를 배반하는 길로 가고 있다. 한국 기독교인의 80~90%가 보수 배타적 신앙을 갖고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얘기한다.

 

그도 처음에는 근본주의 신앙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목사 안수를 받을 때 포용주의 입장이었고 10년 전 쯤에 다원주의로 넘어왔다고 한다. 그는 "세계는 빠르게 깨이고 있으며 '한국 교회,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며 역사 앞에서 단언"까지 한다.

 

그가 생각하는 예수는 사람을 사랑한 인본주의자다. "예수님을 '종교로부터의 자유'를 갈구하고 외쳤던 휴머니스트로 이해하고 있다"는 그는 '예수의 신앙'을 '예수에 대한 신앙'으로 교리화된 역사를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한국 교회여, 부흥회 대신 세미나를 열라'고 요구한다.

 

이번 한기총의 특별기도회를 내용을 살펴보면 '① 국민화합과 국론통일을 위하여 ② 독도수호와 국가안보를 위하여 ③ 경제발전과 교회부흥을 위하여 ④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하여'였다. 이러한 상투화된 외침과 무조건 하나님께 기도로 바라기보다는 어떻게 국민화합을 하고 한미동맹의 역사와 세계 변화를 살피며 '공부'해 지혜를 모으는 개신교인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류상태 지음, 삼인(2008)


태그:#류상태, #교회개혁, #이명박, #한기총, #종교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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