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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취임사에 '대운하'가 나올까 안 나올까 많은 언론들이 꽤 궁금해 했었다. 나는 내기했다. '안 나올 것'에 걸었다. 내 예측대로 안 나왔다.

 

한 마디로 비겁하다. '대운하'에 대해서 계속 비겁한 행보다. 

 

1. 대선 기간 중 대운하 사업을 띄운 것은 이명박 후보 자신이다.

 

2. 대운하 반대 여론이 커지고 당내에서도 공약에서 빼야 한다는 반대 여론이 높자 대선 공약의 아래편에 슬그머니 넣었다. 

 

3. 당선되자마자 인수위를 통해 '대운하 강행' 우선순위에 올렸다.

 

4. 대기업 컨소시엄을 만든다고 인수위 당사자들이 대기업들을 만나고 다녔다.

 

5. 대운하사업의 목표를 계속 바꾼다.(물류→관광→환경→수자원→내수경기활성화)

 

6. 인수위 시절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모든 운하사업을 민자사업으로 하겠다고 했다.

 

7. 국토해양부 공룡부처의 탄생 배경에는 대운하 추진이 들어있단다.(수자원공사, 산림청, 해양물류까지 다 포함하니 그야말로 일사분란. 수자원 관리를 환경부 기능으로 돌려야 한다는 그동안의 제안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8. 인수위에는 물론 청와대에도 '대운하 추진 기획단'을 만들었다.

 

9. 18대 국회에서 '대운하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했다. 

 

10. 당선인은 물론이고 이른바 최측근 이재오 의원 등이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11. 취임사에서는 빠졌고, 정부의 공론화 시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12. 하지만 슬금슬금 주변을 돌며 계속 터뜨린다.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가?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건가? 왜 이렇게 정부가 비겁한가? 

 

이 시간에도 대운하에 대해서 '서울대교수모임'뿐 아니라 수없는 시민단체들, 수없는 양식 있는 전문가들이 대운하의 대재앙을 우려하면서 노심초사하며 현장을 다니고 연구에 매진하고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건만, 대운하 발의자이자 강력한 추진주체는 입을 다물고 있다.

 

18대 총선을 대선처럼 '압도적으로 이기고' 난 후에는 '국민 지지를 받았다'며 막무가내로 용감해지려나? 그러려면 한나라당 총선 공약에 넣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하려나? 한나라당이 과반을 얻은들 그것이 대운하 추진 보증서인가? 지역주의, 소선거구제의 폐해가 오히려 더 심해질 18대 총선의 결과를 악용하려는가?  

 

이명박 정부 사람들을 비겁하게 만드는 대운하

 

대운하는 수많은 이명박 정부 사람들을 비겁하게 만들고 있다. 꼽아보자.

 

1. 노련한 한승수 총리는 노련하게 피해갔다. 총리 청문회에서 '민자유치 제안서가 오면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대운하추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나 정부 차원의 정책 홍보를 책임진다는 말 한 마디 없었다. 아니 우리나라에서 민간 기업이 정부의 보장을 사전에 약속받지 않고 이런 수익구조 위험한 사업을 제안하는 것 봤나? '모르는 척'하는 것도 도가 지나친다. 

 

2. '대운하 이데올로그'라는 류우익 비서실장은 내정 이후 이때까지 대운하에 대해서 한 마디 한 적이 없다. '말 없는 비서실장'이 되겠다는 미사여구에 숨어서, 이른바 '총알받이'들을 시킬 셈인가. 총알받이들이 넘쳐나는 청와대와 내각을 지휘할 터인 바 원인제공자의 '오리발'은 지나치다. 

 

3.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은 가관이었다. 농지법 위반을 감추기 위해 임명장 받는 날 '위장 농지화'를 단행한 정종환 장관(장관직을 유지하려나?)은 청문회에서 '대운하 추진하면 경기 좋아진다'라고 그야말로 충성심을 과시했다. 국토의 미래를 지키는 장관 맞나? 어떤 기준으로 대운하를 검토하겠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직책 철학'은 없고 '자리 욕심'만 큰 대표적 케이스다.  

 

4. 이만의 환경부장관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뭐라 할 지 모르겠다. 환경부에서 오래 일한 공직자인데 과연 한 입으로 두 말 할지, '배 스크류가 돌아가면 수질 좋아진다'라는 말을 할 지, '환경친화적으로 강바닥을 준설할 수 있다'고 말할까? 

 

5. 땅 문제로 사퇴했던 박은경 환경부장관 내정자는 아예 청문회조차 치르지 못했으니 '대운하'의 '환경대재앙'에 대해서 무슨 의견인지조차 모르겠다. 과연 환경부장관이 됐더라면 그의 내정 배경이었던 '환경정의연대' 대표 등 환경단체 경력을 봤을 때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6. 유인촌 문화부장관은 또 어떻게 할까? 문화체육관광부는 폐지된 '공보처' 기능을 흡수하여 대내외적 정책 홍보를 담당하게 되는데, 총대를 멜까? 대표적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 환경재단을 이끌며 환경보전을 상징하는 대표 인사였던 그가 도대체 어떤 연기를 할 것인가? 대재앙 위험은 없고 환경친화적 사업이라고 설득할 것인가? 그동안 환경 주제를 화려한 날개로만 달았던 연예인이었나? 그야말로 무대 위 배우로서 '환경 연기'만 하려나?

 

이 외에도 수없이 많지만 그만하자. 그나마 대운하 전도사라는 추부길 청와대 비서관은 충성을 다 바치고 있고, 장석효 전 서울시 부시장은 흔들림 없는 추진자이고, 어떤 공학 교수는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해서 한나라당 공천까지 신청했다니, 생사여탈권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리려는 사람들은 오죽 더 많겠는가?  

 

딜레마에 빠진 전문 관료들

 

게다가 대운하는 얼마나 많은 전문 관료, 전문가들, 정치인, 국민들을 딜레마에 빠뜨리고 비겁하게 만들고 있는가?

 

1. 지금도 국토해양부에는 대운하를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는 실무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들은 생사여탈권을 가진 상급자와 청와대를 거역할 수 있겠는가?

 

2. 지금도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서 대운하를 대재앙이라 하는 의원들이 적잖은데(이한구·유승민 의원 등), 그들은 과연 살아남기 행보만 할 것인가?

 

3. 지금도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이 '대운하만은 막자', '대통령 맘을 어떻게 바꾸지?' '대체재는 뭘까?' 고민하는지 아나? 그럼에도 최고 권력자와 권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업자 노릇'을 할 것인가?

 

4. 지금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대기업들 안에서도 '대운하는 미친 짓'이라 하면서도, '일단 해야지 뭐' 하면서 아름다운 강 주변의 고수익 도시개발과 맞바꿀 묘수를 찾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일감을 찾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하려나?     

 

5. 지금도 '대운하 찬성' 플래카드를 내 건 일부 지역(TK 영남지역뿐 아니라 경기도 양평 등. 양평은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의 지역구이다)들의 주민들은 속으로 얼마나 갈등 때리겠는가?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요' '개발되면 좋지요' 하면서도 긴가민가한 주민들이 속으로 앓는다.  

 

6. 한가지만은 확실하다. 혹시나 강 주변의 땅을 미리 확보한 투기자들은 대운하를 밀어붙이기만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판단 준거는 '돈벌이'이니까.  

 

그야말로 비겁한 대운하 대독재이다. 수많은 국민들을 권력의 눈치를 보게 만든다. 눈치 보게 만드는 것, 이것이 독재가 아니고 무엇이랴.  꼭 필요하다면 한나라당 18대 총선공약으로 내걸라. 제발 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서 자신의 목 좀 걸어보라! 대통령의 대운하 의중만을 살피지 말라.

 

적어도 비겁해지지는 말라, 대운하!   


태그:#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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