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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매발톱은 꽃몽우리 뒷부분이 마치 매발톱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매발톱꽃은 변이가 많아서 원예종으로 사랑받는 꽃이며, 울창한 숲 가장자리에서 그를 만나면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마치 숲 속에 은은한 초롱불을 밝혀놓은 듯합니다.

 

화초를 좋아하시는 어머님 덕분에 사시사철 꽃을 보긴 하지만 원예종을 별로 좋아하질 않습니다. 그러나 매발톱만큼은 다릅니다. 원예종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을 품고 있으니까요.

 

 

매발톱꽃은 이른 봄에 누구보다도 먼저 새싹을 냅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에도 싹을 내밀고 탐색전에 들어가고, 이내 무성하게 이파리를 낸 연후에야 꽃을 피우죠.

 

어느 꽃이나 그렇지만 매발톱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참으로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무엇을 잡고, 무엇을 놓아줄 것인가!'입니다. 뭔가를 보면서 뭔가를 느낀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실존은 지금 무엇을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보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실존이 달라집니다. 보려고 하는 것이 자꾸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이 더덕을 캐기 위해 산에 올랐답니다. 그러니까 오로지 더덕만 보이더랍니다. 결국은 곁에 있는 산삼도 보지 못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더덕팀과 산삼팀을 나눠서 산에 올랐다고 하더군요.

 

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들꽃에 관심이 있다 보니 산에 들어가면 꽃만 보이고, 길을 걸을 때에도 꽃만 보입니다. 자연에 대한 것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우리 운 앞에 펼쳐지는 일들이 모두 그렇습니다. 자꾸만 보려고 하는 것만 보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무엇을 보는지를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듣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실존이 달라집니다. 듣는 것도 보는 것과 같아서 들으려고 하는 것이 들리기 마련이지요. 때론 듣기 싫은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는 경우도 있는데 어쩌면 듣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듣게 되는 것이지요. 자기를 흉보는 소리 같은 것입니다.
 
남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소리인데 정작 자신은 그 소리만 크게 듣는 것입니다. 자연의 소리를 듣는 사람은 자연을 닮고, 신의 소리를 듣는 사람은 신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사람이 무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말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실존이 드러납니다. 말이라는 것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으로 본 것과 들은 것을 토대로 나타나게 되어있지요. 그래서 그 사람이 보는 것과 듣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도 말하는 것(혹은 글)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허망한 말을 꾸며대는 이들은 늘 허망한 것을 보고, 허망한 말을 듣는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의 말이 진실하게 여겨진다면 그런 사람과 사귐을 가지십시오. 그 사람이 보고 듣는 것을 함께 보고 듣게 될 것입니다.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행동이라는 것은 모든 것들 즉, 보고, 듣고, 말한 것의 결론입니다. 꽃이 핀 후에 열매를 맺는 것처럼 행동은 열매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좋은 열매는 좋은 나무가 맺습니다.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알 수 있듯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이죠. 아무리 단순한 행동이라도 눈여겨 보면 돌발적인 행동은 거의 없습니다. 그 안에 이미 들어있던 것이 표출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알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행동을 해도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매발톱꽃, 그가 하늘로 날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새가 마치 새가 날갯짓을 하는 듯 보입니다. 아무리 날개짓을 해도 날아갈 수 없는 꽃, 그들의 뿌리가 땅에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식물은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스스로 그 자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냥 묵묵히 받아들임, 오로지 그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비록 자신들은 날지 못하지만 후손들만큼은 더 먼 곳으로 훨훨 날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매를 맺을 때에는 좀 더 높이, 높이 하늘을 향하는 것이겠지요.
 
 
우리는 오늘 무엇을 잡고, 무엇을 놓아주어야 할까요? 경제논리만이 판치는 세상, 그것만을 움켜 잡으려다보니 정말 우리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잡을 것과, 놓아줄 것을 혼동하면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헛된 것을 잡으려고 매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살아가게 하는 것을 잡는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최소한 그렇게 살아가려는 이들의 발톱을 꺾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매발톱, #야생화, #매발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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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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