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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이 자신을 '한경민 씨'라고 소개하는 유대인 학생 한경민 씨이다.
▲ 어드로이트 칼리지 초급 1반 수업 모습 맨 왼쪽이 자신을 '한경민 씨'라고 소개하는 유대인 학생 한경민 씨이다.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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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과 '~씨'

"이름이 뭐예요?"
"저는 한경민 씨예요".

어드로이트 칼리지 초급1반 학생들의 수업 중에 나온 이야기이다. '~씨'라는 것이 영어로 'Mr. Mrs. Miss'등으로 해석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에도 '~씨'를 붙여서 '저는 한경민 씨예요'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문화에는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자기 자신을 높이는 말을 쓰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나'라는 말보다는 '저'라는 말을 영어의 'I'라는 단어의 해석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또한, 더 우스운 경우는 영어에서처럼 존칭을 쓴답시고 '김 씨', '이 씨' 등으로 성에 '~씨'만을 붙여서 말하는 경우이다. 영어에서는 보통 성씨에 'Mr. Mrs. Miss' 등을 붙이고 이름(first name)의 경우에는 그러한 존칭어들을 붙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니, 당연히 영어권 화자들은 'Mr. Kim'은 '김 씨'로 부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과서들이 대부분 영어 이름(first name) '~씨'를 붙여서 '스티브 씨' 혹은 '마크 씨' 등으로 표기가 되어 있어서 학생들로 하여금 혼동이 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맨 오른쪽이 기자에게 '구 선생님 씨'라고 한 윤병로 씨이다.
▲ 어드로이트 칼리지 초급 1반 수업 모습 맨 오른쪽이 기자에게 '구 선생님 씨'라고 한 윤병로 씨이다.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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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로 씨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저는 미국 사람이에요. 구 선생님 씨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또 하나 가장 빈번한 실수 중의 하나가 바로 '~님'과 '~씨'를 동시에 쓰는 경우이다.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하나의 단어로서 'teacher'라는 단어의 해석이 되다보니 당연히 '선생님'에도 '~씨'를 붙여서 '선생님 씨'라는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님'이라는 존칭어가 붙어야만 제 뜻을 발휘하는 단어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선생님'인 것이다. 그래서 기자는 '군사부일체'를 들어 학생들에게 부모님과 선생님과 임금님은 가장 존경받아야 하는 사람들로서 '~님'을 안 붙이면 오히려 잘못 된 표현이라고 가르치곤 한다.

'대통령님께서'가 아닌 '대통령께서'

몇 해 전, 기자가 한국에서 대통령께서 참석하시는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대통령님께서 입장하십니다"라는 말을 듣고 관계자에게 그냥 '대통령께서'라고만 해도 충분한데 굳이 어색하게 '~님'을 붙여서 '대통령님'이라고 해야 하느냐고 문의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비단 나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새로운 정부에서 '대통령님'이라고 하지 않고 '대통령'이라고 하기로 하였다는 소식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사전에서 '대통령'을 찾아보면 '공화국의 최고 지도자'라고 되어 있다. '대통령'이라는 말은 따로 '~님'이라는 존칭을 붙이지 않아도 자타가 공인하는 한 나라의 원수이며 그 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위와 가장 막강한 권력을 지난 사람이다.

과유불급 [過猶不及] 이라고 하여 ' 정도에 지나침은 정도에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이 있다. 무조건 존칭어를 많이 붙인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선생님'이라는 말에는 이미 '~씨'보다 더 높은 존칭어인 '~님'이라는 말이 붙어 있어서 '선생님 씨'라고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이미 모든 사람이 존경할 수 밖에 없는 권위와 위엄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님'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듣는 이들에게 어색함을 주는 표현인 것이다.

또한 '보통 사람'을 외치면서 '보통 사람'처럼 살지 않았던 전 대통령들과는 달리 이번 대통령께서는 '~님'을 붙이지 않아도 모두가 존경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되시길 바랄 뿐이다.


태그:#대통령님, #한국어, #어드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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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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