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게임 같은 영유권 주장

하루 이틀 있어왔던 것도 아니다. 엄연히 우리나라 경찰이 주둔하고 있는 영토를 그들은 시간만 나면 자기 영토라고 말해 왔다. 때로는 장관이나 지식인들이 나서고, 또 때로는 보수우익들이 무모하리만치 과격하게 자기네 땅이라 주장했다.

때로는 논리적으로, 때로는 감성에 호소했고 역사성을 내세웠으며 국제무대에서 마치 우리나라가 불법으로 독도를 점유한 것 같이 호도했다. 흡사 두더지 게임을 하는 것 같다. 한 쪽을 눌러 놓으면 다른 쪽에서 튀어 나오는 꼴이다.

우리는 어떠했을까?

"당연히 우리땅 아닌가요? 미친 놈들 아닌가요?"라며 애써 무시하거나 "우리가 점유한 땅이 어디 가겠느냐?" "그들이 독도를 찾기 위해 전쟁이라도 벌일까"?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해 했다. 또 한축은 일장기를 태우고 독도에 군대를 주둔시켜야 한다는 등 무력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식인이라는 사람들, 대학 교수, 사학자들은 그 때만 되면 어디서 찾아냈는지 모르지만 "자 봐라. 여기에 이렇게 표시되어 있지 않느냐"라며 고지도와 고문서를 내어 놓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떠한 대응도 확실하게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잠재우지 못했으며 국제 사회에서 우리 주장이 100% 타당하다는 것을 인정받지 못했다.

치밀한 일본 정부, 땜질 처방 한국 정부

정부의 대응도 국민들의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대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영유권 주장이 있을 때면 장관이 나서고 대통령이 나서서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기자들 앞에서 주한일본대사를 불러 세웠다. 주한일본대사는 본국에 우리쪽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겠다는 대답을 매번 되풀이 했다.

"한번만 더 그러면 가만 안 둬." 별로 위력적이지 않은 어설픈 연기에 일본은 영유권 주장을 철회하기는커녕 내성만 키웠다. 네티즌들이 찾아 낸 독도 왜곡 문서나 지도를 정부는 마치 자신들이 다시 찾은 것처럼 선전하고는 손놓아 버리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되돌아본다면 일본의 두더지 게임식 영유권 주장은 그들 나름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번에 독도를 무력으로 차지하는 것이 일본의 의도가 아님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오히려 반복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함으로써 일본 자국민들은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우리 땅'이라는 학습을 하고, 국제사회는 독도와 동해는 대한민국과 일본이 소유권 분쟁을 하는 지역으로 인식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은 치밀하게 그러면서도 야금야금 독도를 침탈하는데도 우리는 즉흥적이고 소모적인 대응만 일삼아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독도는 통일 조국의 영토임을 천명해야

2006년 한얼미디어에서 <Mr 김정일, 차 한잔 하실까요?>(한얼미디어/김현경 지음)라는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을 모집한 적이 있다. 그 때도 지금과 정세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었다. 북미 관계는 미국의 북한 계좌 폐쇄 요청으로 얼어 붙어 있었다. 남북관계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다.

나는 독후감을 쓰면서 다소 엉뚱하게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독도에서 차 한 잔 했으면 좋겟다는 바람을 적었다. 여러 가지 정치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그래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였지만 독도가 통일된 조국의 영토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너무나 자명한 당위다.  

독도는 우리의 땅이다. 대한민국의 영토이기 전에 신라의 땅이었으며 고려를 거쳐 조선의 땅이었다. 또 훗날 통일 조국이 만방으로 떨쳐나갈 동해 바다의 등대가 되어야 할 곳이 독도인 것이다.

14일 여당 원내대표가 북쪽 정치인들에게 정치 회담을 제의했다고 한다. 대통령도 국회 연설에서 '6·15 공동선언' 이행 의지가 있다고 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는 이 때,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대응보다는 독도가 통일된 조국의 분명한 영토임을 남과 북이 확인하고 국제 사회에 알려내는 것이 더 강력한 대응이 아닐까 한다.

'남과 북 정치인들이 독도에서 회담하자.'

이런 제의가 정치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독도 영유권 주장을 잠재우고 경색되어 있는 남북 대화가 열린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