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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66세이신 할아버지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  《최엄윤-이천동, 도시의 옛 고향》(이매진,2007) 32쪽

 

 말을 합니다. 혼자 있을 때는 혼자말을 합니다. 이야기를 합니다. 둘이나 셋, 또는 여럿이 있을 때에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얼굴을 마주보면서, 또는 자리에 마주앉아서.

 

 ┌ 이야기

 └ 대화(對話) :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지난 2005년, 리영희 선생 생각과 삶이 책 하나로 나옵니다. 리영희 선생과 임헌영 님이 오순도순 주고받은 이야기가 책으로 묶였습니다. 손이 떨려 글을 쓸 수 없는 분한테는 입으로 읊조리는 말을 잘 받아적어도 책이 됩니다.

 

 ― 대화,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선생 ‘말씀’을 모은 책에는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이라는 작은이름이 덧달립니다. ‘사상(思想)’이라. ‘사상’이란 무엇일까. 사회사상? 민주주의사상?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볼까?

 

 [사상(思想)]

  (1) 어떠한 사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사고나 생각

  (2) 판단, 추리를 거쳐서 생긴 의식 내용

  (3) 논리적 정합성을 가진 통일된 판단 체계

  (4) 지역, 사회, 인생 따위에 관한 일정한 인식이나 견해

 

 ‘사고와 생각’이 ‘사상’이라. 그러면 ‘사고(思考)’는 또 무얼까. 무엇을 말하는 ‘사고’일까. 다시 한 번 국어사전을 찾아볼까?

 

 [사고(思考)]

  (1) 생각하고 궁리함

  (2) 심상이나 지식을 사용하는 마음의 작용

 

 ‘생각하고 궁리’하는 일이 ‘사고’라. 그러면 ‘궁리(窮理)’는 또 무엇이지? ‘궁리’도 찾아봐야겠네.

 

 [궁리(窮理)]

  (1) 사물의 이치를 깊이 연구함

  (2)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따져 깊이 생각함

 

 옳거니. ‘궁리’란 ‘생각’하는 일이구나. 그러면 이제 짝을 맞추어 볼 수 있겠군. 사상은 ‘사고와 생각’이요, 사고는 ‘생각과 궁리’요, 궁리는 ‘생각’이라. 이렇게 되면 ‘사고와 생각’이라고 한 말, ‘생각과 궁리’라고 한 말은 겹치기로구나. 모두들 ‘생각과 생각’이라고 쓴 셈이니까.

 

 ┌[출판사] 대화,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말벌레] 말, 한 지식인이 살고 생각한

            이야기, 어느 지식인 삶과 생각

 

 

 리영희 선생이 여태껏 펴내 온 책을 헤아려 봅니다. 《轉換時代의 論理》는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돌아보니, “꿈틀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구나 싶습니다. 《偶像과 理性》은 “비틀린 생각과 곧은 생각”이 무엇인가를 헤아리면서 적어내려간 책이구나 싶습니다. 《逆說의 辨證》은 “말이 말 대접을 못 받는 세상에서 거꾸로 되짚는 생각”을 외치는 책이구나 싶네요. 《人間萬事 塞翁之馬》는 “사람 일은 움직이는 법”을 깨닫고는 조용히 읊어나가는 책이라고 느낍니다. 《새는 左右의 날개로 난다》는 “새는 외날개가 아닌 두날개로 난다”는, 그러니까 사람과 삶터와 자연은 고르게 제자리를 찾으면서 나아가야 함을 이야기한다고 봅니다. 《歷程》은 “발자취, 당신이 걸어온 길”을 말하는 책일 테지요. 《반세기의 神話》는 “해방 뒤 쉰 해 동안이나 갇혀 있는 우리들 좁은 울타리”를 허물고 싶은 꿈을 담은 책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對話》는, “세상과 당신이 나누고픈 이야기, 젊은 넋한테 남겨주고 싶은 이야기”를 모둔 책이네 싶어요.

 

 얼핏설핏 다가오는 느낌만으로는 짚어낼 수 없습니다. 머리속에 담긴 생각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어설피 움직이는 몸짓으로는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느낌이 생각으로 이어지고, 생각이 움직임으로 거듭나는 가운데, 움직임은 이웃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다시 느낌으로 돌아가 찬찬히 자기 발자국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치우쳐서 안 되는 가운데, 두루뭉술하게 저울질을 해서도 안 됩니다. 곧아야 할 때는 곧게 나아가되,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어디에서 왜 하려고 하는 곧음인가를 되새길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리영희 선생 당신이 우리한테 남겨준 책 하나하나는, 누구보다도 당신이 이 땅에서 올바르고 아름다이 살아가고픈 마음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스스로 익히고 얻고 곰삭이고 받아들인 좋은 것을 혼자만 움켜쥐려 하지 않으면서 기꺼이 우리한테 나누어 준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농사꾼이 자기 땀으로 거둔 곡식을 선사해 주듯이, 리영희 선생 당신 삶과 생각을 그러모아서 엮어낸, 그러니까 깨달은 이가 나누어 주는 선물이 바로 이러한 책 저러한 책이었다고 새삼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책+헌책방+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전환시대의 논리

리영희 지음, 창비(1990)


태그:#책이름, #리영희, #대화, #우리말, #우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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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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