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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영산(수도산) 해발1050m 높은 곳에 수도암이 있어요. 4월말쯤, 아직도 떠나기 싫은듯 막바지 겨울이 꼬리를 살짝 걸치고 있어요. 산 아래에는 온통 푸른빛인데, 여긴 아직도 나무들이 누런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답니다. 맞바람, 추위와 싸우면서 가파른 오르막길에 자전거를 타고 간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 청암사 수도암 불영산(수도산) 해발1050m 높은 곳에 수도암이 있어요. 4월말쯤, 아직도 떠나기 싫은듯 막바지 겨울이 꼬리를 살짝 걸치고 있어요. 산 아래에는 온통 푸른빛인데, 여긴 아직도 나무들이 누런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답니다. 맞바람, 추위와 싸우면서 가파른 오르막길에 자전거를 타고 간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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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사 비구니 스님이 주신 따듯한 정을 먹고 이제 '수도암'으로 올라갑니다. 날씨는 아직도 춥고 쌀쌀했어요. 도대체 4월 끄트머리인데, 왜 이다지도 추울까? 게다가 바람은 왜 이리 세게 부는지 정말 힘이 들어요.

옛날 솜씨마을 '장뜰'

청암사를 내려와 모퉁이를 도니, 아주 멋진 마을이 하나 나옵니다. 바로 평촌리 '장뜰(장평)'마을인데, '옛날솜씨마을'이라고도 하더군요. 이 마을은 김천시에서 '체험마을'로 정하여 꾸리고 있는데 집집이 한 가지씩 옛날 추억을 되새기며 스스로 이것저것 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었어요.

대문마다 '짚풀공예 집', '약단술 익는 집', '천연염색 집', '평촌흑두부 집'……. 이런 이름표가 붙었는데, 민박집을 꾸리는 곳이에요. 도시 사람들이 내려와 머물면서 우리 전통을 체험하는 곳이지요.

장뜰 마을을 둘러보면서 김천시에서 마을 사람들이 돈을 벌수도 있고, 전통도 살릴 수 있는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여기면서 마을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수도암으로 올라갑니다. 마을 앞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우리를 보더니, 한 마디 합니다.

"아이구! 오늘 날씨가 억수로 추운데이, 여는 산골이라서 이래 춥답니다. 그나저나 수도암 만디(꼭대기)는 눈이 안 왔능가 몰라!"

평촌리 장뜰(장평)마을이에요. 여긴 김천시에서 '체험마을'로 정하여 옛 전통을 이으며 살아가는 곳이랍니다.
▲ 김천 옛날솜씨마을 평촌리 장뜰(장평)마을이에요. 여긴 김천시에서 '체험마을'로 정하여 옛 전통을 이으며 살아가는 곳이랍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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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수도암까지 간다는 우리를 걱정하며 하신 말씀이었어요. 마을을 벗어나면서 보니, 이정표에 '수도암 7km'라고 씌어있었어요.

"어이쿠! 7km! 그래도 가보자! 까짓 거 지가 멀어봐야 얼마나 멀라고?"

해발 1050m 수도암 가는 길

장뜰마을을 벗어나면 수도암으로 올라가는 7km 남짓 되는 찻길이에요. 사진에서 보이는 오른쪽 길은 '무흘구곡' 가운데 7곡인 '만월담' 가는 길이랍니다. 안내판이 따로 없어 찾기가 매우 힘들었어요. 김천에 있다는 6곡부터 9곡까지 지금 찾아가는 길에 모두 있답니다. 하나씩 찾으면서 가는 재미도 남달랐어요.
▲ 수도암 가는 길 장뜰마을을 벗어나면 수도암으로 올라가는 7km 남짓 되는 찻길이에요. 사진에서 보이는 오른쪽 길은 '무흘구곡' 가운데 7곡인 '만월담' 가는 길이랍니다. 안내판이 따로 없어 찾기가 매우 힘들었어요. 김천에 있다는 6곡부터 9곡까지 지금 찾아가는 길에 모두 있답니다. 하나씩 찾으면서 가는 재미도 남달랐어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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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또 다시 낯선 곳에 찾아가는 설렘으로 신나는 마음을 안고 자전거를 굴렸어요. 틈틈이 사진도 찍고, '무흘구곡' 7곡부터 9곡까지가 수도암 가는 길에 있다는 걸 알고 하나하나 찾으면서 올라갔어요. 아, 그런데….

말이 7km이지 올라가면 갈수록 길이 차츰 더 가팔라지고 구불구불한데 몹시 힘이 들었어요. 또 차들도 수도암에 가는지 틈틈이 오르내리고…. 길은 아스팔트로 잘 닦여 있었지만 가는 내내 내리막은 없고 오르막길만 있어 쉼 없이 발판을 굴려야 했어요. 아마 한여름이었다면, 수도암엔 가지도 못하고 그만 주저앉고 말았을지도 모르겠어요.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맞바람과 싸우며 추위를 견디며 올라갑니다. 도대체 4월 끝무렵인데, 왜 이렇게 추운 걸까?
▲ 끝없이 이어진 길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맞바람과 싸우며 추위를 견디며 올라갑니다. 도대체 4월 끝무렵인데, 왜 이렇게 추운 걸까?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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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오늘 날씨가 왜 이 모양이야?"
"그케 말야. 맞바람도 세고 춥기도 엄청 춥네! 오늘 온종일 이럴 거 같은데?"
"에고, 날을 잘못 잡았나?"
"어쨌거나 가봅시다. 이것도 다 추억이지 뭐, 안 그래?"
"그럼 그럼,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렇게 고생한 게 더 보람되고 오래 남을 거야! 하하하~"


짓궂은 날씨 탓만 하고 있을 수도 없고 고생도 보람이라고 스스로 달래면서 부지런히 올라갑니다. 불영산(수도산) 꼭대기가 해발 1360m이고, 수도암이 8부 능선 쯤 되는 1050m 높이에 있으니 참 높긴 높네요. 한참 동안 그렇게 올라왔을 즈음, 이 높은 산 중턱에서 밭을 일구는 아저씨가 보였어요.

"세상에나! 이 높은 곳에서도 밭을 일구고 있네."
"이야! 이런 거 보면, 사람 손은 참 놀랍다. 못 하는 게 없다. 마을 텃밭을 가꾸는 할머니나, 이 높은 산에서 흙을 다지고 있는 저 아저씨나, 참 대단하다."
"그러게 말이야. 그러니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거야? 더구나 우리 나라 사람은 손바닥만 한 자투리 땅 만 있어도 저렇게 잘 가꾸고 살아가니, 정말 농사꾼들이 우러러 보인다."


거의 수도리 마을에 닿을 쯤, 이렇게 높은 산골에도 땅을 일구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농사꾼들은 참으로 놀라워요. 손바닥만 한 자투리 땅도 그냥 두는 일이 없어요. 이들한테는 목숨줄을 잇는 일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이런 농사꾼을 보면 참으로 우러러 보인답니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지요.
▲ 이 높은 산골에 거의 수도리 마을에 닿을 쯤, 이렇게 높은 산골에도 땅을 일구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농사꾼들은 참으로 놀라워요. 손바닥만 한 자투리 땅도 그냥 두는 일이 없어요. 이들한테는 목숨줄을 잇는 일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이런 농사꾼을 보면 참으로 우러러 보인답니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지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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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수도암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수도리' 마을에 닿았어요. 매우 작은 마을이에요. '고로쇠 물 팝니다'라고 쓴 간판도 걸려 있고, 드문드문 민박집도 눈에 띄었어요. 여기저기 작은 텃밭들과 함께….

"어머나! 여기 좀 봐! 여긴 개나리가 인제 핀다."
"허허! 구미에서는 꽃은 다 지고 새파란 이파리뿐인데 확실히 여긴 봄이 더디 오나 보다."


정말 그랬어요. 구미에서는 벌써 개나리, 목련, 벚꽃까지 다 떨어진 지 오래 되었는데, 수도리 마을에는 이제야 개나리와 목련이 피네요. 그만큼 봄이 더디 오는 곳이었나 봅니다. 하긴, 4월 말인데도 이렇게 추우니 그럴 만도 하지요.

수도리 마을 들머리에는 키 큰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벌써 몇 백 년 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나무 밑둥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게 매우 남달랐어요. 오랜 시간이 흘러 저절로 저렇게 되었지 싶어요. '아마도 산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얘기들을 모두 알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예쁜 마을, 작지만 정겨워 보이는 수도리를 사진기에 부지런히 담고는 이제 다시 수도암으로 올라갑니다.

수도리에는 이제야 개나리꽃이 피었어요. 목련은 아직 봉오리가 맺힌 것도 있었답니다. 이렇게 봄이 더디게 올 줄이야! 그런데... 이보다 더 높이 있는 수도암에는 아직도...
▲ 개나리와 봄 수도리에는 이제야 개나리꽃이 피었어요. 목련은 아직 봉오리가 맺힌 것도 있었답니다. 이렇게 봄이 더디게 올 줄이야! 그런데... 이보다 더 높이 있는 수도암에는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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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 년이 흘렀다고 하는데, 큰 느티나무 밑 둥치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어요. 이 느티나무도 오랫동안 수도리 마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는 듯했어요.
▲ 수도리 느티나무 몇 백 년이 흘렀다고 하는데, 큰 느티나무 밑 둥치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어요. 이 느티나무도 오랫동안 수도리 마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는 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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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리 마을을 벗어나서 또 다시 수도암에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길 위에서 찍은 마을 모습이에요. 저 아래 산을 넘어서 예까지 올라왔어요.
▲ 수도리 마을 수도리 마을을 벗어나서 또 다시 수도암에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길 위에서 찍은 마을 모습이에요. 저 아래 산을 넘어서 예까지 올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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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어데로 가는 거요?"
"네. 수도암에 올라갑니다."
"그걸 타고 여기까지 왔어요?"
"네."
"근데 저는(저기는) 저거 타고 못 올라가는데?"
"네. 그런 가요? 천천히 올라가지요. 뭐."


아저씨는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예까지 올라온 걸 보고는 몹시 놀라워하셨어요. 게다가 수도암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통 믿지 않는 눈치였어요.

마을을 벗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오르막길이 나왔어요. 시멘트로 닦아놓았지만 정말 가파르더군요. 마을 사람들도 서넛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니, 이젠 꼼짝없이 타고 올라가야 해요.

어디를 가든지 이런 오르막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놀라워하세요. 그러면서 저마다 "대단하세요!", "멋있어요!"하며 격려해주거나 손뼉을 쳐주는 이들도 있어요. 이럴 땐, 괜히 우쭐해지기도 한답니다. 그러다 보면 어떤 때에는 내리고 싶어도 못 내리고 끝까지 가야합니다. 사실 이렇게 하면서 자전거 타는 솜씨가 늘어나는 건지도 모른답니다. 하하하!

가도가도 끝이 없어요. 한 고비, 두 고비, 지나고 나면 또 다시 오르막길! 도대체 왜 절집은 이렇게 높은 곳에 있을까? 투덜대기도 하면서 갑니다.
▲ 수도암 가는 길 가도가도 끝이 없어요. 한 고비, 두 고비, 지나고 나면 또 다시 오르막길! 도대체 왜 절집은 이렇게 높은 곳에 있을까? 투덜대기도 하면서 갑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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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오르막 가파르기가 거의 18~20%쯤 되니, 처음부터 기가 질리더군요. 그래도 끝까지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자세를 가다듬고 올라탔어요(사실, 오르막에서는 자전거에 올라타는 것도 매우 힘이 든답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지금까지 여러 번 올라가봤지만, 오늘은 좀 더 힘들 듯 보였어요.

아니, 지금까지 올라가본 오르막보다 훨씬 더 가팔랐어요. 한 고비, 두 고비, 오르고 또 올라도 다리를 조금이라도 쉴만한 곳이 없네요(오르막을 한참 올라가다가도 조금 평평한 땅이 나오면 자전거 위에서도 좀 더 느긋하게 굴리면서 다리를 쉴 수 있답니다). 저기까지만 올라가면 될 듯했는데, 또다시 오르막, 갈수록 길이 더 가팔라집니다.

"우리 옷 좀 벗고 가자!"
"그래! 그러자!"
"휴우~~~! 다행이다."


춥다고 바람막이 옷까지 입고 올라왔는데, 끝없는 오르막 때문에 몸이 차츰 더워졌어요. 남편이 옷 벗고 가자는 바람에 어찌나 기쁘든지….

"그나저나 우리 마누라 대단하다."
"하하하! 나 손현희야!"
"그래그래. 대단하다. 잘했어! 저 아래서 못 간다고 내릴 줄 알았더니 꾸역꾸역 따라오데?"
"하하하! 그럼 내가 누군데, 나 손현희라니까? 하하하."
"하하하!!!"


우리는 서로 용을 쓰고 올라오느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면서 크게 웃었어요.

"어쩌면 오늘 날씨가 도와줬는지도 모르겠다. 한여름이라면 여긴 못 오겠다."
"그러게. 그나저나 왜 절집마다 이렇게 높이 있는 거야? 꼭 이런 데 있어야 도가 닦이는 건가?"
"하하하, 수도암이 본디 수도하는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래."
"하긴 그러네. 이름값 톡톡히 하네. 그 옛날 같으면, 이런 데는 세상과 완전히 떨어진 곳이잖아. 누가 이렇게 깊고 높은 산속에 쉽게 올라오기나 하겠어? 그땐 차도 없잖아."
"그래 맞아. 속세를 떠나 이것저것 다 잊고 살기엔 여기가 딱! 이네."


과일도 먹으면서 잠깐 쉬다가 또다시 자전거에 올라탔어요. 애고, 모퉁이 하나 돌고나니 드디어 수도암이네요! 이럴 줄 알았다면 저기서 안 쉬고 오는 건데…. 아깝다!

힘겹게 올라오다가 더워서 옷 하나 벗으려고 쉬었는데, 어느새 절집이라니! 애쓴 보람이 있었나요? 우리 눈앞에 펼쳐진 '수도암'은 참으로 아름다웠어요. 무척 조용하면서도 가슴 후련한 분위기를 어떻게 글로 써야할지…. 내 모자란 글 솜씨를 탓할 수밖에!

"저기 좀 봐!"
"응? 어디?"
"저 산에 나무들 좀 봐! 여긴 아직 겨울이다."


남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세상에나! 이제야 개나리가 피던 바로 아랫마을 '수도리'와도 또 다른 풍경이었어요. 나무들이 아직 누런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어요. 텃밭이나 절 마당에 심어놓은 작은 나무에만 푸른빛이 감돌뿐 온통 누런 빛깔이 그대로인 게 아직 겨울풍경이에요.

"이야! 요 아래 수도리하고 여기하고 온도 차이가 한 달이나 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러네."
"그런데 우리 옷 다시 입어야겠다. 바람이 장난 아니다."


기를 쓰고 오르막을 오르느라 덥다고 옷을 벗어야했는데, 이젠 금세 다시 입어야했어요. 바람이 예사롭지 않아요. 얼른 주섬주섬 옷을 다시 입고 숨 한 번 크게 돌린 뒤에 절집 구경을 했어요. 이렇게 힘겹게 올라왔으니, 틀림없이 좋은 얘깃거리가 있을 거라고 여기며 구석구석 사진을 찍기에 바쁩니다.

이 안에는 보물 307호인 '비로자나불좌상'을 본존불로 따로 모셔두었어요. 또 그 곁에 있는 약광전에는 '석불좌상'(고려시대 보물 296호)도 있답니다. 이 수도암은 도선국사가 통일신라시대인 헌안왕3년(859)에 세운 절이에요.
▲ 청암사 수도암 대적광전 이 안에는 보물 307호인 '비로자나불좌상'을 본존불로 따로 모셔두었어요. 또 그 곁에 있는 약광전에는 '석불좌상'(고려시대 보물 296호)도 있답니다. 이 수도암은 도선국사가 통일신라시대인 헌안왕3년(859)에 세운 절이에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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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마당은 크게 일층과 이층으로 나누어지는데, 오른쪽으로 나한전이 있고 마당 앞에는 높은 계단이 있었어요.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꽤나 오래 되어 보이는 '대적광전'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여기도 저 아래 청암사 보광전에서 봤던 것처럼 빛바랜 단청인데 매우 멋스러워요.

대적광전 앞에는 똑같이 생긴 돌탑 두 개가 동쪽 서쪽으로 나누어 하나씩 서 있고 그 가운데 '석주'와 '석등'이 있어요. 모두 하나 같이 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듯, 이끼가 끼고 거뭇거뭇합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탑은 모두 삼층석탑인데 서로 쌍둥이 같았어요. 그러나 모양이 조금씩 달라 보이기도 한데….

우리는 서로 안내글을 읽으면서 동탑과 서탑을 번갈아 견줘보았어요. 절집들을 많이 다녀봐서 그런지 이제는 이런 게 눈에 조금씩 들어와요. 기단이니, 탑신이니, 몸돌이니….

대적광전 앞 뜰에 돌탑 두 개가 있어요. 동탑과 서탑, '석등'과 '석주' 이 모두가 오랜 시간을 견디어 온 듯, 이끼가 끼고 거뭇거뭇합니다. 삼층석탑 둘은 어찌 보면 쌍둥이처럼 닮았는데, 자세하게 보면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요. 감실에는 '여래좌상'을 돋을새김하여 놓은 것도 퍽 남달랐어요.
▲ 청암사 수도암 삼층석탑(보물297호) 대적광전 앞 뜰에 돌탑 두 개가 있어요. 동탑과 서탑, '석등'과 '석주' 이 모두가 오랜 시간을 견디어 온 듯, 이끼가 끼고 거뭇거뭇합니다. 삼층석탑 둘은 어찌 보면 쌍둥이처럼 닮았는데, 자세하게 보면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요. 감실에는 '여래좌상'을 돋을새김하여 놓은 것도 퍽 남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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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살짝 열려 있으나, 여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에요. 수도암은 마음을 밝히며 여러 수도승이 수도하는 곳이라고 하지요. 아마도 스님들이 공부하는 '선원'인 가 봐요. 들어오지 말라고 하니, 더욱 궁금해서 그 안을 살짝 엿봅니다.
▲ 외인출입금지 문은 살짝 열려 있으나, 여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에요. 수도암은 마음을 밝히며 여러 수도승이 수도하는 곳이라고 하지요. 아마도 스님들이 공부하는 '선원'인 가 봐요. 들어오지 말라고 하니, 더욱 궁금해서 그 안을 살짝 엿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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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탑은 맨 아래 기단이 하나인데, 서탑은 두 개이고, 지붕돌과 몸돌 크기도 조금씩 달라요. 또 감실(불상을 넣어두는 곳)에는 똑같이 '여래좌상'을 도드라지게 조각해놓은 게 신기했어요. 두 탑 모두 오랜 시간을 버텨왔기 때문일까? 지붕돌과 몸돌 사이에 자잘한 자갈을 끼워 넣어 수평을 맞춰놓았어요. '이 탑들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견디어낼까?'하는 마음에 '더욱 잘 보존해야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청암사와 함께 그에 딸린 암자로 '도선국사'가 세웠다는 수도암! 수행자들이 모여 수도하고 마음을 밝히던 절집, 참으로 그 이름이 무척 잘 어울리는 곳이었어요.

아직도 겨울이 떠나지 않은 수도암을 둘러보는 내내 몹시 추웠어요. 산꼭대기에서 부는 바람이 끝까지 심술을 부립니다. 불영산 꼭대기에 올라갔다 오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는데, 이 산을 잘 아는지 두꺼운 옷을 입고 왔는데도 저마다 잔뜩 움츠리고 있습니다.

수도암에서 발길을 돌려 내려가는데, 중간쯤에 내려 설 때까지 손이 시립니다. 차가운 손을 비비며 수도암 쪽을 돌아다봅니다. 그 높은 산언저리에 막바지 겨울은 아직도 물러나기 싫은지 꼬리를 살짝 걸치고 있는 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에서는 '한강 정구' 선생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무흘구곡 이야기와 회연서원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정구 선생의 후손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귀기울여주세요.

뒷 이야기와 더욱 많은 사진은 한빛이 꾸리는'우리 말' 살려쓰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 그리움(http://www.eyepoem.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태그:#수도암, #청암사수도암, #장뜰마을,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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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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