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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다쳤단다. 지금 병원 가는 길이다. 가보고 전화할게"

"응, 알았다."

 

얼떨결에 전화를 끊었다. '도대체 어디를 얼마나' 궁금했지만, 언니가 병원을 가보고 전화를 한다고 하니 기다릴 수밖에.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는 친구들과 함께 팔공산 갓바위에 가셨다. 내려오는 길에 미끄러져 손을 짚었는데, 칠십을 코앞에 둔 나이인 지라 그냥 살짝 짚었다는데 그만 팔이 돌아가고 말았다.

 

순간 손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서 놀라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는 친구와 함께 치료를 하고 올 생각이었는데, 대학병원으로 가라는 의사의 말에 놀라서 언니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감기 외에는 병원 근처도 가 본 적이 없었는데, 세상사 마음대로 되나 어디….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었다.

 

엉덩이나 다리가 아닌 팔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젊었으면 그저 삐긋하거나 골절이 되었을 텐데 나이가 있어 그런지 뼈가 산산조각 부서져서 엉덩이뼈를 떼어 내어 뼈이식을 했다. 해서, 수술은 8시간도 더 걸렸다.

 

다행히 수술은 잘 돼서 퇴원을 하셨다. 어제 친정집들이를 다녀왔다. 집안 일이야 엄마의 몫이라 그 동안 아버지는 손도 까딱 안하고 사셨다. 그렇지만 어찌 할까? 두 분만이 사시니. 오롯이 두 분만의 몫이라 어찌 사시는 지 궁금했다. 헌데, 집은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설거지는 어떻게 하노?" 묻는 자식들의 말에 엄마는 "너거 아부지가 한다.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고, 쌀도 씻고. 나는 감독관이다"라고 대답하신다.

 

평생 집안일에 손도 까닥 안하고 사신 아버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두 웃음이 났다.

 

"아버지가 어떻게 합니까?"라고 물으니, "그럼, 우야노. 너거 엄마가 못 하니 할 수 있나" 하시면서 허허 웃으신다.

 

엄마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 아버지는 외로우셨나보다. 아내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순간 엄마의 소중함을 느끼셨는지 엄마가 덧나지 않도록 다행히 잘 도와주고 계셨다.

 

평소에 골다공증도 없었는데, 그리 뼈가 으스러지는 것을 보니 나이는 무시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나이가 들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 싶다. 젊으면 그저 타박상을 입을 정도에도 나이 들면 뼈가 부러질 수 있으니 말이다.


태그:#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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