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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름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만…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하지만, 보통 사람에게 죽음은 슬프고 아득한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인간은 죽는다고 생각하면, 죽음은 삶의 일부이자 하나인 것 같다. 어느 시인은 삶은 소풍이고 죽음은 영원한 귀의라고 이야기한다.
 
또 우리 속담은 '거름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라고 이야기한다. 저승은 이승의 반대말. 죽어서 영혼이 머무르는 곳을 '황천'이라고 한다. '황천'은 물을 뜻하고, 저승을 황천에 비유한 것은, 모태회귀라는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겠다.  
 
 
복천동, 고분은 우리의 가야문화와 신라문화의 보고
 
복천동 고분군은 쾌적한 고분공원으로 가꾸어지고 있어, 시간이 나면 자주 산책삼아 나온다. 이곳의 고분군은 그 옛날 부산의 지배층 무덤으로, 우리의 가야문화에 신라 문화의 편입과정을 보여주는 유적들이다. 고분군의 규모는 해발 60m, 길이 700m, 폭 80-10m 정도로 동래 북쪽의 마안산 중앙부에서 서남쪽으로 길게 뻗은 구릉 위에 밀집 분포되어 있다.
 
 
영보단비 앞에서 일제 강점기의 핍박을 생각하다
 
내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 고분공원 내에 우리나라 선조들이 세운 '영보단'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1909년 중앙정부에서 호적대장을 거두워 들이려 하자, 주민들은 조상들의 성명이 적힌 호적대장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것을 우려하여, 마안산 기슭에 동래지역 13개면의 호적대장을 모아 불태우고 이 위에 단을 쌓아 '영모단'이라 하였다.
 
매년 음력 4월 23일 이 단에 모여 동래기영회 주관으로 제사를 지내며 잔치를 벌였으며, 일제 침탈로부터 우리 것을 지켜 내려는 의지를 다짐하며 '영보단'이라는 비석을 세웠다.
 
이곳에 오면 돌아가신 아버지, 작은 아버지, 큰 아버지, 오촌 당숙 등 많은 분들이 떠오른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대동아 전쟁과 6. 25 전쟁을 겪으면서 숱한 민족의 아픔을 함께 해온 그분들의 생애가 지금의 내 삶을 성찰케 한다.
 
삶과 죽음은 하나, 죽음도 하나의 삶이다.
 
무속 신화 '바리공주'에 의하면, 저승은 이승의 끝에서 다시 육로 삼천리, 해로 삼천리 너머에 있다고 한다. 죽은 넋은 칼산 지옥, 화탕 지옥, 독사지옥, 암흑 지옥 등 시왕이 다스리는 10종 지옥 외에 팔만사천 지옥을 거쳐 가게 되어 있다. 이 지옥을 다 지나 다시 높은 산을 넘고 험한 길 너머의 끝없이 넓은 바다를 건너야, 비로소 생명수가 있는 저승에 닿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이승에 발을 딛고 사는 한 죽음은 한 순간 너머 저편인 듯도 하다. 그러나 죽음은 우리의 삶 속에 내재한다. 그 죽음이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 존재하는 이 시간과 경계가 없는 이곳에 누운 조상들의 시간은 원과 같이 하나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갑옷 연구 및 고대 한일 관계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
 
복천박물관에서는, 고분군에서 나온 신발형 토기를 비롯한 토기류 2,500여점, 철제갑옷을 포함한 금속기류 2,720여점, 금동관을 포함한 장신구류 4,010여점, 뼈연장 등의 기타유물 10여점, 그 외 인골 5구, 말 이빨 등의 동물뼈 7점 등을 전시하고 있다.
 
경주 고분의 화려한 금은제 유물에 비하여, 복천동 고분은 철제 유물이 많은 것이 특징으로 4~5세기 '철의 왕국' 가야를 증명해 주고 있다. 말머리 장식각배(보물 제 598호)를 비롯하여 장송의례나 신앙행위와 관련된 짚신, 수레, 배, 등잔,오리 등의 모양을 한 토기가 자주 출토된다. 무엇보다도 갑옷과 투구, 마주 등 방어용 무기는 복천동 고분군을 대표하는 유물로 우리나라 갑옷 연구와 고대 한일 관계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야외 전시관에는 나무덧널무덤 54호와 구덩식 돌덧널무덤 53호의 내부형태를, 발굴한 모습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 전시된 무덤의 축조방식과 부장품 등을 통해 당시의 매장문화를 엿볼 수 있다. 
 
박물관 유물과 고분군 유적에는 아침 일찍 관람해도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구경 거리가 많다. 아니 구경거리 속에 선조들의 삶의 향기에 취하다 보면 그 관람시간이 너무 짧다.

덧붙이는 글 | 관람시간 : 09:00 ~18:00 ( 11월 ~ 2 월은 17:00 시) ;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태그:#복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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