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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화순읍에 있는 세량제를 찾은 수백명의 사진 동호인들.
 19일 화순읍에 있는 세량제를 찾은 수백명의 사진 동호인들.
ⓒ 최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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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량제 끝 쪽에서 바라본 모습.
 세량제 끝 쪽에서 바라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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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비친 산벚나무와 삼나무, 소리없이 피어오르는 물안개….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아담한 저수지 세량제(細良堤)의 풍경이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에 있는 작은 저수지 세량제가 전국의 사진 동호인들로부터 입소문을 통해 출사 포인트로 사랑을 받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6년. 지난해에는 화순군이 이곳에 공원묘지를 조성하려고 하자, 사진 동호인들이 화순군청 홈페이지 등에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세량제는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폭의 수채화' '환상적' '몽환적' '무릉도원', '이국적' 등 다양한 표현을 쏟아내며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는지 믿기지 않는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물안개와 산벚나무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

이같은 사진 동호인의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세량제를 보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화순군이 세량제 인근에 추진해온 공설장사시설조성사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해마다 산벚꽃이 필 때인 4월 중순께면 세량제를 찾는 동호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세량제 입구와 칠구재 방향 도로변에는 주차된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산벚꽃이 절정을 이룰 때면 저수지 둑은 발디딜 틈조차 없다. 좁은 공간에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출사지로 세량제만한 곳도 드물 것이다.

당일 촬영 적기는 오전 6시께부터 8시까지 2시간 정도지만, 좋은 포인트를 잡기 위해 서너 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사진 동호인들이 세량제에 사로잡힌 이유는 뭘까?

지난 19일 오전 4시께 세량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수지 둑에 자리를 잡은 사진 동호인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200명쯤 될까. 몇 개의 텐트도 눈에 보인다.

이날 자정을 넘기면서부터 동호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새벽 2시께 자리가 없었다고 한다. 12일과 15일에 이어 이날까지 3번째 세량제를 찾았지만 이날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날이 훤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몰려들기 시작한 인파는 400여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자리를 잡지 못한 동호인들의 안타까운 표정들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포인트가 될 만한 곳이라면 저수지 곳곳에 카메라 삼각대가 놓이고 저수지 물 밑으로 내려가는 동호인을 제지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15일~18일 절정을 이룬 뒤 끝물이어서 저수지는 떨어진 산벚나무 꽃잎이 물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둑 아래까지 삼각대를 놓고 세량제의 비경에 빠진 모습.
 둑 아래까지 삼각대를 놓고 세량제의 비경에 빠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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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의 동호인들 모습이 물가에 반영된 모습이 이채롭다.
 수백명의 동호인들 모습이 물가에 반영된 모습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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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는 카메라 셔터 소리... 그런데 사진과 다르네?

세량제의 매력은 무엇보다 이른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다. 어둠이 걷히면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갑자기 적막감이 감돌았다. 순간을 놓칠세라 카메라의 셔터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400여명의 동호인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저수지 끝쪽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모습을 보며 이들이 세량제를 왜 찾는지 그 이유를 되새겨 봤다.

물안개가 걷히고 해가 떠오르면 물가 주변에 비친 산벚나무와 삼나무·버드나무는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마치 인위적으로 배치해 놓은 듯 주변의 풍경이 저수지에 반영되면서 세량제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이다.

올해만 3번째로 세량제를 찾았다는 사진 동호인 박모(44, 서울 성북구)씨. "세량제는 마치 조경을 해 놓은 듯 주변 산벚나무와 삼나무 등이 조화를 이뤄 물가에 비친 모습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면 마치 무릉도원에 와있는 느낌이 들지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량제를 찾은 김모(57, 부산 기장읍)씨는 "경북 청송의 주산지는 사진 동호인들의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세량제는 그보다 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세량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관광명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웹상에 떠도는 사진 속 세량제만 상상하고 왔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다. 세량제의 실제 모습과 사진 속 느낌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디지털 카메라와 포토샵을 그 원인의 하나로 들 수 있다. 포토샵을 이용해 특정 부분의 색감을 진하게 한다던지 눈에 거슬리는 장애물은 과감히 트리밍(잘라냄)을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기 때문.

세량제는 출사지의 명소임에 틀림없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저수지 주변 나지막한 산등성이에 대형 송전탑 2기가 설치돼 저수지에 그림자가 투영되면서 광각으로 구도를 잡으면 어김없이 송전탑이 나온다.

하지만 동호인들은 크게 상관하지 않은 눈치다. 설령 송전탑이 사진에 나왔더라도 트리밍을 하면 간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웹상에는 송전탑이 나올 위치인데도 불구하고 송전탑이 사라져 있는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으로 싸워준 동호인들, 쓰레기 싹 치워놓은 마을 사람들

좋은 장면이라면 얼굴 기댄 것 쯤이야
 좋은 장면이라면 얼굴 기댄 것 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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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배경으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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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량제는 산벚꽃이 피는 4월 10일부터 20일까지 절정으로 5월 한 달간 계속해서 사진 동호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마을에서 세량제 입구에서 차량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저수지 둑까지 차량이 진입, 차량끼리 엉키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19일 이른 새벽에 만난 박상국(57) 세량리 이장은 마을 입구에서 오전 3시부터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매일 같이 교통정리 봉사활동에 나선 박씨는 사진 동호인들이 고마울 뿐이다. 박 이장이 지난해 공원묘지 조성 반대를 위해 전면에 나서 싸웠는데 사진 동호인들이 화순군청 홈페이지 등에 반대의 글을 올리면서 응원군이 되어 주었기 때문.

마을에서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지난 3월 세량제에서 5톤 물량의 폐기물을 수거, 사진 찍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많은 인파가 몰리자 마을에서 커피와 컵라면을 팔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와 다른 모습이다.
동이 틀 때까지는 최소한 2시간 이상을 꼼짝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동호인들에게 새벽에 산 중에서 맛보는 라면과 커피는 그야말로 색다른 맛이다.

저수지 건너편 끝쪽에서도
 저수지 건너편 끝쪽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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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동호인들이 사계절 세량제를 찾기 시작하면서 주차장과 화장실을 설치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상국 이장은 "전국에서 세량제를 찾고 있지만 주차장과 화장실이 마련돼 있지 않아 마을주민들이 피해를 보면서도 욕까지 듣고 있다"며 "세량제를 통해 화순의 이미지를 전국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인만큼 군 차원에서 주차장과 간이 화장실을 설치해 관광지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진 동호인들의 바람도 한결같다. 세량제 주변에 주차장을 만들고 입구에는 유채꽃을 심어 화순군의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 세량제를 배경으로 전국 사진 공모전을 갖자는 의견도 나왔다.

주차장과 간이 화장실... 하는김에 공모전까지?

광주에서 자주 세량제를 찾는다는 박모씨는 "세량제를 가꾸면 사진 동호인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명소로 자리매김돼 화순군의 관광 코스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자연과 어우러지는 청정골 화순의 이미지에 걸맞게 군 차원의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량제 주변에 편의시설을 갖추고 유채와 꽃단지를 조성하면 세량제가 더욱 명소가 될 것입니다. 전국에서 세량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세량리의 특산품인 두릅과 열무를 판매하면 주민소득에도 보탬에 되겠지요."

박상국 이장의 제안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낚시하러 오셨나요?
 낚시하러 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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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세량제를 찾은 동호인은 400여명에 달했다.
 19일 세량제를 찾은 동호인은 400여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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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도뉴스(http://namdonews.yestv.co.kr)에도 실었습니다.



태그:#세량제, #화순읍, #세량리, #사진 동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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