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가지정 보물 제 1122호) 구미시 황상동 산 90-4
▲ 황상동마애여래입상 (국가지정 보물 제 1122호) 구미시 황상동 산 90-4
ⓒ 손현희

관련사진보기


"아이구, 참말로 영험하다니까요."
"아, 그래요? 그 얘기 좀 들려주실 수 있어요?"
"음……. 얘기가 좀 긴데요."


이날(6월 22일)은 때마침 정성을 드리러 온 마을 토박이 아저씨 한 분을 만났답니다. 아저씨 얘기를 들으니, 이 불상에 와서 정성을 드린 게 오래되었다고 하는데, 꽤 영험하다고 하시네요. 우리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니까 서슴없이 얘기해주는데, 매우 놀라웠답니다.

백일기도 정성에 하늘도 감동하다

날마다 와서 치성을 드린다는 마을 아저씨, 조용하고 차분하게 정성을 드리는 모습을 보고 방해가 될까봐 멀리서만 지켜봤지요. 나중에 아저씨가 들려주는 얘기는 참 놀라웠어요.
▲ 부처님께 정성을 다해 날마다 와서 치성을 드린다는 마을 아저씨, 조용하고 차분하게 정성을 드리는 모습을 보고 방해가 될까봐 멀리서만 지켜봤지요. 나중에 아저씨가 들려주는 얘기는 참 놀라웠어요.
ⓒ 손현희

관련사진보기


아저씨 누이가 실제로 본 이야기라면서 들려주었는데, 누이가 여기에 와서 치성을 드리고 불상 곁에 있는 절집에 머물면서 아주 놀라운 일을 겪었다고 해요. 마흔 살쯤 된 남자 하나가 오랫동안 병에 시달리다가 누군가에게 황상동 불상이 영험하다는 얘기를 듣고 백일기도를 드리러 왔대요.

힘이 하나도 없고 핏기도 없는 채로 한눈에 봐도 병자처럼 보였는데, 몸이 바싹 마르고 까닭 없이 자꾸만 아팠다고 했대요. 병원도 헤아릴 수 없이 다녀봤지만 낫지를 않았다면서 치성을 드리러 왔다고…. 그런데 불상 앞에서 기도를 드린 지 딱 백일 만에 씻은 듯이 나아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어요.

그 뒤에도 여러 차례 다녀갔는데, 맨주먹으로 새롭게 시작한 사업도 불같이 일어났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답니다.

우리한테 이 이야기를 들려주신 아저씨도 벌써 몇십 해 동안 여기에 정성을 드리러 오는데, 부처님 보살핌으로 모든 일이 잘 된다고 하면서 '영험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고 해주셨답니다. 불상이 영험하건 아니건, 그런 건 제쳐놓더라도 날마다 찾아와서 정성을 드리는 걸 보면 하늘도 감동하지 않을까 싶어요.

구미에도 마을마다 소중한 문화재가 많이 있지요. 오늘은 크고 작은 불상에 얽힌 얘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하나는 경북 구미시 황상동에 있는 '마애여래입상'이고요. 또 하나는 금전동에 있는 '약사여래좌상'이랍니다. 이 둘은 크기가 서로 매우 다르지요. 먼저 서 있는 큰 불상 얘기부터 해볼게요.

오오! 생각보다 크다!

커다란 바위에 불상을 새긴 모습이 퍽 놀라워요. 그러나 오랜 세월을 견디기 힘들었을까? 군데군데 금이 가고, 깨진 부분이 있어 몹시 안타까웠답니다.
▲ 마애여래입상 옆모습 커다란 바위에 불상을 새긴 모습이 퍽 놀라워요. 그러나 오랜 세월을 견디기 힘들었을까? 군데군데 금이 가고, 깨진 부분이 있어 몹시 안타까웠답니다.
ⓒ 손현희

관련사진보기

"우와! 정말로 크다."
"그렇지? 우리 둘레에 이렇게 큰 불상이 있는 줄 몰랐다. 나도 여기 처음 왔을 때 깜짝 놀랐다니까."

나보다 먼저 여러 차례 이곳에 다녀왔던 남편 덕분에 사진으로만 봤는데, 내 눈으로 보니 더욱 놀랍더군요. 고개를 들고 한참을 올려다봤어요. 오랜 세월 탓인지 군데군데 금이 가고 깨어진 곳도 있어 많이 안타까웠답니다.

큰 불상 위로 커다란 보호막을 씌워놓았는데, 지난해 여름휴가 때 가본 서산에 있는 '마애삼존불' 생각이 났어요. 문화재를 보호한다고 보호각을 씌웠는데, 도리어 햇빛을 보지 못해 훼손되었다고 얼마 앞서 보호각을 거두고 새롭게 손질을 했다는 뉴스도 들었지요. 다행스럽게 앞과 뒤는 훤하게 열려 있어 아마도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했는데, 금가고 깨진 곳을 보니 몹시 안타까웠답니다.

황상동 마애여래입상(국가지정 보물 제1122호)은 키가 무려 7.3m나 되는 키다리 불상이에요. 자연 그대로 생긴 동굴이나 돌에 새긴 불상인 마애석불인데, 고려시대에 만든 작품이라고 해요. 그 큰 바위에 새긴 불상을 보니, 참 놀라워요. 옷 주름이나 얼굴선이 매우 또렷하게 보여요.

또 내려져 오는 이야기엔, 당나라 장수가 백제군에 쫓기다가 어느 여인이 큰 바위 뒤에 숨겨준 덕분에 목숨을 구했는데, 나중에 나와서 보니 여인은 간 곳이 없어 그를 부처라고 생각하고 그 바위에 불상을 새겼다는 이야기가 이어져 온답니다.

이 큰 바위에 새긴 조각이 참 놀랍지요? 옷 주름이나 모양이 하나하나 살아 있어요.
▲ 오오! 놀라워라! 이 큰 바위에 새긴 조각이 참 놀랍지요? 옷 주름이나 모양이 하나하나 살아 있어요.
ⓒ 손현희

관련사진보기



마애여래입상 앞에 키 작은 동자승이 손 모아 기도를 올리고 있어요. 그 곁에는 누군가 오가는 이들이 동전을 쌓아두었네요.
▲ 동자승 마애여래입상 앞에 키 작은 동자승이 손 모아 기도를 올리고 있어요. 그 곁에는 누군가 오가는 이들이 동전을 쌓아두었네요.
ⓒ 손현희

관련사진보기


어머나! 어쩜 이런 곳에...

이번에는 금전동에 있는 '약사여래좌상'을 찾아가 볼까요? 여긴 지난봄에 다녀왔는데, 문화재로 지정된 건 아니지만 꽤나 오래되어 보였어요. 구미 3공단을 따라가다가 '옥계교' 앞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금전동 와래마을이 나온답니다. 마을 앞에는 '금전 예배당'이 있어 길 찾기는 매우 쉬웠어요. 예배당 곁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작은 저수지가 나오는데, 이 불상은 바로 저수지 밑에 있답니다.

"저기다!"
"어머나! 어쩜 이런 곳에 불상이 다 있냐?"
"그런데 불상이 너무 초라해 보인다."


금전동 와래 마을 뒤쪽에 저수지 바로 아래에서 또 다른 불상을 만납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세월이 흐른 듯 보였어요.
▲ 금전동 약사여래좌상 금전동 와래 마을 뒤쪽에 저수지 바로 아래에서 또 다른 불상을 만납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세월이 흐른 듯 보였어요.
ⓒ 손현희

관련사진보기


저수지 아래로 졸졸졸 흐르는 좁은 개울 너머에 있는데, 여기에도 비를 맞지 말라고 그랬는지 불상 위로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보호막을 씌우고 뒤에는 유리판을 대어 놓았어요. 오래된 흔적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는데, 불상은 작고 초라한데다가 얼굴 모양은 너무나 닳아서 없어지고 눈, 코, 입을 거의 알아볼 수조차 없었어요.

앞서 살펴본 황상동 입상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요. 그래도 누군가 와서 정성을 드리고 갔는지 작은 촛대에 촛농이 흘러 있었답니다. 두 손에 약상자를 들고 있는 걸로 봐서 '약사여래좌상'이라고 한 대요.

이 불상이 만들어진 때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 매우 안타깝지만, 그 모양새만으로도 무척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었답니다. 비록 이 구석진 곳에 마치 숨어 있는 듯 있었지만 '불심'을 다해 '민간신앙'의 하나로 마을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했겠구나 싶었어요.

눈과 귀, 코, 손, 모양을 제대로 알 수 없을 만큼 많이 닳아서 없어졌어요. 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과 꽤나 오랫동안 함께 해온 걸 알 수 있어요. 또 불상이 비를 맞지 않도록 스텐으로 '보호각'을 씌워 놓았어요.
▲ 금전동 약사여래좌상 눈과 귀, 코, 손, 모양을 제대로 알 수 없을 만큼 많이 닳아서 없어졌어요. 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과 꽤나 오랫동안 함께 해온 걸 알 수 있어요. 또 불상이 비를 맞지 않도록 스텐으로 '보호각'을 씌워 놓았어요.
ⓒ 손현희

관련사진보기


황상동 마애여래입상과는 매우 다르고 크기도 작지만, 마을 사람들이 오랫동안 찾아와 기도하며 정성을 드린 곳인가 봐요. 촛대엔 지금도 누군가 찾아온 흔적이 보여요.
▲ 촛대 황상동 마애여래입상과는 매우 다르고 크기도 작지만, 마을 사람들이 오랫동안 찾아와 기도하며 정성을 드린 곳인가 봐요. 촛대엔 지금도 누군가 찾아온 흔적이 보여요.
ⓒ 손현희

관련사진보기



여기에도 동자승이 한 분 있네요. 그런데 황상동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르지요? 동자승도 오랜 세월 함께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나 봅니다.
▲ 동자승 여기에도 동자승이 한 분 있네요. 그런데 황상동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르지요? 동자승도 오랜 세월 함께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나 봅니다.
ⓒ 손현희

관련사진보기


돌 불상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을 사람이라도 만나 불상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여느 시골마을처럼 매우 조용하고 사람을 볼 수가 없었어요. 아쉬운 마음 뒤로하고 나왔지만, 여긴 나중에 반드시 한 번 더 가보고 싶어요. 그땐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사신 할머니라도 붙잡고 얘기라도 들어보렵니다.


태그:#황상동마애여래입상, #금전동약사여래좌상, #구미 문화재, #자전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연재 자전거는 자전車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