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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20일 오후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주최로 열린 '광우병선동방송 MBC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밀치고 욕설을 퍼붇는 가운데서도 마이크를 들이밀며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다.
▲ 봉변 당하면서도 인터뷰 시도하는 진중권 교수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20일 오후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주최로 열린 '광우병선동방송 MBC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밀치고 욕설을 퍼붇는 가운데서도 마이크를 들이밀며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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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20일 저녁 8시 45분]

"우리가 정연주 하수인 노릇하고 있는 철없는 아이들의 행태를 따라할 수 없다. 불법집회하고 생떼 쓰는 저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10분 뒤 자진해산하겠다."

봉태홍 라이트 코리아 대표를 비롯한 우익단체 회원 100여명은 20일 밤 7시 40분이 다가오자 애국가를 제창하고 대한민국 만세를 세 번 외친 뒤, 자진해산했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만들어 이들과 <다음아고라>·'안티MB'까페 회원들과 충돌하지 않도록 인도했다. 길 건너편에서 "뉴라이트 물러가라",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던 이들은 박수로 그들의 귀가를 환영했다.

앞서 KBS 본관 앞은 서로에 대한 조롱으로 시끄러웠다.

<다음아고라>와 '안티MB'까페 회원들은 경찰이 만든 벽 뒤에서 그들을 향해 "매국노", "집에 가", "노래해"를 외쳤고, 우익단체 회원들은 "공부도 못하는 것들이 대학교에 겨우 들어가 한총련 빨갱이가 됐다"며 맞섰다.

서로에 대한 조롱의 강도가 점차 높아지자, 결국 경찰이 나섰다.

"국민행동본부와 <다음아고라> 여러분들은 각자 서로의 집회를 존중해주십시오. 끝까지 비폭력이고 이성적이고 건전한 집회를 만들어주십시오."

경찰의 호소 방송 이후에야 조롱은 멈추고 구호 대결에 돌입했다. 길 건너편에 선 <다음아고라>과 '안티MB' 까페 회원들은 "공영방송 사수하자"를 외쳤고, 봉 대표를 비롯한 우익단체 회원들은 "KBS 임직원들은 정연주를 끌어내려라"고 맞섰다.

우익단체 회원들은 집에 돌아가면서도 넘치는 분통을 참지 못했다. '거짓의 촛불을 끄라'는 팸플릿을 들고 있던 김아무개(75)씨는 "저것들은 지들 아비, 어미한테도 저렇게 막돼먹은 짓거리를 할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임아무개(57)씨는 "어른한테 하는 꼴이 깡패 같다"며 "젊은이들이 6.25도 모르고 보리죽 먹고 자란 것도 몰라서 지금 시대의 고마움을 모르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밤 8시 현재 KBS 본관 앞에는 <다음아고라>와 '안티MB'까페 회원 150여명이 남아 촛불을 밝히고 있다.

[2신 : 20일 저녁 7시 45분]

KBS로 이동한 우익단체 회원 100여 명... "정연주 물러가라"

"한미FTA 지금 꼭 필요해요, 경제살리기 더 이상 늦출 수 없어요, 싸바싸바 알싸바 성공시대 앞당겨요, 싸바싸바 알싸바 역사 속의 2008년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울려 퍼진 개사곡이다. 이곳에서 '광우병 선동방송 MBC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우익단체 회원들은 '촛불 시민'들이 자유발언 때 즐겨 사용하는 동요 개사 등을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회원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들은 애초 MBC 본사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사람 수가 줄어들자 KBS 앞에서 정리 집회를 한 후 해산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강동구에서 왔다는 정현수(63)씨는 "MBC, KBS 방송이 광우병 위험을 선동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몰락시키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대한민국 경제가 망해야만 오는 2012년에 좌파정권이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어 "지난 13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구국 기도회에서 좌파 젊은이들을 만났다"면서 "이들은 전교조 교사와 김대중으로부터 주적이 미국이라고 교육받은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도 다시 한번 자유발언대에 섰다. 그는 "지금 우리들의 행동이 MBC를 돌아이 상태에서 정상상태로 되돌리려는 사랑이고 자비"라면서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을 정신 이상 상태인 북한처럼 바꾸려고 하는데 아직도 MBC는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만약 MBC PD들이 용서를 구하면서 무릎을 꿇으면 충분히 용서하고 한직으로 보내는 선에서 그칠 수 있다"면서 "그런데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우리들의 저력을 못 담아내고 있다, 우선 좌파 방송부터 척결한 뒤 한나라당도 개혁하자"고 외쳤다.

한편 이들이 KBS로 이동하기 전, MBC 본사 앞을 지나가는 차량의 운전자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차 안에 있던 이아무개(31)씨가 '공영방송 사수 조중동 폐간' 등이 적힌 피켓을 창 밖으로 내밀자 이들은 일제히 차를 가로막고 열려 있는 창에 손을 넣어 이씨의 머리를 때리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팸플릿을 차 안으로 집어던지기도 했다.

이씨는 즉시 차에서 내려 경찰에게 상황을 신고했지만, 흥분한 시위대가 더 몰려들면서 경찰이 상황을 정리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현재 100여 명의 회원들만이 KBS 앞 정문 왼쪽에서 연좌한 채 "정연주 물러가라"를 외치고 있다. <다음 아고라>와 '안티MB' 카페 회원 100여 명은 오른쪽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중 10여 명은 우익단체 쪽으로 넘어와서 '명박지옥 탄핵천국' '공영방송 사수하자' '뉴라이트 매국노'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다리 위에서 취재하던 MBC 카메라 기자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주최로 열린 '광우병선동방송 MBC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취재방해를 하며 밀쳐 바닥에 넘어져 있다.
▲ 쓰러진 MBC 기자 사다리 위에서 취재하던 MBC 카메라 기자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주최로 열린 '광우병선동방송 MBC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취재방해를 하며 밀쳐 바닥에 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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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20일 오후 5시 55분]

국민행동본부 등 MBC본사 앞 규탄대회 개최... 일부 기자들 쫓겨나

"개중권! 개중권!"
"너까짓께 교수냐. 개××"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를 향해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빨갱이 진중권 죽여버려"라는 선동부터 "니가 MBC 대변인이냐"는 힐난까지 다양한 폭언이 쏟아졌다.

평소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사거리에서 '촛불 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진 교수는 20일 오후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우익 단체가 개최한 'MBC규탄대회'에 참석한 이들에게는 '적'일 뿐이었다.

이같은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 것은 진보신당 칼라TV 생중계 진행자로 진 교수가 시위대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시도하면서부터다. 진 교수와 진보신당 칼라TV 관계자들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이리 밀리고 저리 치였다.

사람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진 교수는 경찰들에 의해 MBC 남문부터 정문까지 밀려났다. 재차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이 "더 이상 자극하지 마라"며 허락하지 않았다. "취재하러 온 것이다" 항변했지만, "카메라 들었다고 모두가 기자인 것은 아니다"며 무시당했다.

진 교수만이 아니었다. <한겨레> 영상팀 기자를 알아본 참가자가 발길질을 하며 달려들어 겨우 현장을 빠져나왔고, MBC 카메라 기자는 사다리 위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모두 '촛불 시위'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를 한 매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한 매체들이었다.

보수·우익단체, "MBC는 광우병 선동방송, 미친 방송이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주최로 열린 '광우병선동방송 MBC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가 한겨레 동영상 취재기자에게 취재방해를 하며 발로 걷어차고 있다.
▲ 발길질 당하는 한겨레 기자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주최로 열린 '광우병선동방송 MBC 규탄' 집회에서 참가자가 한겨레 동영상 취재기자에게 취재방해를 하며 발로 걷어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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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여의도 MBC 본사 앞에 참가한 1200명의 보수·우익단체 회원들 대다수가 MBC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무대가 설치된 MBC 남문에는 'MBC OUT', '막장공영방송 MBC' 등의 손팻말이 곳곳에 걸렸고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 로고송 가사는 "광우병 선동방송 MBC 미친방송"으로 바뀌어 불렸다.

규탄 대회에 참석한 이 아무개(57)씨는 "MBC <PD수첩>이 보도한 인간 광우병 환자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며 "MBC는 거짓말을 일삼으며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만약 MBC가 그렇게 보도하지 않았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할 일도 없고 경제살리기에 주력했을 것"이라며 "더 이상 <한겨레>나 MBC 같은 곳이 설치게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윤자(64)씨도 "어제 <100분 토론>에 나온 진중권은 촛불 시위대랑 똑같은 놈인데 공중파 방송에 나왔다. MBC가 공영방송이라면 그런 빨갱이를 쓸 수 없다"며 분노했다. 그는 "KBS나 MBC에 지난 좌파정권에서 자란 빨갱이들이 방송을 잡고 있어 그런 방송을 한다"며 "빨리 그런 놈들을 척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단에 오른 보수·우익 단체 대표들도 마찬가지였다.

봉태홍 라이트 코리아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 도심에 간첩들이 구더기마냥 드글드글 하다"며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공산당, 반국가세력, 친북좌파세력들의 중심에 MBC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는 "젊은 놈들이 'MBC 방송 고치겠다'며 가스통을 들고 나와도 모자를 판인데 썩어빠진 김대중·노무현 정부 아래서 다 물들어 버렸다"며 "여기 계신 어르신들은 그런 젊은이들이 못 배워 처먹은 패륜범들이라 생각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광우병선동방송 MBC 규탄' 집회에서 광우병 조작 보도하는 MBC 규탄의 피켓을 들어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광우병선동방송 MBC 규탄' 집회에서 광우병 조작 보도하는 MBC 규탄의 피켓을 들어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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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광우병선동방송 MBC 규탄' 집회에서 광우병 조작 보도하는 MBC 규탄의 피켓을 들어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광우병선동방송 MBC 규탄' 집회에서 광우병 조작 보도하는 MBC 규탄의 피켓을 들어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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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광우병선동방송 MBC 규탄' 집회에서 광우병 조작 보도하는 MBC 규탄의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광우병선동방송 MBC 규탄' 집회에서 광우병 조작 보도하는 MBC 규탄의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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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 "대한민국 고엽제 전우회도 취재에 응했는데... 심하다"

이들에 의해 사정없이 밀려난 진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나 대한민국 고엽제 전우회도 취재에 응했는데 이들은 더 심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진 교수는 "MBC가 보도한 것에 대해 미 질병관리본부가 다른 결론을 밝혔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알렸고 그로 인해 추가협상까지라도 가게 된 것"이라며 "이들은 그런 논리적 연관성 없이 그저 '빨갱이'니 이념, 배후세력으로만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경찰이 우리의 취재를 막은 것은 과도한 통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문열씨가 '관군과 의병이 연합해 촛불을 진압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이 딱 그 꼴"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의도 MBC 본사 앞에 모인 보수·우익 단체는 20일 오후 5시까지 집회신고를 한 상태지만 이후 '촛불문화제'로 전환해 계속 MBC규탄 대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태그:#MBC, #촛불문화제, #국민행동본부, #우익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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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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