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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들, 저러다 말겠지.'

 

아마도 정부는 이 정도 수준의 생각으로 촛불을 얕잡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쩌나?. 정부가 아무리 물대포를 쏘고 공권력을 동원해 엄포를 놓아도 촛불은 결코 지치거나 패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들은 정부와는 '노는 방식'에서부터 다르다. "미친소 너나 먹어!"라는 경쾌한 문장에서부터 정부는 이미 촛불시위대에 졌다. 그들의 의사 표현 방식은 이처럼 단순 명쾌하다. 미국 쇠고기가 그렇게 좋으면 '너나 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과학이 어쩌네 저쩌네 하며 떠는 것 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거기엔 웃음과 해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MB가 생각하는 '잃어 버린 10년'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자유와 평화,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소통방식이 만들어낸 차세대 한국인들인 것이다.

 

그들의 눈에 MB는 이미 과거이자 꼰대일 뿐이다. 어느날 갑지기 꼰대 하나가 나타나 그들에게 영어 몰입교육 이내 뭐내 하며 '과거로의 회귀'를 권했다. 거기다 '급식으로 미친소 먹고, 대운하에 빠져 죽으라'니 꼭지가 돌만도 하다. 그래서 그들은 '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촛불은 본의 아니게 MB 보다는 훨씬 덜 꼰대화된 세대들까지도 감동시켰다. 그래서 '예비 꼰대들'은 촛불소녀들의 뒤를 이어, 광화문으로 청계천으로 달려갔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역사는 아마도 이 사건을 '1차 디지털 혁명'이라고 기록할 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싸움의 기술에 있어도 정부 보다는 한수 위에 있다. 억압된 감정이나 분노를 푸는 방식은 물론 소통의 방식도 다르다. 마이크를 잡고 해산 명령을 내리는 경찰에게 "노래해"를 연발하고, 물대포를 쏘아대는 공권력 앞에 우의를 입고 나가, "쏴라, 쏴라~"를 외치기도 한다. 사정이 이런대도 정부는 최근 강경대응으로 일관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를 분사하며 엄포를 놓는다. 그러면 그럴수록 시위대만 늘어날 뿐이다.

 

이쯤에서 MB는 자문해 봐야 한다. 아날로그적인 사고 패턴으로 디지털 세대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소통의 방식이 쌍방향이 아닌 설득을 가장한 '명령 하달식'은 아닌지를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그들은 누가 동원해서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간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들은 이미 시위를 축제와 문화 해학으로까지 발전 시키며 장기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는 그들과 싸우면 싸울 수록 불리해 지는 것은 오히려 정부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들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정부의 말바꾸기나, 신뢰감 떨어지는 정책보다는 그들의 행동이나 말이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란 점이다. 재미와 감동은 사람을 모이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설득의 힘까지 갖추고 있다.

 

정책하나 가지고도 이리 저리 말을 바꾸며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꼰대 정부'가 3개월이 지나도록 못한 일을 그들은 단 며칠 만에 해냈다. 시청에 나가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 보라.

 

물론 꼼수를 부려 이 순간을 모면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정치방식에는 감동이 없다. 따라서 사람이 모일리도 없다. 민중 없는 정치는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백기를 드는 것이 낫다. 그것은 결코 모양 빠지는 일이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미국과의 재협상이 어려운가. 그렇다면, 최소한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와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을 국민 앞에 사과하면 된다. 그렇다면 단순히 사과만 하고 끝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일까. 물론 아닐 것이다. 일본과 대만의 협상결과를 보고, 그 틈을 노려 반드시 재협상을 하겠다고 국민을 설득하면 된다. 그리고 실제로 그 때가되면 재협상을 시도해 국민이 흡족해 할만한 결과를 내면 된다. 그것이 바로 소통의 방식이자 감동의 정치이다.

 

그러나 '꼰대 MB'는 촛불 뒤로 숨어 버렸다. 국민이 발끈하면 잠시 뒤로 숨어 있다가 다시 나와 딴소리를 한게 벌써 여러번이다. 바로 그런 태도 때문에 요즘 촛불 시위의 피켓에 'MB OUT'이란 문구까지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일까. 서른살 중반의 '예비 꼰대'인 필자의 눈에도 MB는 무척 위태로워 보인다. 고집을 부리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MB는 그들을 설득하기에 앞서 그들에게 지는 법부터 배워야 할 것같다.


태그:#MB, #이명박, #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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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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