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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0일 누리꾼들이 <조선일보> 사설에 발끈했다. '대통령, 총리, 장관, 공무원부터 미국 쇠고기 먹어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에 "당신들부터 같이 먹어 보라"고 카운터를 날렸다.

 

<조선일보> 오늘 사설은 엊그제 양상훈 논설위원의 기명칼럼 '대통령 가족도 30개월 미국 소 먹어야'의 후속편이다. 대통령의 손자와 손녀까지 먹어야 한다는 내용이 '공무원'으로  대체됐을 뿐 그 내용이나 주장의 취지는 거의 똑같다. 국민들이 이렇게 못 미더워하니, 대통령부터 나서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 국민들을 안심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 또한 대통령과 정부인 만큼 이런 방식으로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자 누리꾼들이 들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조치에 대한 반발 여론을 그동안 근거 없는 '광우병 괴담'이라고 치부해 왔던 만큼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 조선일보 사람들도 함께 모범을 보이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나 <중앙일보>와는 달리 <조선일보>는 뒤늦게나마 정부의 졸속 대미 쇠고기 수입 협상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통령의 손자손녀들에게까지도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를 먹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로 <조선일보>의 톤은 상당히 격앙돼 있다.

 

"대통령도 미국 쇠고기 먹어야"가 안 먹히는 이유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런 태도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시니컬하다. <조선일보>가 과연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불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의도가 '불순'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오늘 사설에 대한 누리꾼들의 댓글 반응을 전한 <오마이뉴스> 기사 '<조선> 구내식당도 '30개월 이상' 미쇠고기로 바꿔라'에 소개된 누리꾼 '삼손'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누리꾼 '삼손'은 "마치 조선일보가 국민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착각하도록 쓴 글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냥 고시됐으니 촛불집회고 수입반대고 간에 수입해서 먹자는 말"이며 "대통령 식단 관리를 언급한 것은 국민 감성을 이용하려는 목적" 같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의 속셈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꾼 '아카시아'는 "'대통령 식단을 미국산 쇠고기로 바꿔라'는 사설은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말과 진배없다"고 해설했다. 그는 '궤변'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주장은 궤변은 아니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일관된 것이다. 누리꾼 '삼손'과 '아카시아'가 잘 간파한 것처럼 <조선일보>의 주장은 "미국산 쇠고기는 어디까지나 안전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고시'한 것처럼 수입을 전면 개방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정부가 국민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큰 만큼 '대통령부터 공무원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시범적으로 먹어 국민들을 안심 시키라"는 주문이다.

 

촛불의 '참을 수 없는 순정', 왜 이제 보도하나

 

 

그런 점에서 오늘 <조선일보>에서 더 주목되는 기사는 최보식 사회부장의 촛불집회와 거리 시위에 대한 르포 기사 '그들은 '참을 수 없는 순정'으로 나왔고...'이다.

 

최보식 사회부장은 직접 취재해 본 결과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참가자는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정보를 신봉하고 '참을 수 없는 순정'으로 나온 것 같았다"고 했다. "이번 촛불집회의 뚜렷한 특징이라면 아직은 '중앙통제식'이 아니라는 점"이라고도 했다. "대다수 시위 참여자는 광우병에 대한 불안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에서 제 발로 뛰쳐나온 것이 틀림없었다".

 

최보식 사회부장의 촛불집회 르포는 비교적 정확하다. 필자도 몇 차례 확인한 현장의 분위기를 잘 전하고 있다. 최보식 사회부장이 얼마나 현장을 직접 취재했는지는 기사에 정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가 적시한 기록이 모두 현장 기록이라고 한다면 최보식 사회부장은 25일부터 29일 새벽까지 촛불집회나 시위는 거의 빠지지 않고 지켜본 듯하다.

 

그런데 이런 르포 기사가 왜 이제야 실린 것일까? '참을 수 없는 순정'으로 거리에 모인 사람들, "배후론을 비웃는 제 발로 뛰쳐나온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그동안 경찰의 '배후설' 등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던 것일까? 무엇보다 최보식 사회부장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이런 현장을 목격하고서도 왜 기자들에게 촛불집회의 진상을 제대로 취재하고 보도하도록 하지 못했을까?

 

그런 점에서 최보식 사회부장의 르포 기사는 타이밍을 놓쳤다. 그 뒤늦은 타이밍 때문에 그의 르포기사는 빛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이런 르포 기사까지도 <조선일보>의 또 하나의 뒤늦은 알리바이는 혐의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뒤늦게라도 <조선일보> 지면에서 이런 기사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은 흥미롭다. <동아일보>나 <중앙일보>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조선일보>의 진면목을 새삼 재확인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태그:#촛불집회, #조선일보, #최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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