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위기를 맞으면서 된서리를 맞는 곳이 있다. 바로 이명박 정부 띄워주기에 여념이 없었던 조중동. 인수위 때부터 신문, 방송 겸업과 한미 FTA 체결, KBS 정연주 사장 사퇴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환영 등을 내세우며 자기 세상이 왔다고 좋아했던 조중동이지만 시민들의 촛불시위와 인터넷 언론의 냉혹한 비판, 광고 거부 운동 등으로 그 이미지가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
그래서 그럴까? 최근 조중동은 쇠고기 협상이 문제가 있었고 쇠고기 재협상을 해야한다고 슬쩍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위에 대해서는 비난하고 있고 '시위대가 과격해졌다', '본질이 흐려졌다' 운운하면서 6월 항쟁으로 연결짓는 시도를 '모욕'이라고까지 규정했다.
시위 의미 축소시키려 급급
최근 조중동의 시위 관련 사설을 보면 '악에 받쳤다'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 시민의 거센 저항에 휘말린 조중동은 어떻게든 시민의 행동을 깎아내리고 시위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다.
여대생 폭행 동영상이 뉴스에까지 나오고 물대포를 맞은 시민이 반실명 상태가 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경찰의 '과잉 진압'이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조중동은 시위의 의미를 축소시키기에만 급급하다.
동아일보는 2일자 '쇠고기 촛불시위는 6월 민주항쟁이 아니다'라는 사설에서 "항쟁의 역사적 의의와 젊은 학생들의 희생을 생각한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위생검역 조건 협상에서 촉발된 촛불시위를 결코 동렬에 놓을 수 없다"며 이것을 "민주항쟁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아는 이번 시위를 6월항쟁에 비유하는 것을 '모욕'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그것이 왜 모욕인지에 대해서는 끝내 밝히지 못했다.
동아, "6월항쟁과 비교하는 건 가당찮다"
사설은 계속 "정부의 쇠고기 협상이 서툴렀고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를 6월항쟁과 비교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고 순수성도 의심스럽다", "촛불시위를 민주항쟁으로 몰아가고 싶은 세력이 있다면 국민 건강을 위협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집단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만 할 뿐 왜 6월항쟁과 비교를 하면 안되는지에 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사설은 "어느 인터넷 매체는 '이명박 대통령, 국민의 피를 원하십니까'라는 섬뜩한 제목의 기사로 6월 민주항쟁 수준으로 끌고 가자고 부추기고 있다"는 말까지 썼다. 바로 이번 시위를 현장 생중계하며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은 <오마이뉴스>를 겨냥한 것이다.
인터넷 매체들이 현장 생중계를 통해 시위의 본질을 알리고 있고 이 때문에 동아일보가 누리꾼의 비난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한 화풀이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3일자 사설 '촛불시위 그만하면 충분하다'에서 이명박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금명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이제 자신들의 주장이 전달됐으니 시위 참가자들은 한 발 물러나 정부 대응을 지켜보라"고 밝혔다.
중앙, "촛불시위 그만하하고 정부 믿으라"
중앙도 역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6월항쟁을 연결시키는 것은 6.10 정신을 훼손하는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점점 과격해지는 시위 양상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나 중앙은 "청년들의 정의감, 식탁안전을 말하는 주부와 중장년층의 비장함, 어린 학생들의 순수함이 사법처리로 연결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라고만 밝혔을 뿐, 참가자를 겨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여대생을 군화로 밟고, 비폭력을 외치는 시민을 방패로 찍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시위가 과격해진 이유도 제시하지 않고 그저 "안타깝다"라고만 말하는 중앙의 모습은 어색하게 감정을 잡는 풋내기 연극배우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어설픈 감정으로 중앙은 "정부를 믿고 시위를 중단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지금도 자신의 영향력이 엄청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조선, '기회주의 언론'의 진수를 보이다
조선일보 2일자 사설 '청와대 코앞에 밀어닥친 시위대를 보며'를 보자. "미국 쇠고기 먹고 광우병에 걸렸다고 확인된 사람은 미국에도 한국에도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명백한 사실까지 믿지 않겠다면 대화가 불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광우병에 대한 불안을 표출하는 데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민심을 읽지 못하고 여전히 "광우병은 없다"고 주장하며 시민의 자제만을 촉구한 것이다.
그나마 조선은 특공대까지 동원하고 해산에만 급급한 경찰 진압의 역작용을 우려하며 "국민 분노를 어떻게 진정시키느냐가 문제지, 진압의 문제가 아니다",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물대포가 아니라 국민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다"라고 다른 보수언론보다는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조선은 3일자에 '무역피해 오더라도 쇠고기 재협상 논의하는 수밖에'라는 사설을 실었다. 조선은 재협상 과정과 쇠고기 협상 파기로 인한 국가의 피해를 장황하게 설명한 뒤 "지금 국민의 요구는 '그럼에도 재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한다"고 썼다.
얼핏 보면 국민의 뜻을 따르라는 요구로 볼 수 있지만 그렇다면 쇠고기 협상 파기와 FTA 파기 이후의 문제를 그렇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조선은 이들을 설명한 뒤 '그래도 국민은 재협상을 원한다'라고 썼다.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그렇게 되면 나라는 무너진다"는 뜻을 교묘하게 밝힌 것이다.
광화문서 연일 터져나오는 "조중동, 불꺼라"
최근 조선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시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 조선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비결(?) 중 하나는 '기회주의적 논조'였다. 집권 전 그렇게 이명박 정부를 찬양하던 조선은 이명박 정부가 연일 '실정 퍼레이드'를 펼치자 정부를 비판하는 시각으로 점점 바뀌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조선은 FTA를 찬성하고 광우병 쇠고기는 없다는 것을 계속 부각시켰고 정부의 중요한 실책들을 감추면서 이번 시위도 시민의 과격함이 문제였다는 논조를 버리지 않았다. 핵심적 논조는 유지하면서 내용만 교묘하게 고쳐 마치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처럼 보이게 만드는 게 조선의 논조다.
지금 조중동은 시민의 뭇매를 맞고 있다. 광고를 중단하라는 시민들의 전화가 기업에 빗발치고 인터넷에는 온통 조중동을 끊어야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민들의 모니터 활동이 더 활발해졌고 광화문에는 '조중동, 불꺼라'라는 소리가 연일 들리고 있다. 시민들은 이제 조중동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뉴스를 클릭하고 현장 중계를 본다. 조중동의 보도를 '시대착오'로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보수언론 사설의 자가당착과 6월항쟁
"6월 민주항쟁은 군사 반란과 광주 유혈진압을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정권의 독재 연장 음모를 막기 위해 전 국민이 함께 일어난 궐기였다." 동아일보가 규정한 '6월항쟁'의 의미다. 바로 여기에 이번 시위를 '6월항쟁'에 비유하는 근거가 들어있다.
지금의 시위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 강행과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건설과 언론통제, '강부자, 고소영' 내각, 경찰의 시민 폭행과 강경진압으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국가 붕괴 음모를 막기 위해 전 국민이 함께 일어난 궐기이다.
그리고 사실을 교묘하게 바꾸고 숨겨가며 의미를 계속 퇴색시키려하는 보수 언론을 향한 궐기이기도 하다. 이것이 시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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