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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25일 이틀 간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오늘도 촛불문화제는 예정되어 있고, 거리 시위가 예상된다. 경찰은 이틀간 거리 시위를 벌였던 사람 중 69명을 연행하여 고등학생 1명을 훈방했다. 지금은 68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26일 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예전에 (시위가 한창일 때) 한총련은 12시(자정)까지 (시위를) 하고 그랬는데 이번엔 더한 것 같다"고 했다. 과거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과 노태우 정권 시절 학생들의 가투와 최루탄·백골단·화염병·보도블록을 기억하는 이들이 어청수 총장 발언을 들으면 웃음이 나올 것이다.

특히 어 총장은 이번 촛불집회와 거리 시위를 두고 "자전거를 탄 선발대가 미리 나가서 리드하고 있는 데다 곳곳에 나타나 경찰력을 분산시키는 등 (이들의) 경로를 보면 우발적인 것은 아니고 치밀한 것 같다"며 배후에서 시위대를 조종하는 세력이 있음을 밝힘으로써 순수 문화제가 아니라 정치집회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이 촛불문화제와 거리 시위에서 일어난 상황을 밝힌 것을 보면 어 청장 발언은 문제가 있다. <오마이뉴스> 박형준 시민기자가 쓴 '얼떨결에 촛불집회 사회를 맡다'에서 박형준 기자는 자신이 얼떨결에 촛불집회 사회자를 맡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가 좀 묘했습니다. 상황에 대해 뭔가 궁금한 것이 생기신 분들이 저에게로 다가와 이것저것 여쭤보시다가 어떻게 그리된 것인지 판단조차 잘 되지 않습니다만, 제가 어느덧 사회자가 돼 있더군요. '주최'가 없는 집회라는 점이 다들 불안하셨던 모양입니다. 사회자를 맡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는데 얼떨결에 그렇게 돼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유롭게 발언했고, 사회자 없이도 집회를 이어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 자신이 사회자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기사를 썼다.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공안기관이 듣기만 해도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불순세력' '운동권'이 아니다. 시민과 아이들이었다. <오마이뉴스> 송주민 인턴기자는 '촛불은 왜 도로를 점거했나?'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조직되지 않은' 조직이다 보니 질서정연한 일사불란함은 없었다. 누리꾼들의 즉석 만남이었기 때문에 앞에서 이끌 지휘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몇몇의 앞장서는 사람들이 시민대오를 이끌며 거리 행진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미리 정해진 행진 동선이나 시위 계획도 딱히 없었다. - (<오마이뉴스> '촛불'은 왜 도로를 점거했나?)"

배후 세력의 점조직이 동원되어 불러낸 것도 아니다. 그들을 <오마이뉴스> 생중계를 보다가 뛰쳐나온 사람, <다음> '아고라'를 보다가 나온 사람, '지금 너는 집 안에서 무엇하고 있느냐'는 동무들의 잔소리를 듣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공중파 방송이 촛불집회를 성실하게 보도하지 않자, 참석자들이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중계하였고, 캠코드로 직접 동영상을 찍어 카페·블로그·포털 사이트 토론방에 올렸다. 자전거 한두 대 타고 시위대를 리드했다고 하는 어청수 청장의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경찰 총수가 민심 동향을 이토록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민심이 급격히 문화제에서 급격히 거리 시위와 정치투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시민들은 촛불문화제를 통하여 대통령과 정부, 한나라당이 귀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재협상에 나섰을 것으로 믿었지만 반대 방향으로 갔다. 괴담과 좌파선동으로 몰았다. 정부가 먼저 순수한 문화제를 정치투쟁으로 몰아갔다. 시민이 먼저 정치투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찰청장은 불법집회로 단정하고 연행된 시위자들을 엄벌하고 계속 불법집회를 연다면 수백명도 처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중동도 당연히 불법집회를 처벌하라고 목놓아 외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한나라당, 공안기관, 조중동은 현 정국 타개책을 진압과 탄압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공중파 방송이 촛불집회와 거리 시위에 대하여 인터넷 언론에 비하면 보도 비중이 매우 적다. 인터넷 포털 역시 메인 뉴스에 잘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누리꾼들과 시민은 안다. 청계광장과 거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휴대전화로 전달되는 화면까지 통제할 수 없다. <오마이뉴스>로 생중계되는 동영상을 통제할 수 없다.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누리꾼들의 비판을 통제할 수 없다.

방송사와 포털이 주요 뉴스에 촛불집회와 거리시위를 보도하거나 배치하지 않아도 누리꾼들은 알아서 촛불집회와 거리 시위 동영상과 참석자들이 직접 찍은 화면을 찾아 나선다.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 할 일은 단 한 가지 탄압과 통제, 엄단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하는 일이다. 그 결단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한 가지는 빨리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여 국민생명권과 검역 주권을 다시 찾는 길이고, 이를 거부하면 생각하기 싫은 결단을 국민들이 요구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거리 시위에 나선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태그:#촛불집회, #거리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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