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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를 키웠으니 신문 많이 보셔요"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독자들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2008년 3월 31일부터 신문 본문 활자 크기를 좀더 키웠다. 사진은 요미우리 신문의 본문 활자 크기가 커진 상황을 시대별로 비교한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 화면.
"활자를 키웠으니 신문 많이 보셔요"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독자들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2008년 3월 31일부터 신문 본문 활자 크기를 좀더 키웠다. 사진은 요미우리 신문의 본문 활자 크기가 커진 상황을 시대별로 비교한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 화면. ⓒ 신향식

 

‘활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일본이 활자문화 살리기에 두 팔을 걷고 나섰다. 특유의 근면성에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 출판 문화를 원동력 삼아 전후 경제 기적을 이룬 일본이 새삼 활자문화 살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

 

일본은 ‘활자문화 이탈현상’에서 비롯된 일본 사회의 ‘지식 공동화(空洞化)’ 현상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 단적인 예로 일본은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가 전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력 평가 결과를 받아들고는 충격에 빠졌다. 최근 OECD가 세계 57개국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력 평가에서 일본은 독해력 부문 15위란 낮은 성적을 기록한 것.

 

활자와 출판문화 강국이라고 콧대가 높던 일본의 자존심에 커다란 금이 간 셈이다. 학생들이 TV와 인터넷, 게임기 등 속속 출현하는 영상 위주의 뉴미디어에 탐닉하고 글읽기를 멀리한 결과가 고스란히 학력평가에 반영됐다.  

 

요미우리 신문 '21세기 활자문화프로젝트' 실시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21세기 활자문화 프로젝트’란 이름 아래, 창간 130주년 기념으로 2002년 11월부터 전사적인 차원에서 활자 문화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 '21세기 활자문화프로젝트' 실시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21세기 활자문화 프로젝트’란 이름 아래, 창간 130주년 기념으로 2002년 11월부터 전사적인 차원에서 활자 문화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신향식

 

"신문 판매도 감소" '활자문화 이탈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일본에서는 서적뿐만 아니라 신문 판매도 감소하고 있다. 사진은 주요 일간지들을 판매하고 있는 도쿄 지하철 가판대.
"신문 판매도 감소"'활자문화 이탈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일본에서는 서적뿐만 아니라 신문 판매도 감소하고 있다. 사진은 주요 일간지들을 판매하고 있는 도쿄 지하철 가판대. ⓒ 신향식

 

이 같은 초라한 성적표 앞에 일본 열도의 활자 문화 부흥을 위해 최선봉을 자처한 곳이 바로 발행부수 1천만 부를 넘는 일본 최대 신문사인 요미우리 신문. 요미우리 신문은 ‘21세기 활자문화 프로젝트’란 이름 아래, 창간 130주년 기념으로 2002년 11월부터 전사적인 차원에서 활자 문화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사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취지는 다음과 같다.

 

“현재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활자 이탈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다음 세대의 사고력과 창조력의 저하는 물론이고, 인간성의 쇠퇴까지 초래할 수밖에 없어 활자문화를 재정비하고 발전시키는 게 급선무로 다가왔다. 따라서 요미우리 신문사는 출판 및 관련 업계와 협력해 활자문화 진흥회의를 발족하고, 책과 신문 등 활자문화를 지키고 키워나가기 위해 ‘21세기 활자문화 프로젝트’를 전개하기로 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21세기 활자문화 프로젝트를 위해 각 연령층을 대상으로 활동 분야를 3단계로 나눠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젊은층 중심으로 활자문화 이탈현상 '뚜렷'"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책과 신문 읽기를 게을리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도쿄 도심에서 쇼핑을 즐기는 일본 젊은이들 풍경.
"젊은층 중심으로 활자문화 이탈현상 '뚜렷'"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책과 신문 읽기를 게을리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도쿄 도심에서 쇼핑을 즐기는 일본 젊은이들 풍경. ⓒ 신향식

 

그 첫 번째가 ‘새로운 독서생활’. 아쿠다가와상이나 나오키상, 요시카와상 등 쟁쟁한 문학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들과 사회 저명인사들을 초대해 ‘책’에 대한 생각과 독서에 대한 열정을 청중에게 들려주고 의견을 나누는 행사를 열고 있다.

 

일본 전국을 순회하며 여는 강연회의 주제를 살펴보면 ‘책 오타쿠(마니아)는 바보가 되지 않는다’, ‘독서로 뇌력(腦力)을 키우고 자신을 바꾸자’ 등 책읽기와 활자 문화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또 전국 서점과 연계해 책 관련 전시회도 기획하고 있고, 작가나 저명 인사들이 진행하는 독서 강연을 요미우리 신문 지면에 싣고, 위성 방송 등에도 방영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독서교양 강좌’다. 이 강좌는 활자문화 이탈 현상이 심각한 일본 대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대학들과 연계해 교양 수업에 전문 작가를 초청, 특별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수강 신청한 학생 이외에 일반에도 공개되는 특별 수업을 통해 작가들과 학생들이 눈높이를 맞추고, 호흡을 함께 하며 독서의 즐거움을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같은 독서교육 강좌는 메이지대학, 오사카대학, 니혼대학, 아오야마학원 대학, 간사이대학, 긴키대학, 고쿠시칸대학 등 일본 전국 28개 대학이 참가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어릴 적부터 활자 매체에 대한 친근감을 심어주기 위해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책 읽어주기 교실’을 확대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교실을 열어 아이들이 일찍부터 책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부모들에게는 가정에서 효과적으로 독서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책읽기 교실의 한계를 뛰어 넘어 매일 각 가정에서도 부모와 자녀가 책을 보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도쿄, 오사카, 교토, 최북단 홋카이도 등 일본 전국 각지에서 매 강좌 평균 200명 이상이 참가하는 등 뜨거운 호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 역 근처에 있는 한 대형 서점. 한때 출판왕국으로 통하던 일본은 젊은층의 '독서 이탈 현상'으로 서적 판매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 역 근처에 있는 한 대형 서점. 한때 출판왕국으로 통하던 일본은 젊은층의 '독서 이탈 현상'으로 서적 판매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 신향식

 

요미우리 신문의 '21세기 활자문화

 프로젝트' 강연 주제

 

▲ 현자는 역사에서 배운다  ▲ 언어의 힘  ▲ 작가의 탄생  ▲ 책을 즐기는 방법  ▲ 읽기의 중요성  ▲ 번역 문학의 오늘  ▲ 우리들과 소설과…  ▲ 어른이 돼 가는 여러분들에게  ▲ 후련하게 시대를 심판한다  ▲ 일순간의 진실  ▲ 지식 여행  ▲ 격차 사회를 여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 역사와 인간, 시대와 마음  ▲ 마음과 언어  ▲ 당신에게 선물하는 한여름의 책 한 권

야마자키 마사카즈 21세기 활자문화 프로젝트 추진위원장(극작가, 도아대 대학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활자문화란 인간다운 존재방식 그 자체다.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홍수 속에 사람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는 길 안내자인 활자 매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영상 미디어 등 과학 기술의 진보와 함께 쏟아지는 정보 가운데 활자 매체만이 사람의 두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만들고, 자신의 현실을 이해하게 돕고, 또 해석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요미우리 신문의 ‘21세기 활자문화 프로젝트’는 일본 문부과학성과 문화청, NHK, 일본서적출판협회, 일본도서관협회 등 정부기관과 유력 민간단체들이 적극 후원하고 있어 그 열기가 일본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요미우리에 뒤질새라 유력 종합일간지인 마이니치 신문에서는 학생들의 책읽기를 장려하기 위해 매년 ‘독서 감상문 콘테스트’를 열고 있다. 이 콘테스트에는 일본 전국에서 400만 명의 학생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신문협회의 고위 관계자는 “일본은 전 사회적으로 활자이탈 현상의 폐해를 뼈저리게 겪었고, 그에 따른 자구책의 하나로 활자문화 진흥을 위한 입법과 각종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을 사례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야마자키 마사카즈 위원장의 '21세기 활자문화 프로젝트' 취지 발언

"활자는 표류하는 정보 세계의 닻이다. 인간은 지금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당황하고 있다. 영상이나 음향을 탄 정보는 자극적이지만 계속해서 흐르고 떠다니면서 도무지 두서가 없다. 일관되게 정리하여 의미를 파악하려 하면 그림도 소리도 그 질을 바꾸어 버린다. 말만이 그리고 활자만이, 현실을 응축해 의미 있는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조각난 직물처럼 맥락이 없는 정보는 사람의 감각만을 유혹해 침착하고 정연하게 사고하는 것을 방해하기 쉽다. 활자만이 정보와 인간의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 읽어내는 노력을 요구한다. 머리가 적극적으로 일하도록 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힘으로 현실을 이해하거나 해석하는 사람을 만들어낸다.

 

활자는 비대해져 가는 정보 세계의 골격이다. 무질서하게 부풀어오르기만 한 정보 세계에는 어디가 중심인지 어디가 주변인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마지막인지 도무지 요령이 없다. 활자는 편집이라는 작업을 통해 정보에 뼈대를 부여한다. 예컨대 신문에는 표제가 있고 기사의 장단이 있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책에는 단락과 목차가 있어 저자 생각의 구조를 분명히 할 수 있다.

 

인간이 지식을 가진다는 것은 정보에 이러한 골격을 부여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때문에 활자는 필수불가결의 매체다. 문자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태어났고, 활자는 지식이 전 인류의 것이 되었을 때에 태어났다. 활자 문화는 인간 본연의 인간다운 자세 그 자체이다. 21세기에 더욱 더 성장해야 할 정보 세계가 무질서하게 표류하는 비만아가 되지 않으려면, 확실한 닻과 골격을 준비해야 한다." <출처:http://www.kungr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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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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