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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실 마을 돌담길에 마침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가는 할머니를 만났어요. 굽이굽이 돌담길 따라 금당실 마을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 굽이굽이 돌담길 금당실 마을 돌담길에 마침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가는 할머니를 만났어요. 굽이굽이 돌담길 따라 금당실 마을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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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마을로 새롭게 꾸미고 있는 금당실 마을에는 돌담 위에 기와를 얹어놓은 것도 있고.
▲ 기와를 얹은 돌담 전통마을로 새롭게 꾸미고 있는 금당실 마을에는 돌담 위에 기와를 얹어놓은 것도 있고.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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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와 가까운 곳에 돌담마을이 몇 군데 있어 자주 다녀봤지만, 온 마을이 돌담에 둘러싸인 곳은 처음 봤어요. 그것도 옛 한옥집이 즐비하게 있어 돌담과 썩 잘 어울리는 예스런 풍경은 우리 마음을 통째로 빼앗고도 남았어요.

온통 돌로만 담장을 쌓은 예스런 풍경에 흠뻑 빠져 둘러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하던 그런 곳, 바로 예천 자전거 나들이에서 만났답니다.

경북 예천군 용문면 상금곡리, 마을 옛 이름은 '금당실'이에요. 이 마을은 예로부터 '십승지지(十勝之地)'라고 해서 풍수지리로 볼 때,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일어나도 마음놓고 살 수 있는 열군데 땅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흔히 '피난지'라고도 말하더군요.

초간 권문해가 지었다는 초간정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멋진 소나무 숲이 마치 이 마을을 지키기라도 하듯 들머리에 넓게 자리잡고 있었어요. 겨울 매서운 바람을 잘 막아주는 바람막이 노릇도 톡톡히 하는 듯 했어요. 더구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답니다.

겨울 찬바람 매서운 북서풍을 막아주는 바람막이 소나무 숲이에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소나무 숲이 매우 아름다워요.
▲ 금당실 소나무 숲 겨울 찬바람 매서운 북서풍을 막아주는 바람막이 소나무 숲이에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소나무 숲이 매우 아름다워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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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들머리에 큰 서원이 있어요. 처음엔 어떤 큰 집안에서 만든 재실인 줄 알았어요. 짧게 소개한 알림판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걸.
▲ 금곡서원 마을 들머리에 큰 서원이 있어요. 처음엔 어떤 큰 집안에서 만든 재실인 줄 알았어요. 짧게 소개한 알림판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걸.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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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에 빠져 자칫 길 잃어버리겠네!

소나무 숲을 지나 이 마을에 들어설 때 무척 놀라웠어요. 집집이 온통 낮은 돌담을 쌓아놓았는데, 그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몰라요. 더구나 전통 한옥집이 많았고, 그것과 어우러진 돌담길은 옛 사람의 푸근하고 따듯한 정도 저절로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답니다. 땅도 거의 흙길이었고 500집 남짓 되는 마을에는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퍽 놀라웠답니다.

가지런히 쌓은 돌담 위에는 짚으로 엮은 이엉을 얹어놓았는데, 그 위에다가 긴 대나무를 얹어 다시 엮었기 때문에 바람에도 끄덕하지 않도록 만들었어요. 옛 사람들의 슬기를 엿볼 수 있는 꼼꼼함이 참 좋았답니다.

"허! 가도 가도 끝이 없네?"
"그러게. 온통 돌담길인 것도 놀랍지만 무슨 미로 같아."
"가만, 여기 아까 봤던 데 아냐?"
 
구불구불 돌담길을 따라 자전거를 끌고 알록달록 요상한 옷차림으로 걷는 우리는 어쩌면 그야말로 낯선 이방인이었답니다.

마을 어귀에 있는 금곡서원부터 시작하여 골목길을 따라 가는데, 이게 웬일이래요? 가도 가도 끝이 없고 눈에 띄는 건 온통 돌담뿐이었어요. 모퉁이 하나 돌면 돌담이요. 또 하나 돌면,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진 돌담길, 마치 ‘미로’ 같았답니다.

구불구불 돌담길 따라 전통을 잇는다

금당실 마을은 돌담길이 무척 예뻐요. 집집이 낮게 쌓아놓은 돌담이 예스런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답니다.
▲ 굽이굽이 돌담길 금당실 마을은 돌담길이 무척 예뻐요. 집집이 낮게 쌓아놓은 돌담이 예스런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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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위에 짚으로 만든 이엉을 얹어놓고, 그 위에다가 다시 긴 대나무를 엮어놓아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만들었어요.
▲ 이엉 돌담 위에 짚으로 만든 이엉을 얹어놓고, 그 위에다가 다시 긴 대나무를 엮어놓아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만들었어요.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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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살펴보니, 담장이 아주 오래된 옛것도 있었지만 새로 쌓은 듯 보이는 돌담이 많았어요.

"아마 여기를 전통마을로 새로 꾸몄나봐!"
'그런가 보다. 여기저기 문화재도 많이 있는 걸 보니 마을 전체를 새로 꾸몄지 싶다."
"어쨌거나 참 보기 좋다. 골목마다 돌로 낮게 담장을 쌓아놓은 것도 멋지고, 옛것도 그대로 잘 살려놓아서 참 보기 좋네."
"우리가 지난해에 가봤던 성주 한개마을과 군위 한밤마을도 참 멋졌는데 여긴 정말 거기와는 또 다른 맛이다. 그치?"
"그래. 마을도 꽤 큰데 이 많은 돌담을 새로 쌓으려면 돈 좀 들었겠다."
"그러게. 그래도 예천군에서 참 잘하고 있네. 자기 지역을 살리는 일에 아낌없이 돈을 쓸 줄도 알고, 전통을 잘 살려 보존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그런데 보니까 아직 마무리가 덜 된 것 같기도 한데, 나중에 다 되면 정말로 멋진 마을이 되겠다."
"하! 부럽다. 그러고 보면, 예천에는 볼거리도 많고 얘깃거리도 참 많다. 그치?"


낮에도 사람소리가 들리지 않는 여느 시골마을처럼 이 마을도 무척 조용했어요. 구경하는 동안 틈틈이 강아지 짖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어요. 드문드문 빈 집도 보였는데, 여기에도 울타리에는 새로 돌담을 쌓아놓았어요.

모퉁이를 돌아가다 보면, 반송재고택·사괴당고택·추원재……. 문화재로 지정된 옛집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는데 아쉽게도 문이 잠겨있어 안을 제대로 살펴볼 수는 없었답니다. 그래도 담장이 낮아서 구경하기에는 많이 힘들지 않았지만.

마을을 온통 둘러싸고 있는 돌담은 거의 낮게 만들었어요. 돌담 너머로 집안도 들여다 볼 수 있답니다.
▲ 돌담 너머로 마을을 온통 둘러싸고 있는 돌담은 거의 낮게 만들었어요. 돌담 너머로 집안도 들여다 볼 수 있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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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실 마을에는 전통 한옥집이 많이 있어요. 여러 '고택'들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답니다. 넓은 텃밭과 낮게 울타리를 친 돌담이 퍽 정겹지요?
▲ 텃밭과 돌담 금당실 마을에는 전통 한옥집이 많이 있어요. 여러 '고택'들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답니다. 넓은 텃밭과 낮게 울타리를 친 돌담이 퍽 정겹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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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 벗어나니 여긴 '딴 세상'

미로 같은 돌담길을 따라 재미나게 실컷 구경하고 부지런히 사진도 찍으면서 모퉁이 하나를 돌았는데, 어머나! 여긴 딴 세상이네요?

"헉! 이게 뭐야?"

깜짝 놀랐어요. 가도 가도 온통 돌담만 보였는데,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어요. 그저 모퉁이 하나 돌았을 뿐인데, 조금 앞서 봤던 풍경은 마치 조선시대를 걷고 있는 듯했는데, 이젠 70~80년대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어느 마을에 우리가 서 있는 거였어요.

부용철물·금성소리사·방앗간…. 이름도 정겨운 간판이 걸려있고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여러 가지 가게들이 서로 마주보며 있어요. 돌담마을에서는 사람구경도 하기 힘들었는데, 여기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이 보였어요. 내친 김에 마을 어르신 한 분께 여쭈었어요.

"할머니, 요 안에 마을을 구경하고 나왔는데요. 저 돌담이 언제부터 있던 거예요? 옛날에도 있었나요?"
"아니야! 이 마을에는 옛날에도 돌담 쌓은 집들이 많이 있었지. 그런데 한 2~3년 됐나? 군에서 새로 저렇게 한 거야."
"아…. 예. 그럼 저 많은 걸 군청에서 다 만든 거예요?"
"그렇지. 원래도 많이 있었는데 전통마을인가 그거 한다고 다시 저렇게 한 거여."


우리 생각이 맞았어요. 이 금당실 마을 둘레에는 앞서 봤던 초간정·예천 권씨종택·용문사·명봉사까지 역사 깊은 문화재가 참 많은 곳이에요. 그런데다가 이 마을 안에도 앞서 소개한 전통 한옥집인 고택들이 많이 있어 이 마을 전체를 전통마을로 새로 만들고 있던 거였어요.

예천군청 인터뷰, 그리고 아쉬움

깜짝 놀랐어요. 미로 같은 돌담길을 따라 구석구석 구경하고 모퉁이 하나 돌아서 나오니, 이게 웬일이래요? 아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우리를 또 놀라게 하네요. 조선시대와 70~80년대가 함께 살아가는 것 같았어요.
▲ 헉! 여긴 또 딴 세상이네? 깜짝 놀랐어요. 미로 같은 돌담길을 따라 구석구석 구경하고 모퉁이 하나 돌아서 나오니, 이게 웬일이래요? 아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우리를 또 놀라게 하네요. 조선시대와 70~80년대가 함께 살아가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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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철물, 금성소리사, 평화식당, 방앗간…. 간판 이름들도 모두 정겨웠답니다.
▲ 금당실마을 부용철물, 금성소리사, 평화식당, 방앗간…. 간판 이름들도 모두 정겨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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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예천군청 관광개발 담당자인 신연규씨한테 전화로 이 마을 이야기를 더욱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어요.

지난 2006년에 문화관광부에서 관광자원개발사업을 지원 받을 곳으로 이 금당실 마을이 뽑혔는데, 그 때부터 이 전통마을 공사를 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 사업은 이 지역에서 뿌리내린 유교권 문화를 되살리는 깊은 뜻으로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었지요.

'유교문화권사업'의 하나로 총 공사비 23억을 들여서 하고 있는데, 2009년에 모두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전통 한옥과 돌담길이 어우러져 낡은 옛집을 다시 고쳐 세우기도 하고, 또 새롭게 집집이 돌담을 쌓아 우리 전통 멋을 그대로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아 참, 한옥집과 돌담길에 썩 어울리지 않는 게 하나 있는데요. 그건 바로 전봇대에요. 우리도 이런 옛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에 왔을 때, 사진을 찍으면서 눈에 많이 거슬렸던 게 바로 이 전봇대와 전깃줄이었지요. 그런데 이 전봇대도 하나하나 새롭게 손볼 거란 얘기도 했어요.

매우 멋스럽지요? 이 마을에는 아주 오래된 소나무도 있어요. 돌담과 어우러진 키 큰 나무가 퍽 멋스러웠답니다.
▲ 돌담과 어우러진 키 큰 나무 매우 멋스럽지요? 이 마을에는 아주 오래된 소나무도 있어요. 돌담과 어우러진 키 큰 나무가 퍽 멋스러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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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옛 조상들의 슬기가 그대로 묻어나고 그 옛날 조상의 얼을 살리려고 지역에서 스스로 애쓰는 예천 사람들이 퍽 정겹고 자랑스럽게 여겨졌답니다.

이번 나들이에는 이 금당실 마을을 잘 알지 못한 채 다녀와서 아쉬움도 많이 남아요. 나중에 알았지만 문화재로 지정된 옛집마다 따로 관리인이 있어 미리 약속을 잡고 오면 더욱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마무리가 덜 된 것이라 딱히 탓할 수는 없지만, 문화재마다 너무 꼭꼭 숨겨둔 듯해서 많이 안타까웠어요.

우리처럼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구석구석 잘 살펴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어요. 자기 고장을 알리는 작은 책자에는 이런저런 문화재가 있고, 맘껏 구경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문을 꼭 닫아놓고 들여다볼 수 없어서 몹시 속상했답니다. 또 문화재를 알리는 알림판이라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이래저래 예천을 떠나올 때, 밥집 할머니와 했던 약속을 꼭 지킬 수 있을 듯 하네요. "우리 예천에 아직 볼 데가 많거든요, 꼭 다시 올 거예요" 하고 말했던 그 약속 말이에요.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건, 온통 돌담이었어요. 가도 가도 끝없는 길,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돌담길, 그 예스런 멋에 흠뻑 빠져 자칫 길 잃어버릴지도 몰라요.
▲ 돌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건, 온통 돌담이었어요. 가도 가도 끝없는 길,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돌담길, 그 예스런 멋에 흠뻑 빠져 자칫 길 잃어버릴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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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는 옛부터 돌담으로 쌓은 담장이 많았대요. 지난 2006년부터 전통마을로 가꾸려고 다시 고쳐 세우기도 했고요. 새롭게 쌓는 곳도 있어요. 온 마을이 돌담마을이라고 보면 된답니다.
▲ 돌담 이 마을에는 옛부터 돌담으로 쌓은 담장이 많았대요. 지난 2006년부터 전통마을로 가꾸려고 다시 고쳐 세우기도 했고요. 새롭게 쌓는 곳도 있어요. 온 마을이 돌담마을이라고 보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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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12월 23일~24일에 다녀온 예천 나들이 이야기입니다.

한빛이 꾸리는'우리 말' 살려쓰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 그리움(http://www.eyepoem.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금당실마을, #돌담길, #전통마을, #예천,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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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자전거는 자전車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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