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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부가 끝내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쇠고기 고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된다.

 

'고시 강행'에 분노한 5만여 명의 시민들은 29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 촛불을 들고 모였고, "고시철회, 협상 무효"를 외치며 새벽까지 거리시위를 벌였다. 

 

30일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일제히 고시발표와 거리시위에 대한 사설을 내보냈다.

 

촛불 끄는 <중앙>, 흠집 내는 <동아>

 

중앙일보는 <쇠고기 수입고시, 뒷수습은 깔끔하게>에서 "이번 고시는 완벽하지도 않고 최선도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불거진 여러 가지 협상 문제점을 나름대로 보완했고, 더 이상 다른 방도를 찾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사설은 "되짚어 보면 이번 사태 와중에서 정부는 실수와 헛발질투성이였다. 광우병 공포보다 우왕좌왕하는 정부가 훨씬 불안하게 보였다. 이제 뒷수습이라도 깔끔하게 해주길 주문한다"며 정부에 대한 주문을 내놓았다. 

 

한편 시민들을 향해 "이제 우리 사회는 촛불을 끄고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자칫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반정부 운동의 빌미로 악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잘못한 점이 있었지만 가능한 수준에서 보완을 했으니 불순세력에게 악용되지 않으려면 촛불을 끄라'는 얘기다.

 

동아일보는 <수입 쇠고기 엄격한 관리로 국민 불안 해소해야>에서 "민주노총과 화물연대는 쇠고기 출하를 막기 위해 전국 14곳의 미국산 쇠고기 냉동창고의 정문 봉쇄를 예고해 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점들에 대한 폭력도 우려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을 흠집내려 들었다.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주장을 고집스럽게 반복하기도 했다. 사설은 "과학적 기준으로 본다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크게 우려할 것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3억 미국인과 200만 재미교포들이 먹는 쇠고기를 계속 문제 삼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정부의 특별점검단이 미국 현지의 도축장 30곳을 방문해 SRM이 안전하게 제거되는 등 위생관리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현지에서 먹는 쇠고기와 우리 나라로 수입되는 쇠고기가 같지 않다는 점, 특별점검단이 2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도축장 30곳을 방문하고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점, 검역이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몇 명의 점검단을 보내 미국의 600여 개의 작업장 모두를 감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등은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약발' 떨어진 주장을 계속 펴고 있다.

 

<조선>이 이명박 정부에 짜증낸 이유

 

조선일보의 사설 <대통령,총리,장관,공무원부터 미국 쇠고기 먹어야>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짜증'을 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조선일보는 '정부'와 '관'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충정을 먼저 내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식단부터 미국산 쇠고기로 바꾸고, 청와대·정부 청사와 국회 구내식당, 대법원과 각급 법원 구내식당과 지방자치단체와 의회의 구내식당 메뉴에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놔야 한다" "대통령부터 각급 공직자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가정 밥상 자리에도 미국산 쇠고기를 올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우려하고 분노하는 것은 정부가 미 쇠고기에 대한 위험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수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은 대통령과 장관들이 몇 번 먹는다고 생겨나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대통령과 고위 관리자들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라"고 말하는 것은 격렬한 항의의 표현이다.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이 설령 30개월 이상의 미국 쇠고기를 먹는다고 해도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미국 쇠고기의 안전을 믿게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이런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무능한 이명박 정부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 것이다. '쇼'를 해서라도 국민을 설득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논리가 통한다면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주장해 온 조선일보 직원들부터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독자들 앞에서 먹어보이는 '쇼'를 해야 하지 않나? 국민은 이런 '쇼'를 원하는게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또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고 선동한 정치인·학자, 무슨 무슨 운동가, TV방송사 고위 간부, 전교조·민주노총 간부들이 값싸다고 뒷구멍에서 몰래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집에 들고 가지 않는지는 반드시 눈 뜨고 지켜볼 일이다"라는 어이없는 주장도 폈다.   

 

이쯤 되면 '히스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진보진영이 이번 '광우병 정국'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덕분에' 조중동의 '배후론'이 전혀 먹혀 들지 않았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시민사회단체의 사람들이 '몰래 미국 쇠고기를 먹는 이중적 행태를 보일 수 있다'는 식의 저급한 공세를 하고 나선 것이다. 한마디로 소가 웃을 일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국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고 듣길 바란다. 오죽하면 네티즌들이 이들 신문에게 광고를 낸 회사들의 불매운동까지 펼치고 나섰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조중동, #고시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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