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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한국사회정책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여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위원회(이하 사회권 위원회)의 인사들을 초청, 국제인권기준의 국내이행을 위한 강연과 세미나가 10일부터 사흘동안 개최했다.

 

안경환 인권위 위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에서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 사회권 현주소를 점검하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며 “중앙 및 지방정부가 사회권의 실현을 위해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성찰하는 귀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유엔 사회권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초청되었는데 고메스 위원은 현재 UN 사회권위원회 위원으로 금년 말에 있을 대한민국 제3차 정부보고서의 심사위원이며, 안드레 프랑코비츠는 UN 인권고등판무관 산하 UN개발프로그램과 유네스코의 자문위원이고, 리델교수는 UN 사회권위원회 위원으로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개인통보제도) 제정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무엇인가?

 

한국은 1990년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사회권 규약)을 비준하고 현재 3차 이행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사회권 규약에는 ‘공정하고 유리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 적절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권리, 최고 수준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누릴 수 있는 권리, 교육에 대한 권리, 문화적 자유와 과학적 진보의 혜택을 누릴 권리’ 등이 언급되어 있다.

 

당사국은 사회권 규약에 부합하는 ‘국내이행법을 제정’하고 이 법안의 이행에 필요한 ‘자원을 할당’하며 사회권 규약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의 침해에 따라 ‘사법적 조치 또는 기타 효율적인 구제방안을 강구’함으로써 핵심의무의 실현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5년을 주기로 사회권 위원회에 정기적으로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보고서는 당사국이 조약상의 인권을 보장하는 국내법과 제도를 설명하고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한 설명을 담아야 한다.

 

사회권 위원회는 비준 당사국이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이행보고서를 평가하기위해 당사국 대표와의 논의는 물론 비정부기구(NGO), 학계 등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수집해 당사국에게 제언과 권고를 담은 최종견해를 전달한다.

 

사회권 위원회는 우리 정부에 대해 사회적 양극화, 비정규직 등 노동 취약계층의 고용불안정, 장애인·아동·노인·이주 외국인 차별 등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고메스 위원은 한국의 비정부기구(사회운동 민간단체)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사회권 실현의 책임은 정부

 

고메스 위원은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의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 : 자원과 책무’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였고, 프랑코비츠 호주 인권이사회 대표는 ‘공공정책과 RBA(인권을 기반으로 한 접근)’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사회권 규약은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에 비해 자선, 박애, 시혜 차원으로 다뤄져 ‘인권’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또 선진국에서는 점진적으로 하겠다며 책임을 회피해 왔고, 개발도상국은 자원 부족을 이유로 협약 이행을 미뤄왔었다.

 

그러나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여 사회권이 비로써 동등한 인권으로 다뤄지게 되었고, 당사국은 일부 단기간에 실현될 수 없는 측면을 예외로 모든 권리에 대해 즉각적이고도 제한 없이 이행해야 한다.

 

당사국은 핵심의무가 있는데 규약을 이행하기위한 입법조치(국가전략 및 행동계획의 채택)를 해야 하며, 적절한 행정적·재정·교육·사회적 조치를 취해야 하고, 사법부가 효과적인 인권침해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사회권 규약 제2조 2항에 따라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민족적, 사회적 출신, 재산, 기타의 신분 등’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규약이 행사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고메스 위원은 “당사국은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무이행을 늦춰서는 안 되며,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은 대상집중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국내정책개발과정에서 사회권 실현에 역점을 두고 정책대상에 따라 최대한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코비츠 대표는 중앙 및 지방정부가 사회권 실현을 위해 인권에 기초한 접근 방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와 그 모범사례를 발표했다. 

 

RBA의 특징을 설명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실현해야 하는 의무 행위자는 정부 - 국가·지역사회로, 법적 수단과 국제용인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설명했다.

 

국제 조약에 기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대하며

 

리델 교수는 ‘국제사회에서의 사회권 실현 전망’과 ‘사회권 실현과 사법부의 역할’을 주제로 이틀에 걸쳐 발표를 했다.

 

사회권 규약의 모든 권리에 대해 ‘개인 또는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이 사회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선택의정서’가 마련되고 있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면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에 맞추어 총회가 선택의정서 최종안을 올 12월에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당사국 보고서에 대한 정례검토에서 ‘우선순위 과제’에 대한 요건 강화를 통해 당사국의 주요 문제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도록 개정이 되고 있으며, ‘일반논평’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모든 규약의 권리에 대한 상세한 해석이 제공되어 정부 전문가들과 비정부기구(민간시민단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국제규약이 기준이 되어 국내 정책과 사법제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헌법차원에서 사회적 권리를 이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리델 교수는 “재판권으로 법치에 따라 국가가 국제협약을 잘 따라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의 경우 위법성을 판단하는데 국제 규약을 참고할 수도 있다”며 “노르웨이를 예를 들면 국제 규약과 유럽인권헌장에 대치되는 헌법을 개정하여 차이를 회복한 적이 있다.”고 말해 국제 조약이 헌법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헌법도 바꿀 수 있는 문제”라며 “대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 사회권 위원회의 ‘일반 논평’을 근거로 결정하거나 ‘사회권 규약’을 법률 해석의 잣대로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해 최근 국제사회의 흐름을 설명했다.

 

김칠준 인권위 사무총장은 “사회권 중에서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 찾아내고 논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 사법부에서 직접적으로 사회권 규약을 근거로 재판을 한 적은 없지만 해석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재판부를 설득하는데 유용한 정보였다.”고 평했다.  

 

유엔 사회권 위원회 소속 위원을 만나는 쉽지 않은 기회를 얻은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쉬는 시간과 강연 이후의 시간을 놓치지 않고 국제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 분주했다.

 

‘학내 종교자유를 위한 학부모 울타리’ 대표 김선미(41)씨는 “대한민국은 평준화제도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학교가 배정된다. 종교사학에 배정이 되면 선택의 여지가 없이 종교의식에 참여하게 되어 종교와 인권의 침해를 받게 된다. 사회권 규약 제2조 비차별의 원칙과 13조에 따르면 국·공립학교에 배정된 학생들과 다르게 차별을 받게 된다”며 조언을 구했다.

 

고메스 위원은 흔쾌히 “종교는 매우 중요한 차별의 이유가 되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매우 신중하게 종교가 차별의 원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국이 이런 종교문제에 대해 표현하기가 힘들다.”며 “이러한 일에 대해 비정부기구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 위원회에서 직접 조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성실히 답변을 해주었다.

 

고메스 위원은 한국의 비정부기구(사회운동 민간단체)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태그:#국가인권위원회, #유엔사회권규약, #유엔사회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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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사이 인권이 후퇴하는 사회현실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인권발전이 멈추지 않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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