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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강금실 공동선대위원장 등 지도부들이 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18대 총선 통합민주당 공천자 전진대회 및 민생제일주의 비전 국민과의 서약식에서 총선 승리를 기원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손학규.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강금실 공동선대위원장 등 지도부들이 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18대 총선 통합민주당 공천자 전진대회 및 민생제일주의 비전 국민과의 서약식에서 총선 승리를 기원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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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서는 기후나 토양 같은 자연환경을 나타내기 위한 표지가 되는 생물 군락이나 식물을 '지표생물' 혹은 '지표식물'이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물은 그 오염도에 따라 1급수부터 5급수까지로 분류하는데 급수별로 사는 물고기나 곤충이 다르다. 흔히 다슬기가 서식하면 깨끗한 물로, 실지렁이류가 서식하면 오염된 물로 볼 수 있다.

지표식물이나 지표식물군락은 기후지표와 토양지표로 나눌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쇠뜨기가 자라는 곳의 토양은 산성이고, 거미고사리가 자라는 곳은 알칼리성에 가까운 땅이다. 또 너도밤나무 숲은 토양이 두꺼운 비옥지의 지표군락이고, 소나무 숲은 척박한 빈양지의 지표군락이다.

'생물'인 정치인 중에도 '지표정치인'이 있다. 이를테면 강남에서만 잘 성장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강북에서만 잘 성장하는 정치인과 정치인 군락이 있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토양지표'와 궁합이 잘 맞을 때 우리는 흔히 '표밭'이 좋다고 한다.

강남에서 잘 크는 정치인, 강북에서 잘 크는 정치인

18대 총선은 인물과 정책 그리고 전선이 없는 '3무 선거'라고들 한다. 대체로 맞는 얘기다. 그러나 실은 17대 총선 당시에도 전선만 있을 뿐, 인물과 정책은 없었다.

17대 총선의 쟁점은 '탄핵' 단 한 가지뿐이었다. 탄핵에 찬성했느냐 반대했느냐의 이분법의 전선만 있고 '중립'은 설 땅이 없었다. 그 결과 '탄핵 심판론'이 승부를 갈랐다.

4·15 총선 당시 '거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대통령 권력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내주는 것을 막기 위해 탄핵을 추진했다(2004년 3월 12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당시 의석 분포는 ▲한나라당 145석 ▲민주당 62석 ▲열린우리당 47석 ▲자민련 10석이었다). 수도권을 내주더라도 보수성향 지지층을 결집시켜 영남을 사수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도 수도권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 당시 수도권 의석수는 현재보다 2석 적은 99석이었다. 그 가운데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76석(서울 32석, 경기 35석, 인천 9석)을 획득한 반면, 한나라당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33석(서울 16석, 경기 14석, 인천 3석)에 그쳤다.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는 수도권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유권자들이 전통적으로 양당 구도를 선호하는 수도권에서는 제3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발을 못붙였다. '탄핵 심판론'이 모든 선거 이슈를 집어삼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결과는 ▲열린우리당 152석 ▲한나라당 121석 ▲민주노동당 10석 ▲민주당 9석 ▲자민련 4석 ▲국민통합21 1석 ▲무소속이 2석이었다. 이로써 지난 12대 국회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여대야소 정국이 열리게 됐다.

지난 2004년 4월 15일 기자회견을 마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대한민국 국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 2004년 4월 15일 기자회견을 마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대한민국 국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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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초선 돌풍, '탄돌이'와 '108 번뇌'로 전락

17대 국회의 특징은 초선의원 비율이 사상 최대였다는 점이다. 17대 국회 초선의원은 188명으로 무려 63%를 차지했다. 지역구 당선자 243명 중 초선의원은 133명으로 54.7%였다. 이는 16대 국회 당시 지역구 초선의원 비율 38.8%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초선의원 비율이 더 높았다. 152명 중 108명으로 무려 71%에 달했다. 17대 국회 초반에 불어닥친 '초선 돌풍'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어떤 초선의원은 "(당 중진들이) '초선들 군기 잡겠다'면 물어뜯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정치권의 세대교체로 정치판에 새 바람이 일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초선 돌풍'이 정치개혁 드라이브의 원동력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목소리만 컸지 전략과 비전은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사공'이 많다보니 배가 종종 산으로 가곤 했다. 열린우리당 창당 3년여 만에 선장이 9명이나 바뀐 것도 이를 반증했다.

언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덕을 본 초선의원들에게 '탄돌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열린우리당 중진의원들은 당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이들을 '108 번뇌'라고 불렀다. 이른바 노-장-청의 부조화는 열린우리당의 여러 실패 원인 중의 하나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와 반성 그리고 이번 ‘개혁 공천’을 거쳐 "같은 '탄돌이'라도 마음 자세가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천을 통과한 이들은 17대 '탄돌이'와는 다르다"면서 "과거의 이념 투쟁하는 진보가 아니라 국민 생활을 책임지는 진보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초선 '탄돌이'는 얼마나 살아남을까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그 많던 '탄돌이'들 가운데 과연 몇 명이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가 선거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수도권 초선'들의 생환 여부가 관건이다. 이번 총선도 영·호남과 충청에서는 '친박 연대'의 등장 같은 지역 정서를 넘어서는 당락의 핵심 변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민주당의 자체 평가는 비관적이다. 민주당의 의석수 목표는 100석(비례대표 포함)이다. 100석을 채우려면 수도권 111석 중에서 적어도 50석은 건져야 한다. 그런데 완전우세 지역 2~3곳을 빼면 거의 절반이 접전 경합으로 분류된다.

그런 점에서 수도권 초선 중에 최재천(서울 성동갑)·정봉주(서울 노원갑)·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은 이번 총선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표적 '지표정치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최재천과 정봉주, 그리고 박영선 후보 3인은 공교롭게도 각각 민주당의 핵심 정체세력인 '쇄신모임'과 손학규 대표 그리고 정동영 전 대표의 '계보'로 분류된다. 따라서 총선에서 이들이 살아남는 것은 '개인'의 생환을 넘어선 '세력' 건재의 지표로도 읽힐 수 있다.

17대 총선은 사실 기후와 토양 등 모든 환경조건이 이들에게 유리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인 강북이라는 비옥한 토양에다가 탄핵역풍이라는 기후조건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 지역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토양이 달라졌다. 기후도 바뀌었다.

최재천 통합민주당 의원과 정봉주 의원이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BBK관련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김백준의 관련 의혹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최재천 통합민주당 의원과 정봉주 의원이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BBK관련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김백준의 관련 의혹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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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①-성동갑 최재천] 정책이론가이자 최전방 공격수

전문가 영입 케이스로 정계 입문한 최재천(44) 의원은 법조인로서는 보기 드물게 17대 국회에서 통일외교 분야 전문가 및 정책 이론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에게 도전장을 던진 진수희 의원(52·비례대표) 역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출신의 정책이론가이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과 경선에서 각각 정동영 민주신당 후보와 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캠프 대변인을 맡아 실전에서도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했다. 또 진 후보가 '총선후 이재오 한나라당 차기 대표론'을 공개 언급할 만큼 핵심 측근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승부는 대운하 찬반 세력의 대결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그래서인지 서울 성동갑은 일찌감치 수도권 최대의 격전지로 꼽혔다. 3월 16일 이후 실시된 4번의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3번은 최 의원이, 1번은 진 의원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MBC-<동아일보> 조사에서도 35.7%(최재천) 대 33.1%(진수희)의 박빙 승부를 펼쳤다. 최 의원은 젊은 층에서, 진 의원은 노년층에서 각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표②-노원갑 정봉주] BBK 주 공격수... 교육정책으로 차별성

서울 노원갑은 지난 대선 당시 BBK 주가조작 의혹의 주 공격수였던 정봉주(48) 의원이 이명박 경선 캠프의 서울선대본부장을 지낸 한나라당 현경병(46) 후보, 그리고 17대 총선 당시 탄핵역풍으로 정 의원에게 금배지를 내준 함승희 전 의원(57·친박연대)이 소속을 바꾸어 4년만의 3인 재대결을 펼친다.

세 사람은 각각 외국어대 운동권 출신과 행정고시 출신 그리고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살아온 길도 각각 다르다. 정 후보는 대학등록금 인상률 제한법 발의 등 교육정책 전문가임을 내세우고, 현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서울선거전략본부장 경력을 내세워 각각 지역 민심을 파고 들고 있다.

현재 판세는 정봉주-현경병 후보가 29.4% 대 28.6%(MBC-동아일보 조사)의 초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가운데 함승희 후보가 추격을 하는 모양새이다.

[지표③-구로을 박영선] 여성후보 맞대결... 역전에 역전 거듭하는 접전

박영선 통합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옵셔널벤처스(구 광은창투)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영선 통합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옵셔널벤처스(구 광은창투)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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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전략공천' 대결지역인 서울 구로을은 박영선(48) 의원과 고경화(46) 의원의 두 현역 비례대표 여성 후보가 맞붙는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구로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그러나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한나라당이 이곳에 '복지 전문가'인 고경화 의원을 첫 전략공천 후보로 지명함에 따라 선거 초반에는 고 의원이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이 '맞불작전'으로 이 곳에 MBC 경제부장(앵커) 출신으로 17대 국회에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굳힌 박영선 의원을 전략공천하면서 전세가 역전되는 등 피를 말리는 접전 양상을 낳고 있다.

지난 세 차례 여론조사 결과는 26.3%<30.3%(25일, <중앙일보>), 23.6%<30.9%(26일, <조선일보>-SBS), 29.4%>26.3%(27일, YTN) 등으로, 박 의원이 고 의원에게 2번은 지고 1번은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지율 추이로 보면 상승세인 박 의원이 오히려 더 유리한 편이다.

"최재천 등은 '수도권+20석'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한나라당 후보들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최재천·정봉주·박영선 의원 3인은 공교롭게도 지난 대선의 주공격수로서 한나라당측으로부터 BBK 주가조작 사건 같은 이런저런 사유로 고소고발을 당한 '악연'이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일종의 '표적공천' 대상자들이다.

이 때문인지 수도권의 다른 의원들은 물론 호남의 동료 의원들까지도 이들이 당락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의 지지율 추이를 보면 어느 정도 총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갑원 의원(전남 순천)은 "최재천·박영선 의원은 우리당이 수도권에서 20석을 더 얻을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면서 "민주당의 100석 달성은 이들의 선전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태그:#지표정치인, #최재천, #박영선,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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