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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한 달 동안 들어온 유실물들이 시청 유실물 센터에 보관되어 있다.
 7월 한 달 동안 들어온 유실물들이 시청 유실물 센터에 보관되어 있다.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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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문이 닫히는 순간, 한 사람이 발을 동동 구르며 나를 바라보고 있어. 홀로 남겨진 나는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 앞으로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사람은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응, 맞아. 내 이름은 바로 '유실물'이야. 하루에도 나 같은 친구들은 수백명에 달해. 우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우릴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지. 그런데 아직도 우리를 찾기 위한 정확한 방법들을 잘 모르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그들을 위해 직접 설명을 해볼까 해.

일단 지하철에서 나를 놓고 내리게 되면, 가능한 한 빨리 확인해야 할 게 있어. 열차번호와 탑승위치, 하차시간이야.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열차번호란 건데 그건 확인하기가 좀 까다로워. 플랫폼으로 지하철이 들어올 때 기관사가 탄 칸의 앞에 표시되어 있거든. 지하철 맨 뒤 차장 칸에도 나와있고.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니까 사진으로 보여줄게.

뭘 놓고 내렸다고? 열차번호부터 기억해야해

2호선 지하철(구식) 앞에 열차번호 '2361'이 표시되어 있다.
 2호선 지하철(구식) 앞에 열차번호 '2361'이 표시되어 있다.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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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 지하철(신식) 뒤에 열차번호 '2369'가 표시되어 있다.
 2호선 지하철(신식) 뒤에 열차번호 '2369'가 표시되어 있다.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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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면 '2361'이나 '2369'라고 열차번호가 보이지? 저런 번호가 지하철 맨 뒤에도 표시되어 있어. 그런데 지하철이 구형인지 신형인지에 따라 표시 형태가 좀 다르긴 해. 아무튼 저 열차번호만 기억하면 내가 놓여있는 지하철이 어느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있지.

근데 문제가 있긴 해. 지하철을 타기 전부터 나를 놓고 내릴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어. 당연히 사람들은 승차하기 전에 열차번호를 확인하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내가 유용한 팁 하나를 알려줄게.

지하철에 물건을 놓고 내렸다면,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는 거야. 그리고 그 지하철의 열차번호를 확인하면 돼. 그걸 알고 역무실로 찾아가면 이전 지하철이 어떤 것이었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거든.

요즘은 스크린도어가 많이 설치되어 있잖아? 그것 때문에 열차번호를 알아보기 더 힘들어졌지. 그럴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다음 방법들을 강구해 봐야 될 것 같아.

'탑승위치'와 '하차시간' 확인도 필수

탑승위치 확인은 지하철 어디에 내가 놓여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돼. 지하철이 길고 넓잖아? 나 하나 찾으려고 그 공간을 일일이 다 찾기는 힘들지 않겠어? 그러니까, 탑승위치를 확인하면 조금 더 쉽게 날 찾을 수 있어.

그 밖에 또 무얼 알아야 할까? 하차시간 아니냐고? 그래, 지하철에서 나를 놓고 내리게 되면 당황하지 말고 열차번호와 탑승위치를 확인한 다음, 지하철에서 내린 정확한 시간을 확인해야 해. 무슨 역에 몇시 몇분 쯤 지하철이 정차했다는 사실을 알면 그 차량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거지.

플랫폼 위에 저렇게 '탑승위치'가 쓰여 있다. 5-1은 다섯 번째 칸 첫 번째 출입문을 의미한다.
 플랫폼 위에 저렇게 '탑승위치'가 쓰여 있다. 5-1은 다섯 번째 칸 첫 번째 출입문을 의미한다.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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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놓고 내렸다면, 시간 확인은 필수야.
 나를 놓고 내렸다면, 시간 확인은 필수야.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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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외부에 객실번호 '2530'이 표시되어 있다.
 지하철 외부에 객실번호 '2530'이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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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말한 열차번호, 탑승위치, 하차시간 확인은 나를 찾는 데 있어서 정말 필수적인 사항들이고, 이것들 말고 하나 더 알아두면 좋은 게 있는데 바로 '객실번호'야.

이 객실번호는 지하철의 칸마다 외부에 표시되어 있거나 내부에 표시되어 있어. 가장 확인하기 쉬운 게 이 객실번호지.

많은 사람들이 이 객실번호를 열차번호로 착각하는데, 열차번호와 객실번호는 완전히 다른 거야. 물론 객실번호가 사람들이 기억하기에는 훨씬 좋지만 열차번호를 아는 것만큼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건 아냐. 하지만 모르는 것보다는 알아두는 게 좋지. 객실번호를 알면 역무실에서 작은 단서라도 잡게 되는 거니까.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면 ▲열차번호 ▲탑승위치 ▲하차시간을 기억하고, 정 안되면 ▲객실번호라도 기억하면 되는 거야. 그럼 저런 것들을 기억하고 어디로 가야 할까? 지하철 출발 직후 분실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즉시 역무실로 가서 신고해야 하고, 분실한 사실을 뒤 늦게 알게 된 경우에는 종착역 또는 유실물 센터로 신고를 해야 해.

유실물 센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시청역 내에 '지하철 유실물 센터' 표지판이 걸려 있다.
 시청역 내에 '지하철 유실물 센터' 표지판이 걸려 있다.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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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위에서 말한 것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나는 지하철에 외로이 남게 되겠지. 그러다가 역무원들이나 다른 시민들이 나를 역무실로 넘길 거야. 역무실에서 5일 정도 머무르다 가게 되는 곳이 바로 유실물 센터야.

원래 역무실에서는 하루가 지나면 바로 유실물 센터로 보내는 게 원칙이지만 승객들이 그것보다 늦게 역무실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서 5일 정도 보관하고 있어. 유실물 센터는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시청 유실물 센터'의 얘기를 들려줄게.

일단 유실물 센터에 도착한 나는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여러가지 조사를 받아. 그 후에 보관소에 놓이게 되는 거지. 유실물 센터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전화들이 걸려 오고, 나 같은 친구들을 찾으러 온 사람들로 인해 정신이 없어. 여기서 잠깐! 온라인 유실물 센터에 대해 알려줄게. 온라인 유실물 센터를 잘 알아두면 불필요한 수고를 덜 수가 있거든.

각 역무실에서는 그날 획득한 유실물들의 사진을 다 찍어서 온라인 유실물 센터에 등록해.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자신이 잃어버린 물건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 지하철역에 있는 유실물 센터에 찾아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미리 확인하면 정말 편리하겠지? 그런데 홍보가 덜 되어서 그런지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 않대.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서 등록된 유실물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서 등록된 유실물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 서울메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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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센터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물건은 가방과 의류야. 그리고 휴대폰도 꽤 들어오는데, 휴대폰 같은 경우 잃어버린 지 7일이 지나면 휴대폰 단말기에 있는 모델명과 일련번호를 가지고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의 업무 협조를 받아 명의자 조회를 하게 돼. 이 때 신원이 파악되면 집으로 전화를 해서 휴대폰 분실을 알려주는데, 결번일 경우에는 7일 이후에 경찰서로 휴대폰이 넘어가.

사람들이 많이 잃어버리는 지갑 같은 경우에는 안에 들어있는 신용카드로 주인을 찾아줘. 이때는 해당 은행의 협조를 받게 되는 거지. 유실물 안에 아무런 단서도 없고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주민등록증 달랑 한 장이면 이건 경찰서로 넘어가게 돼.

만약 잃어버린 게 현금뿐이라면 참 당혹스럽지. 자기 돈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많거든. 이런 경우에는 "만원짜리 몇장인가, 천원짜리 몇장인가, 언제 잃어버렸나" 등등 확인할 수 있는 건 모조리 다 물어봐. 그래서 때론 진짜 주인이 못 찾아가는 경우도 있대.

전자제품(디지털카메라·노트북)과 귀금속 같은 경우는 역무실에서 5일, 유실물 센터에서 1주일 보관 후, 남부 경찰서로 넘어가. 나머지 물건들(주로 가방과 의류)은 유실물 센터에서 1년 6개월 동안 보관하는데, 그 이후에는 유실물 취급 규정에 따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로 넘어가지.

유실물을 찾기 위해서는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

시청 유실물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김명희(40) 주임은 아무리 노력해도 유실물을 찾아줄 수 없을 때 안타깝다고 해. 물건을 보관하고 있다고 연락을 해도 찾으러 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하고. 지하철에서 누군가 고의로 물건을 가져가 버린 경우라면 정말 허탈하대.

김 주임은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 본인이 직접 열심히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해. 그러면서 유실물 방지를 위한 대처방법을 알려줬어. 일단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소지품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놓는 거야. mp3플레이어 같은 경우에도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문서파일에 담아 저장해두면 매우 좋겠지.

시청 유실물 센터 김명희 주임이 유실물들을 정리하고 있다.
 시청 유실물 센터 김명희 주임이 유실물들을 정리하고 있다.
ⓒ 이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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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알려준 정보들이 많은 도움이 됐는지 잘 모르겠네. 그래도 이 정도만 알면 나를 찾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거야. 더 궁금한 게 있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다면 아래 유실물 센터에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겠지.

여전히 나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이 역무실이나 유실물 센터에서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우리들을 찾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우릴 찾겠다는 '의지'와 '노력'이라고 생각해. 역무실, 유실물센터, 인터넷 등을 전부 활용한다면 더 이상 우리와 떨어져 지내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럼, 행운을 빌게!

유실물 센터 정보

  서울메트로 유실물 센터  (지하철 1~4호선)   www.seoulmetro.co.kr
  시청역    (02) 6110-1122 (1호선과 2호선)
  충무로역 (02) 6110-3344 (3호선과 4호선)

  서울도시철도 유실물 센터      (지하철 5~8호선)   www.smrt.co.kr
  왕십리    (02) 6311-6765/6768 (5호선과 8호선) 
  태릉입구 (02) 6311-6766/6767 (6호선과 7호선)

  KORAIL 유실물 센터   www.korail.com
  구로역 (02) 869-0089        성북역 (02) 917-7445      대곡역 (031) 965-8516
  안산역 (031) 491-7788       선릉역 (02) 568-7715      병점역 (031) 234-7788

  인천 지하철 유실물 센터   www.irtc.co.kr
  전국 유실물 센터   www.lost114.com

덧붙이는 글 | 이덕만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지하철 유실물, #유실물 센터, #유실물, #지하철 유실물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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