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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된 김예은(상주 입석분교, 왼쪽)양과 임다예(안산 풍도분교)양.
 친구가 된 김예은(상주 입석분교, 왼쪽)양과 임다예(안산 풍도분교)양.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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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아름다운재단이 공동주최한 '더불어 함께 입학식'은 전국에서 모인 35명의 '나홀로 입학생'에게 동갑내기 친구를 선물했다. 경북 상주 산골마을에서 올라온 김예은양과 경기 안산의 작은 섬, 풍도에서 상경한 임다예양도 2박 3일을 함께 하며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예은이와 다예는 서울탐방을 마친 첫날(20일)은 별로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틀동안 같은 방에서 한이불을 덮고 자더니, 어딜 가든 팔짱을 끼고 서로를 챙기고 함께 장난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한혜진 1일 선생님과 찍은 단체사진에 예은이와 다은이는 빠져 있다. 다예 어머니 정은미씨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속상해 했다.

"한혜진씨랑 사진 찍으려고 다예를 찾아다녔어요. 어디에도 없더라구요. 나중에 다예한테 얘길 들어보니 예은이랑 오마이스쿨 뒷마당에서 놀다가, 갑자기 예은이가 없어져서 예은이 찾으러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예은이와 다예가 한혜진씨와의 기념사진에서 빠진 이유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여한 아이들과 함께한 탤런트 한혜진. 이 사진에 예은이와 다예는 없다.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여한 아이들과 함께한 탤런트 한혜진. 이 사진에 예은이와 다예는 없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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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혜진씨와의 기념촬영이 안중에 없을 정도로 두 소녀는 서로에게 폭 빠져 있었다.

예은이와 다예가 이렇게 친해진 이유가 뭘까. '나홀로 입학생'인 두 어린이는 나이 차가 나는 언니들과 함께 학교에 다닌다. 예은이 어머니 김향희씨는 언니들이 예은이를 놀이에 끼워 주지 않아서 풀이 죽어 있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학교가 집 바로 건너편에 있어요. 예은이는 수업 끝나면 집에 책가방을 내려놓고 다시 학교에 가서 놀아요. 우리 동네에 애들이 없거든요. 예은이랑 5살짜리 동생 성룡이밖에 없어요. 그런데 학교 가도 언니들이 예은이가 어리다고 같이 안 노는 거예요. 예은이는 혼자서 그네 같은 놀이기구만 만지작거려요. 그걸 보고 있자니 얼마나 속상한지."

다예도 상급생 언니들에게 치이기는 마찬가지다. 다예 어머니는 같이 학교에 다니는 3, 4학년 언니 두 명 때문에 다예가 주눅들 때가 있다고 했다.

"역할놀이를 해도 언니들이 엄마, 선생님 역할을 하고 다예는 만날 아기 역할만 시키는 거예요. 학교에 먼저 들어간 언니들은 학교에 있는 장난감, 책 같은 걸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나봐요. 다예가 장난감 블록을 가지고 놀려고 하면, 내꺼라고 하면서 못 놀게 하기도 해요."

동갑내기 친구가 고팠던 아이들

친구가 된 김예은(왼쪽, 상주 입석분교)양과 임다예(안산 풍도분교)양.
 친구가 된 김예은(왼쪽, 상주 입석분교)양과 임다예(안산 풍도분교)양.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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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둘은 동갑내기 친구가 늘 고프다. 지난해 예은이는 본교인 화북초등학교에 있는 병설유치원에 다녔다. 동급생이 11명이었다.

그 중 예은이를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본교에 입학했다. 예은이는 그 친구들이 무척 그립다.

다예는 외지에서 놀러 온 동갑내기 친구를 사귀면, 엄마에게 달려가 친구가 생겼다고 자랑을 한다. 그 친구들이 배 타고 다시 돌아갈 때면 부두에 나와 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배웅한다고 한다. 다예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볼 때면 섬에 사는 게 미안해진다"고 했다.

이런 사연을 가진 예은이와 다예가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서 만나 친해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두 소녀는 입학식을 목을 빼고 기다렸다. 예은이 어머니는 예은이 스스로 입학식에 가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예은이가 가기 싫다고 했으면 안 왔을 거예요. 예은이처럼 혼자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까, 예은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다예는 태풍 때문에 하루에 한 번 다니는 인천 가는 배가 안 뜰까봐 노심초사였다. 다예 어머니는 다예가 방학도 안 했는데 빨리 출발하자고 안달을 떨었다고 한다.

"19일이 방학인데 그 전날에 출발하자고 졸랐어요. 제가 방학하고 배 타도 된다고 했더니, 배 안 뜨면 엄마 책임이라고 토라지는 거예요."

"꿈에서 예은이 만나면 돼요"

두 소녀는 이별할 시간이 다가오자 사뭇 차분해졌다. 3일째인 22일, 아침을 먹고 난 뒤만 해도 두 소녀는 남자 지도교사의 티셔츠 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며 마주 보고 깔깔거렸다. 그러나 오마이스쿨에 사는 강아지인 흰둥이와 깜순이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말을 잃었다. 두 강아지처럼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짐을 챙기고 단체사진을 찍으러 계단을 내려가는 예은이와 다예를 불러세웠다. 서로 보고싶어지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다. 두 소녀의 대답이 또랑했다.

"예은이랑 편지하면 돼요. 꿈에서 만날 수도 있고요." (다예)

"전화할거예요. 또 인터넷도 있어요." (예은)

두 어린이의 어머니들도 아이들이 원하면 만나게 해 줄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다예 어머니는 "가족끼리 두 달마다 한번씩 풍도에서 (뭍으로) 나와서 휴가를 보내요, 그때 예은이한테 전화해서 만날 약속을 해도 되고요"라며 "오늘 팀블로그 어떻게 쓰는지 배웠으니까 거기에서 계속 연락하면 되죠"라고 말했다.

두 아이는 각각 버스에 올랐다. 예은이는 경북 상주의 산골마을을 향해, 다예는 경기 안산 앞바다의 작은 섬 풍도를 향해 정반대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나 두 소녀는 오마이스쿨에서 둘을 이어준 '소통의 다리'를 열심히 건너다닐 것이다.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고 우정을 계속 키워나갈 두 아이가 5년 후, '더불어 함께 졸업식'에서 다시 만나 활짝 웃을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태그:#더불어함께입학식, #임다예, #김예은,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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