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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이 토요일 아니야?”

“무슨 소리에요?”

“어제가 금요일이고 오늘이 토요일이잖아.”

“연휴가 너무 길어서 시간 가는 것도 잊어버렸군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날짜를 놓쳐버렸다. 처음 있는 일이다. 연휴의 시작이 수요일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화요일이라고 착각한 것이 원인이었다. 일요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혼란이었다. 살다 보면 황당한 일이 일어날 수 있지만, 날짜를 놓쳤다는 것이 스스로 믿을 수가 없다.

 

참 많은 생각들이 겹쳐지고 있었다. 치매의 시작이 아닌가 하는 두려운 마음부터 시작하여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자괴감에 이르기까지 뇌리를 스쳐가는 다양한 번민들을 주체하기가 어렵다. 흘러가는 강물은 부패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지나가는 시간을 놓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는 섬진강이 떠오른다.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내일에 대한 불안감이다. 시간 감각이 마비됨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우려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간 감각을 상실하게 되면 혼동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기준이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였다. 기준은 시간 감각이 마비되어 있지 않아도 안으로 굽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좀 더 관대해지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시간 감각이 마비되어 있지 않는다 하여도 그런데, 시간 감각까지 상실된 상태라면 기준은 이미 기준으로서 기능을 상실하게 될 수밖에 없다.

 

살아가면서 오해와 불신이 일어나는 원인은 대부분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기준이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게 되면 중요한 가치인 자유나 권리가 보장될 수가 없다. 자유가 침해되고 권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게 되면 믿음은 사라지고 비난이 성행하게 되는 것이다.

 

기준이 애매하면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해진다. 반면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하게 기준이 작동됨으로 인해 엄청난 비난을 쏟아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믿음이란 상대방이 있기 마련이다. 신뢰가 깨지게 되면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게 될 수밖에 없다.

 

하루를 놓쳐버린 것은 기준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나치게 관대해져 있는 기준으로 인해 일어난 결과다. 하루의 여유를 더 즐기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긴 연휴에도 조금 더 놀고 싶은 바람의 결과인 것이다.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이 앞서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말없이 흘러가는 물은 기준이 분명하다. 흐르다가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긴다. 높은 지역을 만나게 되면 아무런 불만도 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물이 차서 흐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하루를 놓치고 나서 물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인정하고 수용하면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섬진강


태그:#시간, #기준, #인정, #수용,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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