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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밤, 서린로타리 부근의 인도에서 강제연행 당하는 장면 서린 로타리 부근의 인도에서 취재 도중 시민들과 함께 강제 연행되는 장면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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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8일(토요일) 밤 9시에 서림동의 시위 현장에 도착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길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지하철이 경복궁역에 정차를 하지 않고 지나갔다. 하는 수 없이 독립문역에 내려 앞선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주택가의 작은 골목마다 전투경찰들이 지키고 있었고, 경찰버스는 사람 손목조차 들이댈 틈이 없이 벽에 붙여 주차되어 있었다. 더러는 집에 가려는 시민들이 경찰에게 항의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도착한 현장은 공교롭게도 시민들 쪽이 아니라 전투경찰들이 있는 쪽이었다. 하지만 경찰버스와 경찰들에 막혀 시민들은 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경찰들의 모습도 좋은 취재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전투경찰들의 상황을 취재하다가 12시 경에 차벽이 시민들의 힘에 의해 무너지자 경찰들의 진압이 시작되었다.
 
경찰들의 진압이 시작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경찰버스 차벽을 향해 취재를 했다. 수많은 쇠줄로 얽어맨 버스들과 길가의 소화전에서 살수차로 연결된 소방호스들을 취재하는 도중에 경찰이 구경하는 시민들에게 나가라고 하였다.
 
이에 시민이 구경도 못하느냐고 항의를 하자 경찰은 곧바로 “검거해”라는 말과 함께 경찰 간부가 서둘러 검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가까이 있던 전경들은 머뭇거리며 시민을 잡지 않았다. 경찰간부는 이에 화가 나서 더 큰 소리로 전경에게 명령을 하고 전경은 주춤거리며 시민을 연행해 갔다.
 
이어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으나 경찰의 통제로 가지 못하고 경찰들의 뒤쪽 인도에서 일부 시민들과 함께 구경을 하며 취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퍽’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에 있던 한 시민이 경찰방패에 맞아 쓰러졌다. 그 순간 고개를 돌려 보니 경찰들은 이미 인도에 있는 시민들을 모두 포위하고 있었다. 서서히 몰아오면서 경찰은 카메라 촬영을 못하게 하였다. 시민들이 이에 항의하자 경찰은 “남자들부터 연행해”라는 말과 함께 연행했다.
 
그렇게 나는 카메라를 든 채로 전경의 손에 잡혔다. 전경의 손에 의해 넘어지자 순식간에 운동화를 신은 발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카메라를 보았는지 발길질을 하지는 않았다. 네 명이 나를 잡고 강제연행을 하였다. 뒤에서 한 명이 양 팔로 움켜쥐고, 다른 한 명은 허리띠를 잡았다.
 
다른 한 명은 오른쪽 팔을 잡았으며 다른 한 명은 손이 배를 향해 오는가 싶더니 이내 사타구니를 잡았다. 사타구니를 잡을 때에 고함을 지르며 항의를 하자 금방 놓았지만 심한 모멸감이 느껴졌다.
 
경찰버스에 태워지자 경찰은 내부 전등을 꺼두고 시민들을 차에 태웠으며 이에 항의하는 일부 시민들을 밀어붙이며 폭행까지 하였다. 그때까지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였지만 어두워서 촬영되지 않았고, 경찰은 계속하여 촬영을 저지하였다.
 
버스가 출발하여 시민 한 명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자고 제안하였고, 우리는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어 ‘이명박은 물러가라’ 구호를 외치자 경찰은 카메라로 채증을 하였다. 이에 또 한 시민은 왜 경찰은 촬영을 하면서 우리는 촬영을 못하게 하느냐고 항의를 하였다. 그런 도중에 경찰은 항의하는 시민의 볼을 꼬집으며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새벽 12시 40분경에 납치되다시피 연행된 시민들은 새벽 2시경에 송파경찰서에 도착했다. 일부 시민들은 연행 과정에 맞기도 하였고, 다치기도 하였다. 경찰은 아침이 되면 치료를 해 주겠다는 말만 할뿐 아무 조처를 해주지 않았다.
 
경찰서에 도착하고서야 시민들의 인적사항을 물었다. 그리고 민변 소속 변호사의 접견이 있었고, 곧장 유치장에 감금되었다.
 
송파경찰서로 연행된 13명의 시민 가운데는 미성년자 1명도 포함되어 있었고, 오랜만에 친구와 소주 한잔 하고 시위현장 인도에서 구경을 하다가 잡혀온 시민 두 명도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의 사정을 전혀 들어 주지 않았다. 취재 도중에 잡혀왔다는 의견도 들어 주지 않았다. 경찰은 다만 기자와 구경꾼을 시위대와 구분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경찰은 30일 오후 10시경에 13명 모두를 석방했다. 유치장에서 보낸 46시간은 참으로 길었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우리들은 기나긴 토론을 하였다. 이명박 정권의 부당함과 민주시민으로서 우리의 권리 등을 이야기하였고, 경찰의 폭력과 불법행위를 이야기했다. 소식을 듣고 온 많은 면회객들이 넣어준 음료와 과자들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유치장 동기로서 우정(?)을  돈독히 했다.
 
경찰서를 나오며 이들에게 다시 촛불을 켜러 나올 거냐고 물었다.
 
“당연히 또 나와야지요. 잡으면 다시 잡혀 가고, 풀어주면 또 촛불을 들 것입니다. 유치장이 모자라 운동장에 가두더라도 끝까지 촛불을 켤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 211조를 보니...

 

형사소송법 제 211조에는 현행범인과 준현행범인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제 211조(현행범인과 준현행범인)
① 범죄 실행중이거나 실행의 즉후인 자를 현행범인이라 한다.
②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현행범인으로 간주한다.
 1. 범인으로 호창되어 추적되고 있을 때
 2.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함에 충분한 흉기 기타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을 때
 3. 신체 또는 의복류에 현저한 증적이 있을 때
 4. 누구임을 물음에 대하여 도망가려 하는 때

제 213조(체포된 현행범인의 인도)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가 아닌 자가 현행범인을 체포한 때에는 즉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② 사법경찰관리가 현행범인의 인도를 받은 때에는 체포자의 성명, 주거, 체포의 사유를 물어야 하고 필요한 때에는 체포자에 대하여 경찰관서에 동행함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함께 연행된 13명 모두는 현행범의 조건에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 211조 1항에 의하여 ‘실행의 즉후인 자’라고 하더라도 시위중인 시위대와는 거리가 있는 곳에서 인도에 있었다. 또한 카메라를 들고 취재중이라고 하였음에도 강제로 연행을 하였다.

 

강제로 경찰 버스에 태워진 다음에는 213조 2항에 의하여 사법경찰관리가 체포자의 성명, 주거, 체포의 사유를 물어야 함에도 경찰은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어느 경찰서로 가는지에 대하여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필요한 때에는 체포자에 대하여 경찰관서에 동행함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음에도 경찰은 동행 요구 없이 강제로 연행 하였으며, 경찰의 신분 역시 알리지 않았다.

 

경찰은 경찰서에 도착한 뒤에서 인적사항을 물었다.

 

태그:#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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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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