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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날리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 아프리카 연을 날리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 박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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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사진이란 정보나 견해라기보다 단지 세상을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내면의 질서를 찾는 일이다. 그것은 언어의 영역을 벗어난다. 간혹 내 사진에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목격한다면 그것은 아프리카의 일상 속에 널려 있는 죽음과 기아와 고달픔 때문이다. 삶에 대한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는 아프리카는 우리가 영위하는 현실의 틀을 초월해버렸다."
- 거리사진작가 박태희

세상 밖에서 세상 속을 찾는 사진작가가 있다. 거리 사진작가 박태희가 그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거리는 단순한 삶의 은유에 불과하다. 거리는 그에게 하나의 거대한 카메라이며 그 거대한 카메라 렌즈 속에 담기는 여러 가지 사물의 모습 하나, 몸짓 하나, 색감 하나 등이 그의 작품이다.

따라서 거리 사진작가 박태희의 사진은 숨을 쉰다. 그 내면의 숨소리가 이 세상 밖 사물들과 소통한다. 그 소통이 만약 사회적·정치적이라면 그 거리가 갖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그 소통이 만약 초현실적이거나 신적인 그 어떤 것이라 하더라도 그 거리가 풍기고 있는 특이한 모습 때문이다.

거리에 서서 그 어떤 사물에 담겨 있는 깊은 뜻이나 설명 따위에서 몽땅 벗어나 그저 보이는 그대로 그 순간 그대로 카메라 렌즈 속에 담는 작가 박태희. 그의 카메라 렌즈 속에 담긴 그 어떤 사물은 기존의 상식과 관습에서 벗어나 새롭게 거듭난다. 그 어떤 사물이 이 세상을 향해 은근슬쩍 말을 건넨다.

거리사진작가 박태희의 '아프리카' 전시회가 16일~23일까지 대학로에서 열린다
▲ 아프리카 포스터 거리사진작가 박태희의 '아프리카' 전시회가 16일~23일까지 대학로에서 열린다
ⓒ 피스프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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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아프리카다. 초행이었고 4일간의 시간이 전부였다. 촬영에 대한 선행 조건은 이국적인 느낌과 여행자의 시선을 버릴 것. 아프리카에 대한 어떤 정치적, 사회적 시선도 의도하지 않았다. 모든 의미나 해석을 뒤로 하고 그저 보이는 것에 대한 내면의 충돌을 무의식적이고 순간적으로 담았다"
- 거리 사진작가 박태희 '사진가 노트' 몇 토막

거리사진작가 박태희(39)의 자선 사진전이 대학로에서 전시된다. 아프리카 전문 NGO 단체인 피스프렌드(대표 황학주) 주관으로 16일(월, 오후 7시 오프닝 리셉션)부터 23일(월)까지 혜화동 리몽갤러리에서 열리는 'africa'(아프리카)가 그것.

모두 3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사진전은 작가가 지난 3월 NGO 활동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방문했을 때 촬영한 사진들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를 16일 오픈하는 까닭은 6월 16일이 '아프리카 어린이날'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전시회 수익금은 모두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유치원건립기금으로 쓰이게 된다.

처음 카메라를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거리사진만을 고집하고 있는 작가 박태희.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모습을 통해 아프리카가 지니고 있는 내면의 모습과 감정, 가난과 굶주림, 지독한 무더위 따위가 사실 그대로 묻어난다는 점이다.

시인 황학주는 "박태희의 아프리카 사진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주 미묘하고, 예측 불가능한 동시에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며 "이러한 것은 그 어떤 사물을 멋지게 찍기 위해 억지로 애를 쓴다거나, 일부러 가장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평했다. 이어 "박태희의 장점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 아프리카 아프리카
ⓒ 박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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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박태희는 1969년 부산에서 태어나 1998년, 2005년, 2008년 뉴욕과 서울에서 세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그룹전에도 여러 번 참가했다. 2006년에는 환경재단에서 주관하는 '세상을 밝게 빛낸 사람들'을 촬영할 사진가에 뽑혔으며, 2007년에는 제5회 강원다큐멘터리 사진사업에도 참여했다. 

2008년 3월에는 피스프렌드의 스탭 사진가로 아프리카를 촬영했으며, 번역서로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앤 셀린 제거의 <사진, 찍을 것인가, 만들 것인가>가 있다.

다음은 거리 사진작가 박태희와의 전화 일문일답.

- 거리사진은 무엇이며 특징은?
"거리사진(Street Photography)은 사진찍기의 접근방식에서 형식과 직설, 은유를 한꺼번에 요구하는 가장 사진적인 방법론 중의 하나이다. 거리사진의 특징이라면 그저 보이는 사물을 그대로 찍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리사진은 정치적 사회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다."

- 출생지를 밝히지 않았다. 정확한 출생지는 어디인가?
"부모님이 이사를 하도 자주 다녀서 정확한 출생지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부산인 것 같기도 하다."

거리사진작가 박태희
▲ 박태희 거리사진작가 박태희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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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진전의 특징은?
"아프리카는 처음 가는 곳이었다.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았다. 4일 동안 아프리카에서 기존의 아프리카에 대한 관념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순간적, 직관적, 무의식적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만약 이번 사진에서 아프리카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을 느낀다면 그것은 순전히 아프리카가 갖고 있는 풍경 때문일 것이다."

- 왜 거리사진을 고집하는가?
"거리사진은 단순히 거리의 모습이나 풍경만을 카메라에 담는 게 아니다. 거리는 삶의 은유에 불과하다. 따라서 거리사진은 사물의 내면의 모습이나 감정 따위를 세상 밖에서 찾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거리의 모습과 풍경이 거리사진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특별한 계획은 없다. 그 어떤 새로운 시도보다, 지금까지 해온 것과 같이, 그 방식 그대로, 거리에서 내면의 질서를 찾는 작업을 계속하려 한다. 내게 거리는 세상 안팎을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이자 영원한 나의 작업실이다."


태그:#박태희,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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