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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투명성 세계1위, 국가경쟁력 세계1위. 세계적 권위의 국제투명성기구와 세계경제포럼으로부터 받은 핀란드의 성적표다. 인구 525만의 핀란드는 스웨덴으로부터 700년, 러시아로부터 120년이나 식민통치를 받았던, 어쩌면 지도에서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르는 가난한 농업국가였다.

<큐리어스 시리즈 핀란드 편>을 제외하면 본격적으로 필란드 국가 전반에 관해 소개하는 책은 많지 않다. 매일경제신문사 이병문 기자가 2005년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년간 핀란드에 머물면서 쓴 <필란드 들여다보기>는 북유럽 복지국가 가운데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하면 가장 좋을 것 같은 나라 핀란드의 매력에 대해 적고 있다.

핀란드가 부러운 10가지 이유

1. 지식기반 시대의 힘, 무상교육
외국인 유학생들에게조차 등록금을 받지 않는 무상교육의 천국, 핀란드! 지식기반 시대를 맞아 핀란드의 무상교육은 사회 구석구석을 대학원까지 마친 고급인력들이 떠받치는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떼어가는 대신, 안정적인 주택시장과 무상교육,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 "아기만 낳아라, 국가가 책임진다."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는 옷가지부터 먹을 것까지 해결할 수 있는 양육비를 무료로 지급한다. 태어나서 5세까지 매월 약 60만원을 지원하고, 보육원부터 대학원까지 무료이니 교육비가 무서워서 아이를 적게 낳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기준으로 핀란드의 출산율은 1.80명인데, 핀란드에서는 아빠가 누구인지, 어느 대륙 출신인지 모른 채 태어나는 아이라해도 국가가 책임을 진다.

3. 사회지도층의 클린 리더십
총리도 운전사가 파업을 하면 직접 운전을 하거나 버스나 트람을 타고, 국회의원들은 자동차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가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거짓말이 발각되면 바로 사퇴해야 하는, 정직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반부패지수 1위 국가를 만든다.

사회지도층에 대한 예우가 따로 없는 핀란드에서는 대통령이 퇴임을 해도 특별한 공식행사가 아니면 특별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현직 대통령도 근무 시간 외에는 일반시민들과 똑같이 사는데, 전직 대통령이야 말할 것도 없이 일반 시민의 한 사람일 뿐이다. 

4. 관광객을 부르는 숲과 호수, 백야와 오로라.
핀란드는 환경에 관한 한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강경책을 쓴다. 빈 플라스틱병이나 맥주캔 등 재활용 쓰레기는 마트 입구에 있는 재활용 수거기기에 넣으면 바로 현금으로 교환되는 영수증이 나온다. 그냥 버리지 않게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일반 주택가와 마찬가지로 총리공관 앞에도 분리수거함 6~7개가 있는 조그만 집을 지어 쓰레기를 분리수거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아침 일찍 쓰레기를 버리고 출근하는 총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자작나무가 곧게 뻗은 숲과 호수, 뜨거운 여름과 백야와 오로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핀란드는 '자연환경은 후손들에게 빌려온 것'이라는 의식이 국민들 사이에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다.  

5. 적극적인 여성의 사회진출
이병문 기자가 1년간 체류하며 적은 핀란드 생생 리포트
 이병문 기자가 1년간 체류하며 적은 핀란드 생생 리포트
ⓒ 이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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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국가노동력의 52%를 책임지고 있고, 2006년 재선에 성공한 할로넨 대통령을 비롯해 여성 장관이 18개 부처 가운데 8곳이나 되는 핀란드는 말 그대로 '여초 국가'. 대졸 이상 남성은 77%인데, 여성은 92%가 대졸 이상이다. 

아기를 낳으면 순수 휴가일수 263일과 주말, 공휴일을 모두 쉴 수 있으며, 1년간 월급의 70%를 받으며 아기를 키울 수 있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은 둘째 아이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연년생으로 아기를 낳을 경우 회사 사장은 직원 얼굴을 2년간 못보고 월급만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 결국 세금을 내는 노동인력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출산복지 제도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6. 산타클로스의 고향은 어디?
이 질문에 죽기살기로 덤비는 나라들이 있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이 북유럽이라는 것에는 이론이 없지만,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경쟁은 눈물겹다.

이 가운데 덴마크와 핀란드의 경합이 가장 치열한데, 덴마크는 북극과 가장 가까운 그린랜드를 언급하며 산타 종주국임을 과시하기 위해 해마다 '세계산타클로스회의'를 열고 있다.
이에 대항하는 핀란드의 전술은 날씨만큼이나 차갑고 냉정하다. 국영 항공사 핀에어가 객실 액정화면에 지겨울 정도로 산타클로스 관련 홍보영상을 보여주고, 11월 말에 각국 대사들을 산타의 고향이며 세계 각국의 편지를 받는 산타 우체국이 있는 로바니에미에 초청해 산타클로스 축제 개막식을 한다. 핀란드의 물밑 마케팅의 승리로 대세는 핀란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편지 수신란에 산타클로스만 쓰면 대부분 핀란드로 가기 때문이다.

7. 작지만 강한 기업들
인구가 525만이 조금 넘는 좁은 내수시장은 핀란드 기업에게 초기부터 국제화 전략을 세우게 만든다. 세계 무대로 장사를 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기 때문에 디자인과 연구 개발에 많은 인력을 투입한다. 디자인의 중요성에 일찍부터 눈뜬 핀란드 기업은 산업디자인이 강세인 4개 디자인 대학과 협의해 산학협동 프로그램이나 인턴 제도를 잘 활용한다. 핀란드의 중소기업이 작지만 강한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8. 노점에서 카드 받는 나라 
핀란드 사람들은 높은 세금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게 납세하는 국민으로 유명하다. 대학생이 한 달에 100달러를 버는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세금을 신고하고, 노점에서도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는 나라다. 핀란드 정부는 자영업자 탈세 비율을 3~5%로 추정하는데, 이러한 수치도 최근 러시아지역에서 넘어온 노동자들이 건설업체들을 중심으로 불법 취업을 하면서 탈세비율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양심을 속이지 않는 루터교를 국교로 오랫동안 받아들여온 국민성에 기인한다고 보는 견해와 그보다는 정책을 믿고 따르면 반드시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라는 견해로 나뉜다.

9. 소득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 벌금
핀란드에는 과속하면 재산을 탕진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헬싱키 도심에서 제한속도의 2배가 넘는 시속 50마일로 달리다 적발된 핀란드 소시지 그룹 상속자 살로노야(27)씨는 벌금으로 17만 유로, 2004년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우리돈 2억 5500만원을 냈다. 과속 한 번에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린 셈이다. 핀란드는 교통법규 위반에 소득수준에 따른 누진적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교통법규 위반자가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10. 살아남기 위해 배우는 다국어
내수시장이 작은 핀란드가 해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어는 물론 유럽 여러나라의 언어도 배워야 한다. 핀란드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공식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가운데 80%를 더빙 없이 핀란드어 자막을 넣어 원어 그대로 방영하기 때문에 청취 능력이 뛰어나다.

핀란드는 자국어 시장이 작아서 뉴스를 제외하면 자국어 프로그램은 거의 만들지 않는데, 한국어만 보고 들어온 우리 아이들에 비해 다국어 습득이 유리하다. 교육을 할 때도 문법에 의존하지 않고 회화중심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학교에서 말하기를 가르치고, 숙제로 집에서 쓰기를 해 와야 한다. 물론 시험도 말하기와 쓰기로만 평가한다. 문법을 가르치면 핀란드 언어구조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절대로 영어를 잘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핀란드 들여다보기 - 북유럽 복지국가 생생 리포트

이병문 지음, 매일경제신문사(2006)


태그:#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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