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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7일 저녁 경남 양산 에덴밸리 리조트에서 열린 노사모 정기총회에 참석해 축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7일 저녁 경남 양산 에덴밸리 리조트에서 열린 노사모 정기총회에 참석해 축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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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노 전 대통령은 7일 저녁 경남 양산 에덴밸리 리조트에서 열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기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현 정국과 관련해 많은 말을 쏟아냈다.

촛불시위에 대해 그는 "촛불시위가 이렇게 위력적일 줄 예측하지 못했다. 정말 시민이 무섭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와야 무섭다는 한계가 있지만 무서운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 몸조심 한다고 말을 않는 게 아니라 말을 할 수가 없다. 누구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것은 확실하다. 청와대로 행진하는 것 말이다. 저도 청와대에 살아봤는데 겁은 안 나고 기분은 나쁘고, 그리고 별 소득이 없다. 청와대로 행진하는 것은 안했으면 좋겠다.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오늘 일부 질나쁜 신문 제목을 보니까 '재협상에서 정권 퇴진으로'라는 제목을 뽑아 놓아더라"면서 "(시위 현장에서) 얼마나 정권퇴진이란 말이 나왔는지 모르지만, 그 신문에서 제목으로 뽑은 것을 보니 정권퇴진 별로 좋은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이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그 일로 정권퇴진을 그냥 말로 해보는 것은 괜찮은데 진심으로 믿고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 헌정질서에도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말로 해보는 것은 괜찮은데, 진짜 되는 줄 알고 오인하지 말았으면 한다. 결코 민주주의 속에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멀리 보고 가자"고 말했다.

"18대 국회가 중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 이병완 전 비서실장, 안희정씨 등이 노사모 정기총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 이병완 전 비서실장, 안희정씨 등이 노사모 정기총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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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은 18대 국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공격하지만 진짜 위험한 존재는 18대 국회"라며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고 나면 정당인 여당이 주도해 갈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대통령보다 훨씬 더 큰 권력을 국회가 주도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국회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축사 도중에 촛불시위를 몇 차례 언급했다.

"지금 길거리에서 어떤 사람은 촛불 들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너희들은 양산 신불산에 가서 너희들끼리 잔치하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는 어차피 촛불 집회 갈 사람이 아니어서 부담이 없지만, 부담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심을 많이 했을 것이다. (오늘 총회를)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을 것이다. 하필이면 72시간 촛불을 오늘 할 줄 알았나.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영어 공부할 때 외웠다. 이제는 그 문구 외울 필요 없이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안희정씨의 허벅지에 손을 짚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안희정씨의 허벅지에 손을 짚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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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은 "뜻깊은 이야기 진짜 하자"며 '재협상'이란 발언을 언급했다. 노사모의 임기가 언제냐고 말하던 노 전 대통령은 "길어도 제 나이보다 더 길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노무현 없는 노사모는 '찐빵 없는 앙꼬 아니냐'"고 말했다.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잘못 말한 것이다. 회원들이 환호하자 노 전 대통령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회원들은 "괜찮아"를 연호했고,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여러분은 괜찮다고 하나 저는 재협상 하겠다"고 말했다. 잘못 말한 것을 고치겠다는 의미에서 '재협상'이란 말을 꺼낸 것이다. 그러자 회원들은 '노무현 짱'을 외쳤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해놓고 보니 위험한 정치를 했다. 그러니 '앙꼬 없는 진빵'이라고 정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노사모는 끝이 없이 갈 것 같다. 여러분들은 자녀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노란 모자와 티를 입혀 노란 물을 들여 놓으니 이 아이들도 갈 때까지 가지 않겠나. 만일 노란 물이 유전자 DNA에 입력된다면 대를 이어 노란물이 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역사의 진보에 정치권력이 하는 몫이 아주 크다. 정치권력이 역사의 진보를 주도한다고 하기 때문에 매 시기마다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면서 "마음이 급하다 보니까 논의를 다 하고 충분히 토론해서 의견을 합치기 전에 각기 여러 정치세력의 몸을 담고 지지활동을 하면서 몸살을 앓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지도자가 궁극적으로 역사의 진보를 주도하는 세력은 아니다"면서 "국회의원과 정당 최고위원, 부총재도 하고 대통령도 했다. 다 해보고 나서 생각해 보니 대통령이 역사를 주도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가 역사를 좌지우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20년전에도 알았지만 다 해보고 나서 확실하게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좋은 정치인도 있고 별로 안 좋은 정치인도 있다. 좋은 정치인은 뜻을 갖고 있다. 정치를 몇 년하고 나면 그 때부터 뜻과 자리가 충돌하는 것을 느낀다. 뜻을 세우자면 자리를 포기해야 하는 갈등 속에 있다. 소신껏 뜻을 세우는 길로 가도록 밀어주는 것은 시민들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뜻을 가지고 뜻을 굽히지 않고 소신을 갖고 가는 정치인을 키울 수 있을 만큼 성숙한 국민이다"며 "제가 국회의원 하는 동안 제 출신 지역구에서 뜻을 꺾지 않았다. 결국 지역주민들의 뜻에 맞서 싸웠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통령을 만들어 주었다. 국민은 그만큼 뜻을 바로 세우는 정치인을 성공시켜 준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훌륭한 정치인이 자리와 뜻을 놓고 갈등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수준 높은 유권자가 필요하다. 그래야 양심껏 소신껏 정치를 좀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겠나"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시대가 시민주권시대라 생각한다. 시민주권시대는 시민이 주권자다"면서 "여러분과 함께 시민주권시대를 열기 위한 시민으로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때로는 여러 가지 경험이 있다고 아는 체도 하겠다. 원로가 발언하기 어려운 시대에 들어섰다. 그래도 때때로 아는 체 하겠다"고 덧붙였다.

축사 마지막에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지내봐서 대통령이 힘든 거 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인데, 앞으로 5년간 대통령은 열심히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할 분이다. 요구는 확실히 하되 일을 잘하도록, 국민의 뜻을 최대한 가려서 일하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그것이 당장 내키지 않는 일일지 모르지만 멀리 보면 옳은 일이고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며 "매우 지혜롭게, 감정이 쏠려가는 대로 여러 사람들에게 밀려갈 것이 아니라 순리적으로 여러 사람의 힘을 통제하면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사모 정기총회에 참석해 회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사모 정기총회에 참석해 회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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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는 7일 저녁 경남 양산 에덴밸리 리조트에는 1000여명의 회원이 참석했으며,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를 구호를 내걸었다.

이날 정기총회에는 문재인·이병완 전 비서실장, 이정호 전 시민사회수석, 이기명,강금원,안희정,명계남씨 등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에는 괌과 제주도 등지에서 온 회원들도 있었다. 이날 참여정부 전직 장차관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노사모 회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씨의 만남 이후 야외운동장에서는 촛불문화제가 펼쳐졌다. 노사모 회원들은 리조트 2층 행사장에서 양초를 하나씩 받아 야외운동장으로 향했으며, 촛불문화제는 자유발언과 '다 함께 노래'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노사모 회원들은 8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봉화산을 등반한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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