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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쿠쿠타에서 처음 만난 무장경찰(2007.8.16)
 콜롬비아 쿠쿠타에서 처음 만난 무장경찰(2007.8.16)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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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생각해보니 밀입국이구나! 국경을 넘는데 너무 평화롭고 특별히 비자 받는 사람들도 제지하는 사람들도 없어서 그냥 넘어온 게 실수였다. 쿠쿠타에서 알게 된 친구 Wilson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걱정하지 말란다. 자전거 헬멧 쓰고 그의 오토바이 뒤에 올라탔다.

부-웅 2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베네수엘라 이민국(동네 골목에 있었다)에 도착했다.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EM PANADA(2007.8.20)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EM PANADA(2007.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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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도장을 받고 콜롬비아 이민국(국경통과 후 오른쪽 'C.E.N.A.F'라고 적힌 흰색 건물)에 도착했다. 20명가량 줄이 있었지만 Wilson이 여권을 가지고 옆줄로 들어가서 입국카드도 작성하지 않고 바로 인터뷰할 수 있게 해주었다.

"보고타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
"1∼2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쿵! 쿵! 30일 비자가 찍혔다! 앗! 보고타에서 한 달 정도 체류하면서 언어공부를 할 계획이었는데……. 일단, '밀입국 사건 상황종료!'

콜롬비아 TV, 신문, 라디오 인터뷰 중인 필자.
 콜롬비아 TV, 신문, 라디오 인터뷰 중인 필자.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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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
 기사모음.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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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인 Wilson은 언론사에 친구가 많은지 TV, 신문, 라디오에 출연시켜 주었고, 따뜻한 저녁과 잠자리를 허락해주었다. 다음날 도시를 벗어나는 지역까지 안내해주면서 조금 떨리는 목소리와 붉은 눈시울로 배웅을 해주었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Wilson이 따라와서 앞으로 갈 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설명해주고 멀어져 갔다….

헤어지는 날 눈물을 보였던 Wilson(2007.8.17).
 헤어지는 날 눈물을 보였던 Wilson(200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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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son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자마자, Javier가 오토바이의 속력을 줄이며 말을 건다. 오늘 신문기사를 봤다면서 사인을 부탁한다……. "콜롬비아 국기가 없어요"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더니, 조금은 낡고 오래된 '차량용 콜롬비아 국기'와 간식을 안겨주며 "콜롬비아에는 친구가 많아요!"라는 말을 남기고 멀어져 갔다….

콜롬비아 국기를 선물해준 Javier(2007.8.17).
 콜롬비아 국기를 선물해준 Javier(200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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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포장도로의 오르막 위에 굵은 땀방울과 거친 숨소리를 흘리며 톨게이트 같은 곳 앞에 멈췄다. Fredy라는 경찰과 그의 동료들이 신기한 걸 발견한 마냥 즐거운 웃음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밥은 먹고 다니냐"며……. '점심값과 물'을 챙겨 주셨다…….

점심값과 물을 후원해준 경찰들(2007.8.17).
 점심값과 물을 후원해준 경찰들(2007.8.17).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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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어둠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바람은 차갑고 페달을 밟는 것만큼 배고픔은 커진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불빛이 하나 보인다. 하지만, 잠시 쉴 틈도 없이 개 두 마리가 아주 화가 난 듯이 달려든다. 많이 지쳐서일까? 반사적으로 나도 그들을 향해 부르짖고 있었다.

'루아나(추운 지역에서 입은 소매가 없는 외투)'를 입은 Cristobal이 파스타와 삶은 감자가 가득한 국그릇과 사탕수수 차를 건넨다. 부엌은 온통 그을음 빛으로 채워져 있다.

10살이 안 되어 보이는 두 아이는 짧은 스포츠 머리에 코를 훌쩍거리고 있다. 두 볼은 피부 관리를 잘못해서 그런지 불그스름하다. 돌 바닥이 차가워 매트리스를 하나 더 덮고 Cristobal이 준 차가운 이불을 덮은 후에 슬리핑 백 속에 들어가도 여전히 차갑다. 성실하기만 해서 가난을 면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최소한 아이들과 자신을 위해서라도 가난하지 않아야겠다.

기꺼이 잠자리를 허락한 Cristobal 가족(2007.8.21).
 기꺼이 잠자리를 허락한 Cristobal 가족(2007.8.21).
ⓒ 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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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프다. 마침 간이 슈퍼가 보인다. 아주머니에게 표정과 몸짓으로 말하자 화장실 위치를 가르쳐 준다. 무거운 몸을 비우고 나오자마자, 조금 마른 편인 주인 아주머니 Claudia가 음료수를 우리 어머니처럼 적당히(?) 배가 나온 Lourdes, Alba는 저녁을 준비해왔다. 세 분 모두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고 한다.

특히, Lourdes, Alba는 우리 어머니처럼 노동으로 인해 얼굴과 손에 잔주름이 가득했다. 즐겁게 촬영을 하고 일어서려는데, 하늘의 먹구름을 가리키면서 비가 올 것 같다고 자고 가란다.

[위 사진]왼쪽부터 Alba, 필자, Claudia, Lourdes(2007.8.25)   [아래 사진]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AREPA와 Cafe(2007.8.28)
 [위 사진]왼쪽부터 Alba, 필자, Claudia, Lourdes(2007.8.25) [아래 사진]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AREPA와 Cafe(2007.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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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보여준다면서 Lourdes, Alba가 앞장섰다. 뒤쪽 언덕으로 20m 정도 올라가자 '우리'가 나왔다. 진흙 길 사이의 돌을 조심조심 밟고 소들에게 다가갔다. 하얀 송아지 두 마리에게 우유를 주기 위해서 어미 소를 데리고 왔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젖꼭지를 공격적으로 물어대면서 주기적으로 젖을 들이박았다. 녀석들,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안쪽 창고에서는 Lourdes가 사탕수수를 잘게 써는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순식간에 많은 양의 소먹이가 준비되었고 소쿠리에 담아서 소들에게 먹이 주는 걸 도와주었다. 문득, 송아지들과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송아지 두 마리가 있는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송아지 두 마리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하나, 둘 찰-칵! 하려는 순간, 녀석들이 달아나는 바람에 두 손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말았다.

생각보다 힘이 세다! 결국, Lourdes가 한 마리의 고삐를 붙잡은 상태에서 '헤드록(레슬링에서 상대방의 목을 조르는 기술)'을 걸고서야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송아지들과 함께 강제(?) 촬영을(2007.8.25)
 송아지들과 함께 강제(?) 촬영을(2007.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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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이 조금 흐르고, 머리도 조금 어지럽다. Claudia가 '감기' 걸린 게 아니냐고 묻는다. 뜨거운 커피를 한잔 부탁하고 방으로 왔는데, Claudia가 두꺼운 이불과 '감기약'을 챙겨왔다. 하나는 지금 먹고, 나머지는 내일 먹으란다. 손전등도 챙겨주고, 문을 잠그고 누가 두드려도 열어주지 말라며, 마치, 아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듯이 말했다…….

사진으로 떠나는 콜롬비아 여행


2007년 10월 20일 콜롬비아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공식 홈페이지: www.kyulang.net
저서 : 대한민국 청년 박정규의 “희망여행”


태그:#게릴라, #콜롬비아, #박정규 , #희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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