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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수요일 정부종합청사 정문 길 건너편에 40여명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청사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주 수요일 중앙공원에서 열리는 두 번째 촛불문화제와 행진의 마지막 장면이다. 청사 앞 운동장에는 매년 수많은 단체들이 와서 집회를 열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요구를 호소하지만, 정작 과천시민들이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은 과천의 아이와 어른들이 함께 촛불을 들고 청사 앞으로 걸어 왔다.

 

▲ 과천 촛불문화제 6월 4일과 6월 11일 수요일 열린 과천 촛불 문화제. 과천에서는 매주 수요일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하였다.
ⓒ 김형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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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촛불문화제는 중등대안학교 '배움터 길' 운영위원장이 제안하였다. 첫 날인 6월 4일에는 200여명이 참여하였다. 별로 많은 소문이 나지 않았는데도 대안학교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비롯해서 많은 이들이 모였다. 두 번째 날인 11일은 첫 날에 비해 인원이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10일 명박산성을 둘러싼 공방이 이날 아침까지 계속되어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런 사정을 다들 알기 때문인지 첫날에 비해 인원이 줄었다고 낙담해 하는 모습이 없다. 오히려 앞으로 매주 수요 문화제는 변함없이 쭉 가자는 의지가 넘친다. 세 번째 있을 촛불문화제에는 모두가 머리를 내어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보자고 한다. 

 

과천은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라는 글귀의 펼침막을 창틀과 담벼락에 내걸어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던 곳이다. 당시 이 제안은 방과후학교 '맑은내'의 선생님들이 머리를 내었다. 기사가 나가자 전국에서 펼침막 주문이 몰려들어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원본 파일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마음껏 사용하게 하였다. 그 펼침막은 어느 촛불집회 현장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과천 어느 지역화폐의 한 회원은 '미친소 싫어'라는 글귀가 담긴 헝겊 가방을 만들어 지역화폐로 팔아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그간 촛불집회를 위해 과천 주민들은 서울시청과 광화문 앞으로 모였다. 서울과 바로 붙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쯤은 지역에서 밝히는 촛불이 더 밝아 보일 수 있다. 매주 수요일 온 동네에서 촛불이 켜진다면, 그래서 온 동네가 광장이 될 수 있다면 이로써 마을 공동체가 이루어지고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회가 될 것이다. 권력의 심장부가 컨테이너를 용접하여 쌓아놓고 스스로를 독안에 가둘 때 주민은 펼쳐진 공간에서 스스로의 정치를 편다. 이것이 과천에서 작지만 밝게 타오르는 촛불이 주는 의미이다.


태그:#촛불집회, #촛불문화제, #광우병, #과천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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