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른바 'MB 생필품 50개'가 25일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의 '생필품 50개 관리' 지시 이후 논란을 거듭한 끝에 모두 52개 품목이 확정됐다. 학원비를 비롯해 휘발유·화장지·자장면·생리대 등이다.

 

정부는 우선 품목을 선정해 놓고, 가격 동향 등을 유심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과거와 같은 '가격통제식' 물가 관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품목을 정해놓고, 정부가 직접 나서 관리하는 모양새 자체가 통제식 물가 관리라는 지적이다.

 

특히, 관련 기업들은 겉으론 정부의 향후 방향에 예의 주시하면서도, 속으론 정부의 가격통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원자재값 상승으로 회사 이윤이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 충격은 더 크다.

 

경제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 개입이 시장가격 자체를 크게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또 자칫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끝나면서,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MB 생필품 52개 품목은 무엇?

 

생필품 52개 품목은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생활필수품 점검 및 대응계획' 자료에 나와있다. 이들 품목은 통계청이 소득 40% 이하 계층에서 자주 구입하고, 지출이 높은 것들을 추린 것이다.

 

우선 최근 1년 동안 값이 5% 이상 상승한 품목으로 26개가 선정됐다. 밀가루·라면·배추·무·두부·파·마늘·고추장·식용유·달걀·사과·스낵과자·세제·휘발유·경유·LPG·자장면·전철료·시내버스료·도시가스료·학원비·가정학습지·납입금·샴푸·보육시설이용료·시외버스료 등이다.

 

이어 2.5% 이상 오른 품목으로 쌀·소주·등유·화장지·상수도료·목욕료·쓰레기봉투료·공동주택관리비·위생대·외래진료비 등 10개가 포함됐다.

 

이밖에 2.5% 미만 상승하거나 하락한 품목으로 16개가 선정됐다. 빵·쇠고기·돼지고기·멸치·고등어·콩나물·양파·설탕·우유·유아용품·바지·전기료·이미용료·주거비·이동전화통화료·유선방송수신료 등이다.

 

10일 단위로 가격 점검하고... '우유값 지수' 등으로 파악

 

이들 품목에 대해 통계청이 10일 주기로 이들 가격 움직임을 집중 모니터링한다. 매월 1일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후 서민생활안정 TF를 통해 가격동향을 집중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정부는 70년대식 가격통제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정부가 시장에 대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규제할 수도 없고, 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52개 생필품 가격조사가 특정회사의 특정 제품값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통계청이 소비자 물가지수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했던 '우유 값 지수', '자장면 값 지수' 등으로 품목별 가격 동향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임종룡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새롭게 특정 제품의 가격 변동을 따로 조사해서 만든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기존 가격동향 조사 가운데 주요 생필품을 뽑아서 좀 더 가격동향을 살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국장은 이어 "이외에 이들 품목에 대한 할당 관세 등 세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해 비용인상 요인을 완화하고,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불공정 행위를 적극 단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밖에 시장의 유통구조 개선과 시장 개방 등을 통한 경쟁 활성화 등으로 물가를 최대한 안정시켜 나갈 방침이다.

 

업체들, 사실상 가격통제 반발...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번에 포함된 품목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공식적으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적극 나서는 마당에, 업체들이 대놓고 반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 식품업체인 A사 김아무개 상무는 "회사 입장에선 원가 부담이 있는것이 사실이지만, 정부가 저렇게 나서는데 기업들이 반대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좀더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형 식품이나 유가공업체들의 경우보다 축산농가나 중소업체들에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M 유가공업체의 한 임원은 "우유 값을 관리한다고 하지만, 진정 대책이 필요한 곳은 축산 농가 쪽"이라며 "사료 값이 크게 올라 생산원가가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무조건 가격 동결하라고 하면, 축산농가들에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생필품 업체들은 시장 지배력이 큰 대형업체들은 이미 가격인상을 단행했거나,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어 상대적으로 느긋한 반면, 중소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도 크다.

 

시장가격 왜곡으로 실효성 떨어질 수도... 누리꾼 "아예 장을 봐주지 그래?"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물가관리가 시장가격 자체를 크게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생필품 업체들이 정부 관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흘러나온 정보를 통해 값을 올리거나, 다른 제품에 값을 올려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오뚜기 등 일부 라면업체들은 정부의 이번 발표가 있기 3일 전인 지난 주말께 라면 값을 기습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유 교수는 "결국 이 같은 시장 가격의 왜곡 현상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라며 "자칫 물가안정이라는 목표 달성보다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방침에 누리꾼들의 반응도 대체로 냉소적이다. "물가가 오르는 원인인 부동산이나 사교육 시장에 대한 대책이나 언급이 없다"(아이디 '멀뚱토끼')고 하는가 하면, "아예 (정부가) 전국 가구의 장을 봐주지 그래요?(아이디 '300')"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태그:#경제위기론, #물가관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