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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로 유명한 홍천을 지나는 길에 옥수수를 먹어 봤습니다.
▲ 여름의 별미 옥수수 옥수수로 유명한 홍천을 지나는 길에 옥수수를 먹어 봤습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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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세상인 양 시끄럽게 울어제끼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소음보다 더 시끄러운 존재가 돼 버렸지만, 그래도 여름이 아니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소리입니다. 옥수수의 계절입니다.  한갓진 국도변 파라솔 아래로 한낮의 뜨거움보다도 더 뜨거운 솥단지 안에서 야물진 옥수수가 폭폭 익어 지나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옥수수하면 유명한 강원도 홍천을 지납니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휴게소에 들러 뜨거운 옥수수 한 봉지를 손에 쥐어 듭니다. 살짝 느껴지는 뜨거움 속에 옥수수는 모락모락 김을 피워내고, 이내 한줄씩 한줄씩 베어물면 시골 특유의 구수한 맛이 입안에 퍼집니다.

차창 밖으로 흩어져 지나가는 거대한 산세와 산세를 굽이도는 계류는 여행을 떠나고 있음을 실감나게 합니다. 방태산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이래저래 즐거움의 연속입니다.

가을에 오면 참 이쁜 방태산 자연휴양림입니다.
▲ 방태산 자연휴양림을 따라 이어지는 계곡 가을에 오면 참 이쁜 방태산 자연휴양림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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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는 여행의 긴장감과 기대감을 전해주는 길입니다. 밋밋한 고속국도나 고속도로만큼 넓은 국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행의 묘미가 숨어 있습니다. 홍천을 지나는 44번 국도를 버리고 상남으로 향하는 446번 지방도를 구불구불 따라 갑니다.

오대산 자락에서 발원하는 내린천을 따라 상남에서 기린까지 이어진 뒤 다시 양양으로 넘어가는 416번 지방도가 이어집니다. 든든한 산자락을 양 옆에 두고 시원한 눈맛을 전해주는 그런 길입니다. 기린에서 3박 4일간의 여정을 책임질 먹거리를 잔뜩 실고 첫 여정지인 방태산 자연휴양림을 찾았습니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인제의 기린면 방동리에 자리잡은 휴양림입니다. 지난 1997년에 개장했으니 이제 10년이 갓 넘었습니다. 동쪽으로는 방동계곡과 진동계곡에 이어 백두대간을 만나고, 북으로는 가칠봉과 야생화로 유명한 곰배령과 점봉산이 이어집니다. 방태산은 주봉인 주걱봉(주억봉, 1449m)과 구룡덕봉을 연이어 만납니다. 서울에서 4시간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니 그 깨끗하고 청명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에는 방갈로가 없고, 산림문화휴양관과 야영데크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산림문화휴양관 전경 방태산 자연휴양림에는 방갈로가 없고, 산림문화휴양관과 야영데크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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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를 지나 1km 남짓 오르면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유일한 인공 휴양시설인 산림문화휴양관을 만납니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특이하게도 숲속의 집(방갈로)이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복합산막인 산림문화휴양관과 60여개의 야영데크가 전부여서 가장 자연스러운 자연(?)을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휴양림 옆을 흐르는 계곡은 한동안 비가 내린 후여서인지 제법 수량도 많고, 유리처럼 맑고 투명합니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명소인 이단폭포의 전경
▲ 이단폭포의 전경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명소인 이단폭포의 전경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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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건너편에 첫 번째 야영장인 가족지구 야영장을 지나면 방태산자연휴양림의 명소인 이단폭포를 만납니다. 이단폭포는 상하로 2단으로 되어 있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어서인지 그다지 기품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맨 위쪽의 상단폭포는 낙차폭이 큰 폭포이고, 하단폭포는 넓은 암반을 따라 흐르다가 다시 넓게 떨어지는 폭포입니다. 크기로 봐서는 그리 웅장한 맛은 없지만, 풍부한 수량 때문인지 탁족을 하며 즐기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음지식물원의 나무 데크로 만들어져있고, 각 식물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음지식물원 음지식물원의 나무 데크로 만들어져있고, 각 식물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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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또다시 만나는 청소년지구 야영장 주변에는 두 개의 작은 탐방로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나는 야영장 쪽으로 나 있는 자연탐방로, 다른 하나는 데크를 따라 펼쳐진 음지식물원입니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야영장 주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가벼운 산책을 할 수 있습니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끝자락에는 매봉령과 구룡덕봉을 지나 가장 높은 주억봉을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있고, 등산로를 따라 만나는 약 2km 구간의 숲체험을 할 수 있는 탐방로가 있습니다. 매봉령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다가 주억봉으로 가는 길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하고 바로 숲 속으로 들어섭니다.

정말로 '쉴 만한 물가'입니다.
▲ 숲 탐방로 길에 만나는 계곡 정말로 '쉴 만한 물가'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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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숲 탐방로는 한동안 계곡을 따라 이어집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불끈불끈 일어납니다. 가장 먼저 만난 계곡의 너럭바위에는 이미 한 가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발을 담근 채 시원함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정겨워 보입니다. 차디 찬 물 속에서 즐거워 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절로 미소짓게 만듭니다.

부모와 함께 자연을 만끽하고 있는 꼬마들이 더없이 행복해 보입니다. 계곡 물가에는 대왕나비 한 무리가 가벼운 날갯짓을 하며 한참을 쉬어갑니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작은 생명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쉴 만한 물가입니다.

숲 탐방로는 2km 정도로 계곡이 이어지며, 울울한 숲이 계속 이어집니다.
▲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숲 탐방로의 오솔길 숲 탐방로는 2km 정도로 계곡이 이어지며, 울울한 숲이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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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은 이제 저 아래로 흐르고 울창한 숲 속으로 조붓한 오솔길이 이어집니다. 한 명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작은 오솔길 옆으로는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를 지나면 숲은 더욱 더 깊어지고, 우리네 사람은 숲 속의 한낱 미물이 되어버립니다. 숲이 전해주는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마시며, 한 치의 볕도 들지 않는 길을 걷고 있노라면 몸에 익숙해진 더위는 다른 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립니다.

숲 탐방로의 낙엽송 숲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 방태산 자연휴양림 숲 탐방로의 낙엽송 숲 숲 탐방로의 낙엽송 숲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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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탐방로는 매봉령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왔던 길을 도로 내려가는 길이 아니라 숲탐방로 삼거리에서 주억봉으로 향했던 바로 그 길입니다. 방태산 최고의 압권인 낙엽송 숲길을 만나는 길이기도 합니다.

비록 인공적인 조림을 한 숲이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뚝 솟은 낙엽송 숲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쏟아져 나옵니다. 마치 두 팔을 벌려 하늘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모습을 닮은 낙엽송들. 마치 손에 손잡고 즐거운 숲속의 향연을 펼치는 것만 같습니다. 훤칠한 낙엽송들이 키 작은 나를 굽어보는 것 같아 위압감마저도 듭니다.

2km에 이르는 숲 탐방로를 돌고나서 울창한 숲을 바라봅니다.
▲ 숲 탐방로의 끝자락에서 바라본 탐방로 길 2km에 이르는 숲 탐방로를 돌고나서 울창한 숲을 바라봅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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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무다리를 지나 내려오면 2km에 걸친 숲 탐방이 끝이 납니다. 뒤 돌아본 탐방로 숲길은 이미 지나온 나의 흔적이 지워진 지 오랩니다. 간간히 부는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도 그대로이고, 울창한 숲속으로 간간이 비집고 들어오는 작은 햇살도 그대로이며 성질급할 정도로 흘러내리는 계곡도 그대로입니다. 잠시 다녀간 흔적은 온데간데 없고, 내 모습만 덩그라니 남아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나는 방태산 숲 속을 들어선 사람이 아니라 방태산 숲 속에 잠시 몸을 맡긴 아니 잠시 동화되어 버린 한낱 미물이었음을 느낍니다.

그간 내린 비로 내린천에는 즐거운 비명이 울려 퍼집니다.
▲ 내린천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 그간 내린 비로 내린천에는 즐거운 비명이 울려 퍼집니다.
ⓒ 문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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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천은 래프팅의 명소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원대교에서 밤골에 이르는 6km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입니다. 내린천을 타고 내려오는 보트를 따라 길을 달립니다. 보트에 올라탄 사람들의 힘찬 구호소리가 내린천의 다급한 급류소리에 묻히기도 하고, 계곡을 따라 쩌렁쩌렁 울리기도 합니다.

긴박하게 급류를 타고 내려올때는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소리도 이어집니다. 시원한 젊음이 느껴집니다. 카메라 앵글에 비친 사람들의 표정도 재미납니다. 카메라를 바라보고 V를 그리기도 하고, 래프팅 완주를 기뻐하며 패들을 양손에 들고 환호성도 내뱉습니다. 내린천의 성급한 물살은 사람들의 추억을 싣고 저만치 멀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바실리카 열린공론장과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mis71)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방태산 자연휴양림, #내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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