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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논문 조작 사건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가 다시 뉴스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이에 황 박사의 연구를 지지하는 단체들의 '황우석을 죽이기 위한 좌파의 음모설'이나 '국부의 역외 유출론'같은 주장을 접하며, 황박사 연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빠져 있는 불광불급이나 과학적 국수주의의 함정에 대해서 지적하고자 한다.

폴란드의 위대한 과학자인 마리 퀴리가 어떤 자세로 인생을 살았고, 연구에 몰두했으며, 어떤 자세로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 모든 인류의 존경을 받는 인물로 남을 수 있었는지 소개하면서 접근하려고 한다. 물론 이 글을 쓰는 목적은 황 박사 지지자들과 편가름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황 박사가 진정한 과학자이고 그의 연구 목적이 그와 그의 지지자들이 언급한 것처럼 진정으로 '고통 받고 있는 난치병 환자들이나 지체장애인들에게 재활의 희망을 부여하기 위한' 그야말로 숭고한 인류애를 가지고 있다면, 황 박사 자신이나 그 연구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더더욱 겸손하고 진실한 자세를 가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강아지복제'가 '줄기세포 재현'인가?

논문 사기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할 당시에나, 애완용 개를 복제한 사실에 고무되어 당시 상황이 이른바 "불손한 세력의 황우석 죽이기 음모"였다고 주장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200여 개의 난자 실험에서 줄기세포 11~13개를 배출했다'는 논문 내용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백번 양보하여 "오염 사고로 배양된 줄기세포가 훼손되었다"는 당시 변명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인다고 하자. 그렇더라도 황 박사에게 다시 자신의 논문 내용을 입증할 충분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는 11개는 고사하고 단 1개의 줄기세포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 황박사가 보여준 '애완용 강아지 복제 쇼'는 여전히 논문 조작사건을 통해 알려진 '황우석 과학 사기사건'의 전말을 뒤엎을 만한 아무런 근거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필생이 담긴 연구가 단지 실수에 의해 결과가 사라졌거나 혹은 타인의 모략에 의해서 결과가 부정되는 현실 앞에서는 누구나 좌절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연구 결과를 입증하여 명예를 회복하려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마리 퀴리(maria skłodowska-curie)의 연구 자세는 확실히 모범적이다. 일찌기 마리는 우라늄 광석에 우라늄 외에 다른 방사성 물질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였다. 결국 남편인 피에르 퀴리(Pierre Curie)와 방사성 물질의 정체를 밝히는 일에 몰두했고 그 중 하나를 규명해 내어 자신의 조국의 이름을 따 '폴로늄'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방사성 물질인 '라듐'의 존재와 측정치를 논문에 발표했지만 학계는 이들의 연구 결과를 신용하지 않았다. 학계의 여론은 대체로 "라듐의 실체를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만약 퀴리 부부가 이 상황에서 황박사처럼 쉽게 생각했다면 "아니 라듐의 실체를 확인하고 측정치를 발표한 사실 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인데 누가 우리 부부를 음해하는가?"라고 반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퀴리 부부는 '라듐을 추출하여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입증할 유일한 길임을 알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구하기도 어려운 역청우라늄에서 라듐을 추출하는 일에 무려 3년을 매달렸다. 그 동안 이들 부부의 손을 거쳐 가루가된 역청우라늄 원광이 무려 8톤에 이르렀다. "미치지 않으면 다다르지 못한다(不狂不及)"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무려 3년간을 8톤의 돌덩이와 씨름한 끝에 그들 부부가 얻은 라듐은 0.1그램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들은 자신의 논문을 입증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오늘날 '황 박사 죽이기 음모론'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황박사에게 씌워진 누명(?)을 벗기고 자신의 진실을 입증하려면 줄기세포를 보여주면 될 일이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황 박사 또한 '한국인 최초로 노벨 생의학상 수상자'가 되는 것은 따논 당상일 것이니, 필자 또한 이런 불경한 글을 올리게 된 것을 머리 조아려 사과할 것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 제대로 미쳐야 하는 거다

마리퀴리라는 이름 앞에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자, 인류 최초 노벨상 2회 수상자, 여성 최초의 소르본느 대학 교수(심지어는 그의 딸 부부까지 노벨상을 받았다) 등 수 많은 수식어가 오히려 그녀의 위대한 삶에 그림자가 되고 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그녀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러시아의 장학관 앞에서 러시아의 역사를 줄줄이 외우고 장학관의 칭찬을 받은 후 눈물을 흘린 어린 시절의 유명한 에피소드와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러시아의 감시 속에서 아이들에게 폴란드어를 가르치던 그녀의 열정은 애국자로서의 그녀의 단면을 엿보게 하지만 그녀는 국수주의자는 결코 아니었다.

프랑스 유학을 마친 후 귀국한 그녀는 조국 폴란드보다 프랑스가 자신의 연구에 더 큰 진전이 있을 거라고 판단하여 피에르의 청혼을 받아들였고 그 후 프랑스에 몸을 묻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발견한 방사성 물질에 조국의 이름을 붙이고, 노벨상 수상 기금 절반을 조국의 후진 양성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적립하는 등 한 순간도 조국을 저버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나라의 이익만을 위해 독점하지 않았다. 무려 3년간을 우라늄광석을 깨고 부수고 찌고 삶으며 겨우 얻은 라듐 추출을 위한 노하우를 그대로 공개하였는데 이유는 한 가지였다. '모든 연구 성과는 모든 인류의 자산이며 자신의 노하우가 공개됨으로서 이 분야 연구가 더 빠르게 진척될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이뿐 아니다. 그녀의 사망 원인이 된 '방사능 피폭'은 그녀로 하여금 '방사선이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해 주었다. 방사선이 불치의 질병으로 알려진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사선 치료법(퀴리 요법이라고도 한다)'을 개발한 것이었다.

주변에서는 그녀에게 방사선 치료법의 특허등록을 유혹했지만 그녀는 단호히 거부하였다. 이것 역시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방사선 치료법을 특허등록했다면, 방사선을 통한 암 치료법은 오늘날과 같은 괄목할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고, 암 치료에 드는 비용 역시 현재로선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 거액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것은 비단 암치료뿐 아니라 방사선이 활용되는 모든 산업분야에 있어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오늘날 황 박사의 연구 결과가 인류의 장래에 혹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큰 기여를 하게 될지, 이 시점에서 예측 할 수 없지만 연구가 인류에게 진정으로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그는 누구보다도 겸손해져야하고 진실해져야한다. 이것은 그의 연구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사람들에게도 역시 함께 주고 싶은 교훈이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분명 미쳐야 하지만 미치는 것도 격이 있다 할 것이다. '미쳐도 제대로 미쳐야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황우석, #마리퀴리, #줄기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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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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