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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호 외치는 학생들 영정을 들고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며 강한 구호를 외치고 있는 학생들...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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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오후 1시의 종로구 삼청동, 몇몇의 전경이 출입문을 지키고 있던 인수위원회 앞 거리가 분주해졌다. 검은 옷을 입고, 학사모를 쓰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기웃거렸다.
 
곧이어 학생들은 자신의 영정을 들고 차례로 인수위원회 정문에 섰다. 검은 가운과 모자, 그리고 검은 관. 나란히 선 그들은 일제히 외쳤다.
 
"등록금, 정령 죽어야 내리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접시를 날라야 학비를 벌 수 있나!"
"대학은 채무자 양성 기업!"
 
자신의 영정 사진 든 학생들, "배우러 대학왔지, 돈내러 대학왔나?"
 
이들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인턴 대학생들. 올해 각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안 발표에 퍼포먼스와 기자회견을 열기위해 인수위 앞으로 모였다. 20여명의 대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다함께 구호를 외치며, 그들의 참담한 현실을 직접 말했다. 
 
"등록금은 계속 오르는데 실질적 혜택은 없습니다. 고등학교 다니면서 같이 공부 열심히 한던 친구들, 그러나 대학에 와선 뿔뿔이 흩어지고 있습니다. 학원비 마련하랴, 등록금 마련하랴, 해외연수 준비하랴… 우리는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턱없이 높은 등록금, 비상식적으로 오르기만 하는 인상율을 견디다 못해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계속되는 등록금 인상은 생계수단이 없는 대학생들에겐 '죽음'에 이르는 일이라며 자신들의 영정 사진을 들었다.
 
처음 길거리에 나와봤는지 구호를 외치는 그들의 모습은 어색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에는 가슴을 울리는 진정함이 있었다. 바로 직접적인 피해자, 대학생들의 진심어린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영정 사진을 제작했습니다. 참지 못해 제작했습니다. 한 사람의 영정을 제작하는 것이 얼마나 참담한 일인지 여러분들은 잘 모를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를 죽여서라도 전달하고 싶습니다. 도대체 등록금은 얼마나 더 올라야 할까요?" 
 
 
"전공서적은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학생들은 관 속에 책들을 던지며 말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등록금은 그들을 책상이 아닌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더 이상 학생을 배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생 보다 건물이 더 소중한가 봅니다. 우리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터로 달려 가야 합니다. 돈 없으면 공부도 할 수 없습니다. 참지 못하겠습니다. 이제 책을 버리겠습니다."
 
관 속으로 책을 버리는 학생들의 모습은 서글펐다. 대학을 왜 왔던가. 책을 보러 왔지 책을 버리러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UCC나 기사로 등록금 인상문제 더 널리 알릴 것"
 
퍼포먼스를 마친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이제 우리는 1년 등록금 1천만 원 시대에 살고 있다. 올해 대학들은 최대 27% 인상된 등록금을 발표 했고, 이는 물가 상승률 몇 배 더 뛰어넘는 일이다"라며 "벌써 부모님의 한숨소리와 학우들의 고통소리가 들려온다. 곧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힐 지도 모르는 미래가 두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퍼포먼스를 준비한 한국외대 국제대학원에 재학 중인 방준섭(27)씨는 "일반 대학생들이 정치에는 무관심 하지만 등록금에 고통 받는 학생들이 반 이상 있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이 일에 동참할 것이라 믿는다"며  "UCC나 기사로 등록금 인상문제를 더 널리 알리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의 안진걸씨는 "자녀가 둘 있는 집은 1년에 3~4천만원의 교육비를 감당해야한다. 대부분의 대학 재단은 수천억 원의 누적이월적립금이 있다. 이를 학교 건물을 세우는 것에만 쓸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등록금을 낮추는 데에 쓰여야 한다"며 "등록금 상한제, 후불제, 차등책정제명화 등의 정책 실현을 위해 모든 시민 단체들과 힘을 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 대학에서는 학생들과 아무런 합의 없이 오른 등록금 고지서를 배송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마 설날 전 도착할 겁니다. 온 가족이 모여 웃음을 나누는 명절에 등록금 을 마련하려 고민하고 앉아있는 풍경, 서글프지 않습니까"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등록금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합니다!"

 

등록금 동결을 호소하고,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후불제의 도입을 촉구하는

참여연대와 대학생들의 기자회견문

 

경제도 어렵고 여러 가지로 살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다들 말합니다. 그런 점들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학생들입니다. 청년실업 문제를 가장 절실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폭등하는 등록금을 지금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희들은 그런 저희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섰습니다. 기자 여러분, 대학 등록금 해도 해도 너무 올랐습니다. 이제 1년 등록금이 1천만 원이 넘는 시대가 되고야 말았습니다. 여러 가지 교육관련 비용까지 생각하면 대학생이 둘인 가정은 대학 교육비용으로만 3천만 원을 넘게 지출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의 시대’가 되고야 만 것이죠. 오죽하면, 요즘 집집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등록금 고지서”라는 말이 돌고 있겠습니까?

 

이제 곧 집집마다 대학 당국이 일방적으로 인상하여 확정한 등록금 고지서가 전달될 것입니다. 서울지역의 대학을 살펴보면 사립대학들은 평균 7~10%의 등록금 인상을 고지하고 있으며, 연세대는 14.5%를, 서울산업대의 경우는 신입생에게 무려 27%가 인상된 금액을 고지했습니다. 또 지역 국-공립대들도 20~25% 인상을 준비하는 대학들이 많습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물가 상승율을 몇 배 뛰어넘는 살인적 ‘등록금 폭탄’ 고지서가 날라 가고 있는 것이죠.

 

벌써부터 부모님의 한숨소리와 학우들의 고통소리가 저희들 귀에 들려오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도 모자랄 판에 저희들 여러 알바까지 병행하고 있지만,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을 뵐 때마다 정말 면목이 없고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제는 공부만 하고 싶습니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는 삶이 너무 힘듭니다. 지금까지 받은 학자금대출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듭니다. 곧,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힐지도 모르는 미래가 두렵습니다.

 

유럽의 대학들은 등록금이 5만원에서 50만원밖에 안한다는데,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교육비가 폭등돼 있을까요? 정말 기가 막히고 또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대학당국의 인상논리로써 이명박 정권의 대학자율화 조치에 적응하기 위해 각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빼놓지 않고 등장하고 있습니다. 자율에 좋은 자율도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대학들은 이를 ‘등록금 폭등의 자율’로 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여연대와 대학생들은 호소합니다. 제발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 주십시오. 대학 마다 수천억원의 누적이월적립금이 있다는 것을 저희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유럽의 대학들처럼 등록금을 대폭 인하하기가 어렵다면,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차등책정제 △학자금 대출 이자 대폭 인하 △무이자 대출 전면 확대 △등록금 책정심의기구 법제화(투명화, 학생참여 보장) △대학 일반 회계에서 등록금 회계 분리-독립 등의 새로운 등록금 제도를 어서 도입해주시기 바랍니다.

 

곧 집권여당이 될 한나라당은 대선을 앞둔 지난 해 “대학 등록금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인가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님, 그 약속이 이행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정말 간절하게 약속 이행을 호소 드립니다.

 

2007. 1. 31

 

참여연대/참여연대와 함께하는 대학생 모임

 

덧붙이는 글 | 김혜민, 송주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참여연대, #등록금,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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