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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지막 토요일(29일), 봄비가 내리는 날씨치고는 꽤나 을씨년스러워 금방이라도 눈발이 날릴 것만 같다. 찬바람에 몸도 움츠러들고 오늘 같은 날은 밥 주발이 묻혀 있는 담요 속 따끈따끈한 아랫목이 그리워진다.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는 노랫말이 있듯이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이런 날은 일거리를 찾기보다는 주전부리 생각에 뭘 만들어 먹을까 궁리를 하게 된다. 우리 부부가 누리는 주말 저녁의 작은 행복은 주전부리하면서 TV를 시청하는 것이다.

주전부리감 1
 주전부리감 1
ⓒ 김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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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뭘 준비할까~  옳거니 얼마 전 홈쇼핑에서 구입한 고구마로 군고구마를 만들고, 오징어와 땅콩이면 되겠지~ 저녁식사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습관이 되어 그런지 그냥 멀뚱히 앉아 보노라면 뭔가 빠진 듯 허전하다. 

주전부리감 2
 주전부리감 2
ⓒ 김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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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평소엔 그저 재미로 무심히 보아 넘기던 드라마 속 이야기가  마치 우리 집에서 발생한 문제인 양 마음을 졸이고 힘들어하며 때론 격한 감정에 흥분까지 하게 된다. 다름 아닌 KBS2 TV에서 주말(토, 일) 저녁 7시 55분에 방영하는 김수현 극본의 <엄마가 뿔났다>이다. 자식들 혼사를 앞두고 양쪽 집안의 경제적 격차로 인해 겪게 되는 갈등을 그린 내용인데,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공연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자식들의 혼사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두 집안 중 위세 당당한 예비시어머니 역의 장미희 씨.
 '엄마가 뿔났다.'에서 자식들의 혼사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두 집안 중 위세 당당한 예비시어머니 역의 장미희 씨.
ⓒ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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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묵묵히 드라마를 보던 남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우리야말로 이렇다 하게 모아 놓은 재산도 없는데 애들은 혼기가 찼으니 남의 일 같지가 않네~" 하며 푸념 섞인 말투로 한 마디 한다. 실은 나 역시도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대학공부를 시켜 놓으면 나머진 자기들이 벌어서 할 일이라 생각을 했었는데….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배필감은 인간성에 큰 하자가 없고 살아갈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족하다는 생각에 오히려 부모 덕에 호의호식하는 나약한 젊은이는 탐탁지 않아 했는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가 보다.

경제력이 자기네만 못하다 하여 예비며느리를 불러 앉혀 놓고 모멸감을 준 것도 모자라 상견례 자리에서 사돈 될 사람들에게까지 상식 이하의 언동을 서슴없이 해대는 몰지각한 인간들이 실제로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이다.

제 삼자의 입장에선 그 정도라면 자식을 설득시켜 결혼을 시키지 않으면 되잖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드라마에서처럼 죽는다고 단식투쟁에 돌입한 자식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마지못해 결혼 승낙은 한 경우 과연 그 결혼생활이 순탄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천칭 저울로 수평을 맞추듯 모든 조건이 딱 들어맞는 상대를 고르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 다소라도 한쪽이 기울거나 넘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렇다면 형편이 나은 측에서 이해와 양보가 있어야 함에도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세상에 자기 자식 귀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형편이 넉넉지 못한 가운데서 어렵게 뒷바라지를 한 경우엔 어쩜 그 정도가 더 할지도 모른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란 말이 있듯이 언제 어느 때 상황이 반전될지 모르기에 지혜로운 자라면 형편이 좋을 때일 수록 자세를 낮추고 겸손해야 만이 오래도록 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사돈지간이란 따지고 보면 서로 자식을 통해 맺어진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혼사과정에서 오갔던 좋지 않은 감정 때문에 마치 원수지간처럼 외면하고 살아야 하는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혼기를 앞둔 자식을 가진 부모입장에선 비록 작가의 의도로 그려낸 드라마긴 해도 작금의 세태를 반영한 듯하여 씁쓸하기만 하다. 결혼시즌을 맞아 모든 예비부부들이 아픔 없이 양가의 축복 속에 새 인생의 첫발을 내디뎠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주말 드라마, #주전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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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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