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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들이 4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성화봉송 행사 시작전 오성홍기, 'Beijing 2008'이라고 써진 현수막 등을 들고 중국어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이 4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성화봉송 행사 시작전 오성홍기, 'Beijing 2008'이라고 써진 현수막 등을 들고 중국어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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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서울에서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가 개최된 날. 중국 유학생의 붉은 물결은 대한민국 수도를 뒤덮었다. 이 물결은 '성화 봉송 저지단체'와 충돌하면서 성난 폭도가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경악했다. '남의 나라 수도에서 폭행사태를 벌인 것은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는 반응부터 '이러한 폭행사태의 주범이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있느냐'는 반응까지 다양했다. 심지어는 인터넷에서 중국인 유학생 명단이 적힌 '살생부'가 나돌면서 양국 누리꾼간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한국의 일부 언론들도 이 여론에 동참했다. 전후사정은 생략한 채 단지 폭행사태를 집중 비난했다. '오만한 중국인을 벌하고 한국인의 자존심을 세우자'는 논조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의 민족주의를 비난하면서 반대로 한국의 민족주의를 고조시키는 꼴이 되어버렸다. 이 때문에 한국인은 폭행사태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하기 보다는 감정적 대응에 치우쳤다.

당시 봉송 행사에 참가한 중국인 유학생 A씨와 중국인 유학생 간부 W씨를 지난 7일 서울 신촌에서 만났다. A씨는 "한국 신문에서 행사에 참가한 중국인 유학생을 인터뷰한 기사는 찾을 수 없다. 대부분의 기사 내용이 티벳 독립지지자와 탈북자 단체의 의견을 기반으로 '조직 동원설', '계획적 폭행설' 등 추측성 기사를 남발하고 있다"며 "중국인 유학생이 한국인을 폭행한 것에 대해 무조건 잘못된 것을 알지만 우리에게도 공평하게 말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조직적, 계획적이었나?

한국의 일부 언론매체는 "어떻게 8000여 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한날한시에 모였나", "어떻게 지방각지에서 동시에 모였나", "오성홍기의 크기나 문구가 똑같았다" 등의 이유를 들어 이번 폭력사태가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중국인 유학생 간부 W씨는 "한국의 중국인 유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지역까지 아우르는 조직적인 연락망을 갖추기 힘들다"며 "만약 유학생이 동원되었다면, 적어도 서울에 있는 나한테는 연락이 와야 할 것이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한국이 2002년 월드컵을 치를 때를 생각해 봐라. 얼마나 많은 국민이 광화문과 시청 등지에 모였는가. 그것이 동원된 것인가? 그 당시 한국인의 마음과 중국인이 올림픽을 잘 치르고자 하는 마음은 같다. 이런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대부분 중국 젊은이들은 2002 월드컵 당시 한국인들의 단결된 모습을 부러워한다. 이 때문에 유학생들이 자주 가는 인터넷 게시판에 '우리도 한국인처럼 뭉쳐보자'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며 한국인의 모습에 대한 동경이 중국인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4월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앞에서 성화가 출발한 뒤 중국 유학생들과 중국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충돌한 가운데 한 시민이 중국 유학생들의 폭행을 피해 빠져나오고 있다.
 4월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앞에서 성화가 출발한 뒤 중국 유학생들과 중국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충돌한 가운데 한 시민이 중국 유학생들의 폭행을 피해 빠져나오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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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중국인들은 성화가 올림픽공원을 출발한 직후부터 시위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티벳 지지자들은 티벳국기 흔들고 자극적인 정치구호 외치면서 중국인을 자극했다. 또한 탈북자 단체 중 일원은 중국 여학생을 자전거로 위협하는 등 폭행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왜 이러한 사실은 한국언론에서 다루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인터넷에 중국 유학생 간부의 명단이 떠도는 것과 관련, "지역에서 모대학에 다니는 한 친구는 이번 폭행사태과 아무 관련이 없음에도 그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며 "그는 한동안 일방적인 욕설을 하는 전화를 받아야 했고, 학교명까지 공개되어 학교생활도 불편해졌다"고 항변했다.

내가 만난 중국유학생들. 그들의 목소리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나름의 이유와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


태그:#중국인 유학생, #폭행사태, #편파보도, #민족주의, #성화 봉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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