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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도착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한 박 전 대표가 바깥으로 이동하고 있다 .
ⓒ 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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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가 동대구역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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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뭔 날이가? 왜 경찰들이 난리여?"
"박근혜가 온다카이 저 난리지."
"박근혜가 참 대단하제. 박근혜가 한 마디 해뿌마 이재오고 뭐고 다 날아간다카이."

24일 오전 11시 40분경 동대구역 대합실 의자에 앉아 있던 70세 가량의 두 노인의 대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구행에 동대구역은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다. 경찰들은 동대구역 안에서 대열을 정비하고 통로를 확보한 채 박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12시경. 박근혜 의원이 탄 KTX 열차가 서는 승강장에는 이미 많은 지지자와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지지자는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는 펼침막과 대형 사진까지 준비했다. 한편 이번에 새롭게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후보자 4명이 당을 상징하는 하늘색 점퍼를 갖춰 입고 도열하고 있다.

동대구역 승강장에서 사람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하늘색 점퍼를 입고 도열해 있는 한나라당 공천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박근혜를 기다리는 사람들. 동대구역 승강장에서 사람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하늘색 점퍼를 입고 도열해 있는 한나라당 공천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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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박근혜 전 대표가 도착했다. 도착하기 전 확보했던 이동 통로는 취재진들과 지지자들의 '돌격'으로 용도 폐기. 그리고 박 전 대표의 얼굴은 이내 인파에 파묻혀 버렸다.

사람들에 둘러싸인 박 전 대표가 승강장 계단을 올라간다. 취재진들은 "앞에 비켜~", 지지자들은 "박근혜, 박근혜", 경찰은 "물러나세요, 다칩니다", 이렇게 합창을 해댄다. 한발 한발 승강장 계단을 올라가기도 힘들다. 어쨌든 사람들은 박 전 대표를 따라 무리지어 움직인다.

박근혜 귀향에 대구가 들썩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4일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4일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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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박근혜는 참 대단한다. 굳이 두 노인의 대화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오늘의 이 소동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대구에서 박근혜는 지켜줘야 할 정치인, 보기만 해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움직이는 그런 정치인이다. 그런데 열렬한 지지자들을 만나는 이번 대구행이 박 전 대표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다른 사람들처럼 쫓아가면서 난 겨우 몇 번만 박 전 대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지지자들이 인사를 건넬 때면 박 전 대표 특유의 화사한 미소를 보냈다. 하지만 그런 미소보다 언뜻언뜻 보이는 곤혹스러움으로 딱딱하게 굳어있는 박 전 대표의 모습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물론 사람들의 고성이 오가는 이 소란스러운 자리가 편할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 박근혜에게 이런 환영과 취재 열기는 이미 익숙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박 전 대표의 얼굴은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 있었을까.

어제 박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한나라당 공천을 "정당정치를 후퇴 시킨 무원칙한 공천"으로 규정하고 "결국 제가 속았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리고 한나라당 차원의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오늘 자신의 지역구 선거운동을 위해 귀향했다. 공식적으로는….

대구의 한나라당 간판은 여전히 '우리 박근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4일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4일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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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근혜 전 대표 상황은 '대략난감'이다. 자신을 지지하는 현역 의원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자신은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에 남아 선거를 치러야 한다.

여기에 공천 탈락한 의원들이 탈당해 '친박연대'라는, 자신의 이름을 건 정당을 만들어 한나라당과 맞서려고 하고 있다.

측근들을 위해 지지활동을 할 수도 없고, 또 자신이 속한 한나라당을 위해 선거활동을 할 수도 없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다. 대구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을 찍자니 박근혜가 울고, 박근혜를 찍자니 한나라당이 우는 상황이다.

하지만 적어도 대구에서만큼은 정치인 박근혜는 '우리 박근혜 대표'로 통한다. 대통령은 이명박이 됐지만, 대구에서 한나라당의 간판 얼굴은 여전히 '우리 박근혜'일 수밖에 없다.

2006년 5월 지자체 선거 유세 도중 불의의 피습을 당했을 때도 "대전은요?"라며 정치가다운 집념을 보였던 그다. 측근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한 지금, 지원유세를 거부하고 대구로 향한 그의 행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KTX 열차에서 내려 동대구역 주차장에 대기 중인 차에 오르기까지 박 전 대표 옆에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해봉 의원과 이인기 의원이 자리를 지켰다. 역을 빠져 나와서는 역시 공천에서 탈락한 송영선 의원과 김태환 의원이 박 전 대표를 맞았다.

박 전 대표는 굳은 얼굴로 그들과 악수를 한 후 대기 중인 승용차에 올라 동대구역을 떠났다.

24일 대구를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달성군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4일 대구를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달성군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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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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