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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들의 죽음을 아는가?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의 표지
▲ 표지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의 표지
ⓒ 메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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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경남의령에서 한 사람이 얼어 죽는 일이 발생한다. 사망한 장소는 밖이 아닌 집이었다. 사망의 원인은 보일러가 동파해서 흘러나온 약간의 물이 원인이었다. 그는 재가 장애인이었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 안으로 내려가다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사망의 원인은 수직형 리프트였다. 리프트의 철심이 끊어져 추락한 것이다. 그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었다.

흘러나오는 물을 피하지 못해 죽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기 위해 죽고, 저자는 이 어이없는 죽음 속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사회적으로 외치기 시작했다고 쓰고 있다. 장애인이 스스로를 '장애인'이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저자는 다소 직설적이면서도, 다소 불편한 질문을 통해서, 비장애인이 평소 가지고 있었던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관념과 편견들을 꼬집고 있다. 더불어, 비장애인은 쉽게 느끼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권리들에 대해서, 역시 비장애인이 알지 못했던 장애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우 vs 장애인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메이데이, 김도현 지음)의 저자는 비장애인들이 흔히 쓰는 장애우라는 말에 대해 문제제기 한다. 장애우를 한자 뜻 그대로 풀면 '장애인 친구'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주체는 비장애인이며 대상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스스로를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저자는 또 다시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장애우는 어쩌면 장애인을 측은하고 동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그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비장애인의 이중적 감정이 반영된, 철저하게 비장애인 중심의 말인지도 모르겠다.

비장애인의 이런 자기중심적인 사고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면 흔히들 이야기되는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잘 드러난다. 비장애인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비장애인과 최대한 비슷하게 피아노를 잘 치거나, 수영을 잘 하거나, 달리기를 잘 하면 장애를 극복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순간 장애는 개인적인 극복의 대상이 된다.

장애를 극복한다는 말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눈을 뜨고,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이 귀가 뚫리고, 휠체어 장애인이 일어서는 것을 뜻한다면 이것은 성서에나 나올 법한 기적을 말하는 것이다. 비장애인과 최대한 비슷하게 하라는 뜻이라면, 일반인에게 K-1 선수와 싸워서 이기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저자는 장애는 결국 사회적인 시스템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점자를 익힌 시각장애인에게 점자책을 주면, 시각장애인은 눈을 뜨지 않아도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다. 점자책을 제공하지 않는, 비장애인 중심의 학교가 문제인 것이지 시각장애를 가진 것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부산대학교 앞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주장하기 위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함께 버스타기를 진행하는 모습
▲ 버스타기 부산대학교 앞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주장하기 위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함께 버스타기를 진행하는 모습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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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장애의 문제가 사회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한 뒤, 2부에서 비장애인은 잘 느끼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구체적인 권리들에 대해 서술한다. 저자는 비장애인에게는 이동하는 것이 공기와 같기 때문에 그 권리를 누리고는 있어도 잘 느끼지 못하지만, 장애인에게는 그것이 생명과 같은 거라고 이야기한다. 2001년 오이도역 참사는 이것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게 된 중요한 사건이다.

주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이동권 연대에 의한 장애인 투쟁은 2003년 장애인교육권연대가 만들어지면서 보다 다양화된 권리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장애인들 중 초등학교 졸업장을 가진 사람이 50%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장애인들은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장애아동들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실제로 출석체크를 해줄 테니 학교에는 나올 필요 없다고 이야기 한 특수반 선생님들의 이야기들은 장애인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사람이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은 곧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로 이어진다. 역시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삼성은 장애인의무고용제를 관행적으로 어겨서, 세금 내듯  벌금을 납부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장애인의 노동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효율성 위주의 생산체계가 장애인들을 노동사회로부터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개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시대와 장애인

한 장애인이 장애인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 집회 한 장애인이 장애인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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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0일 장애인 차별철폐 문화제에서 연설하는 장애인
▲ 차별철폐문화제 4월20일 장애인 차별철폐 문화제에서 연설하는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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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서 한 비장애인이 장애인 차별철폐의 요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있다.
▲ 피켓 집회에서 한 비장애인이 장애인 차별철폐의 요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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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같은 인식은 장애인 운동은 궁극적으로 반자본주의적 성격을 지닌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자본주의 사회와 같이 생산중심의 사회에서는 생산에 부적합한 노동력을 가진 장애인이 영원히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자본주의적 가치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으며 또 이야기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의 '이명박 시대'에 걸맞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효율성과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이명박 정권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장애인운동은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각종규제를 풀고 친기업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장애인 의무고용제는 불필요한 기업규제로 들릴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9일 만에 차별사례조사를 위한 인력증원에 투여될 예산 5억 4천만원을 삭감하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해 엘리베이터 설치, 경사로 설치 등과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에 드는 비용도 아니고 사전조사부터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부운하의 사업타당성을 위해 들인 엄청난 비용 중 일부만이라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투자할 것을 바라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일까? 이명박 시대를 살아갈 장애인들의 삶이 걱정될 뿐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이 이와 비슷할 취급을 받을 것이다.

장애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아가 이명박 시대의 본질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아니 당신은 이명박 시대를 아는가?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 장애.장애 문제.장애인 운동의 사회적 이해

김도현 지음, 메이데이(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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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장애인, #이명박정권, #당신은장애를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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