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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수습 방안으로 논의하고 있는 개각 시기와 폭이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청와대측은 특히 '광우병 쇠고기' 정국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에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취임 100여일 만에 내각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는 등 국정 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개각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무조건 자르는 게 능사는 아니지 않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2일 개각과 관련 "쇠고기 문제에 대한 큰 마무리, 단락이 지어져야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는 것이지, 아직 다 해결도 안 됐는데 무조건 자르는 게 능사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수그러든 뒤에 개각의 규모 등을 판단하겠다는 것이어서 당초 인적쇄신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또 한나라당 일각에서 내각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인사 문제에 대해서 이런저런 개인적인 의견 등을 개진할 수 있지만, 폭이나 시기에 대해서 아직 대통령의 결심이 확고히 선 것이 아닌데, 벌써부터 사람 이름까지 나오는 것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당초 중폭 이상의 개각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개각 폭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방침이 아직 서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나오는 얘기를 보면 실제 42.195km 마라톤 중에서 5km쯤 갈까 말까인데, 벌써 결승점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하니까 황당한 것"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의) 방침이 서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쇠고기 정국에 대한 해법을 방미 협상팀에서 찾고 있지만,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에 대해서도 확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다음 주 정도면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면서도 "미국에서 실무적인 여러가지 애로가 있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큰 틀로 보면 국민들이 염려하는 것, 그래서 우리가 꼭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는 기준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느냐 아니냐 여부"라며 "전술적으로 협상을 파기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해 방미단의 협상이 '재협상'이 아닌 '추가 협상'임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총리?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지도 않았는데..."

 

 

한편 '박근혜 총리설'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총리설'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말 제기됐던 양상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당시에도 실제 공식제의가 있었느니 없었느니 식의 말만 무성했다. 그러다 보니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대통령의 진정성이 없다"며 불쾌해 하던 것까지 닮았다. 보름여간 계속된 '박근혜 총리설'은 결국 '말잔치'로 끝났고,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표 총리설에 대해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가야 진전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여러 가지 구상 중 하나일지는 모르지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근혜 총리'에 대해 논의조차 해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청와대는 오히려 "공식적인 제의가 없었는데 그런 얘기들이 먼저 나오면 (박 전 대표측에서) 언짢고 불쾌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여당 내 일부 인사들이 하는 말은 박 전 대표가 총리직을 수락하라는 뜻이 아니라,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라는 건의"라며 "그런데 청와대 대변인이 '논의조차 한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상황이(박근혜 총리설이)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박근혜 총리' 카드가 현재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국면을 바꾸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생각이나 정책이 너무 다르다. 임기 내내 대통령과 총리가 사사건건 부딪히며 갈등만 유발하면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청와대측은 '박근혜 총리' 카드가 성사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호남·충청 출신의 참신한 명망가를 중심으로 총리 후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광우병 쇠고기, #개각, #박근혜 총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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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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