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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 17번째 만에 촛불이 거리로 나섰다. 문화제 성격이 강하였고, 중고등학교 여학생들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촛불은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나서게 되었다. 거리로 나선 촛불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더 이상 이명박 정부는 믿지 못하겠다"는 선언이다. 시민이 정부를 불신하면 정부는 어떤 정책도 추진할 수 없다. 통제와 탄압을 통하여 어느 정도까지는 추진할 수 있겠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다.

 

촛불문화제 참석자였던 김경호(42)씨는 7살 딸과 9살 아들과 함께 나왔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는 동네 친목회 등 다섯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에 일말의 기대를 가졌는 데 이제 이 정부에게 모든 기대를 포기했다"면서 "이제 내 아들딸은 내가 지켜야겠다, 이웃들과 함께 아이들을 지키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민주주의의 역사'는 내가 기록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시민들을 정부는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37명을 연행했다. 온갖 회유와 거짓으로 시민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진실을 바라는 시민들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게 되자 결국 탄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산 명령을 거부한 채 도로를 점거하고 연행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하는데 가담한 37명을 현행범으로 체포, 이들 중 불법행위를 주도한 사람을 가려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경찰과 공권력은 시민들이 집회를 하면 집시법을 들어 불법을 규정하고 엄단을 한다. 그런데 집시법을 어긴 시민들은 쉽게 연행, 구속시키면서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행한 불법에는 나랏일과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불구속하는 일은 무엇인가?

 

정치인과 경제인들도 집시법을 어긴 시민들에게 적용한 엄격한 잣대를 왜 적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엄청난 불법과 탈법과 비리에 비하면 집시법을 어긴 시민들은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정부는 이번 미국산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국민 생명권까지 미국에 팔아버렸다. 졸속협상, 굴욕협상이다. 영어 단어 하나 해석하지 못하는 관료들에 비하면 거리를 점령하여 시위한 시민들을 교통 흐름에 조금 불편함을 주었을 뿐이다.

 

어제 집회 동영상을 보면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자유롭게 발언하였고, 질서를 유지했다. 시민들 어느 누구 하나 먼저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공권력에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이 물대포를 쏘았다. 구경하던 시민들을 방패로 위협했다.

 

농민단체와 노조가 집회를 할 때마다 평화시위를 폭력시위로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경찰이다. 시민들이 먼저 거리로 나갔을지라도 충분히 시민들을 인도로 다시 유도할 수 있었지만 경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거리 시위자들보다 경찰 병력이 더 많이 배치되었음을 상기하라.

 

이명박 정부는 촛불문화제가 거리 시위로 변화고 있는 이유를 깨달아야 한다. 거리 시위를 폭력시위와 불법집회로 몰아가 여론을 왜곡하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조중동과 적극적인 지지와 KBS 사장을 교체하고, 문화방송을 민영화하여 방송을 통제함으로 이명박 대통령 마음대로 여론을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니다.

 

거리시위에서 방송은 침묵했지만 <오마이뉴스>는 생중계를 했다. <오마이뉴스> 생중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직접 디지털 카메라와 손전화 카메라. 웹캠을 통하여 인터넷만 할 줄 알만 어디서나 시위 장면을 볼 수 있다.

 

시위 참가자들이 직접 찍은 생생한 화면을 보는 누리꾼들을 분노할 수밖에 없다. 통제불능 사태가 올 수 있다. 조중동이 아무리 친정부 여론을 조성하고, 촛불집회를 폭력집회 불법집회로 왜곡하고, 방송이 보도하지 않아도 시민들이 직접 찍은 생생한 동영상은 인터넷 언론과 포털을 통하여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지난 23일 첨단환경 연구원 김이태 박사가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양심 선언에 대한 조회수가 37만2386회다. 댓글은 1만4515개가 달렸다(25일 오후 4시 현재). 박정희 군사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진실을 외면하고 정책을 수립, 추진하기 위하여 언론을 통제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소통문제로 생각한다.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런 미국산 쇠고기 반대를 '괴담'이라고 할 뿐이다.

 

거리에 나선 시민을 결국 물대포로 진압하고, 방패로 위협한다. 불법집회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해산하라는 방송을 외치고 조중동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유와 평화 시위를 불법과 폭력 집회로 만들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 있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결단은 국민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내려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장관고시 실시하지 말고, 재협상해야 한다. 한미FTA도 재협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오바마가 부시에게 한미FTA반대 공개서한을 보냈다.

 

한미FTA를 미국 이익에 맞게 재협상하겠다는 선언이다. 미국은 재협상을 할 수 있는데 왜 우리는 재협상 하지 못하는가? 또 FTA와 쇠고기는 다른 성격이라고 할 것인가? 미국이 할 수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

 

통제와 탄압을 통하여 미국산 쇠고기 사태를 넘어가지 말라. 16번 동안 청계광장과 서울시청광장에서 조용하게 치러졌던 촛불문화제가 17번째 만에 거리로 나선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음을 밝힌 것이다. 소통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아무리 믿어달라고 해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믿음을 주는 방법은 탄압과 통제가 아니다. 오직 재협상을 통하여 국민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지키는 일이다. 이 일은 이명박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끝내 결단하지 않으면 국민이 결단할 수밖에 없다.


태그:#촛불집회, #거리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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