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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꿀,참기름,계란,생강 오합주는 다섯가지를 섞어서 만드는 보양술이다
▲ 오합주 재료 청주,꿀,참기름,계란,생강 오합주는 다섯가지를 섞어서 만드는 보양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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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먹거리 생활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풍요와 과잉이다. TV에서는 더 맛있고, 특별하며, 몸에 좋은 음식들을 수시로 보여주며 자극을 주고 있다. 이제는 소문난 식당과 먹거리를 일부러 찾아다니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먹거리 여행을 즐기는 문화도 있다. 돈만 있으면 황후의 식탁도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옛날에는 돈이 아니라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모든 먹거리의 재료들을 자연에서 직접 획득하였으며, 작은 것 하나라도 중요하게 여겨서 소홀하게 다루지 않았다. 특히 태풍과 가뭄으로 식량 생산이 차질을 빚을 때가 많았던 옛 제주인들은 먹거리를 아주 소중하게 여겼다. 그만큼 제주에서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이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옛날 제주의 음식들은 거의 다 사라지고, 대표적인 몇몇 종류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 중에는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있지만 예전 방식대로 일반 가정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들도 있다.

제주 전통음식을 대표하는 민속주

그 중 하나가 민속주이다. 제주의 민속주로 대표적인 것은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이다. 오메기술은 보통 차좁쌀로 만들며 고소리술은 메좁쌀로 찐 다음에 고소리를 이용하여 증류시킨 소주이다. 오메기술은 오메기떡과 함께 옛 제주인들이 즐겨서 만들어 먹던 술이다. 하지만 아무 때나 만들지는 않았다. 농사가 잘되어서 여유가 있을 때나 제삿날이나 집안 잔치 등 특별한 날에 만들었다.

또 옛날에는 특별히 보약이 없었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전통적으로 오합주를 빚어서 먹었다. 오합주는 청주, 꿀, 참기름, 계란, 생강 다섯가지를 섞어서 만든 술로 나이 많은 어르신들 중에는 이 술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집안에 몸이 쇠약하거나, 기력이 약하고, 몸 보신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때 특별히 만들었으며, 좋은 재료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 마을에서도 부유하게 살던 집에서나 만들 수 있던 술이다. 특히 제주의 민간요법 중에서 제일 알아주는 술이라고 하겠다.

오메기떡을 으깨고 누룩과 섞어서 오메기술을 만든다. 오합주는 오메기술로 빚은 청주를 이용한다.
▲ 오메기술 만들기 오메기떡을 으깨고 누룩과 섞어서 오메기술을 만든다. 오합주는 오메기술로 빚은 청주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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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방법은 먼저 오메기술을 만든다. 오메기술은 차좁쌀을 반죽하여 동그랗게 만든 다음에 삶아서 오메기떡을 만들고, 그것을 으깨어 누룩과 같이 섞어서 술을 빚은 것이다. 차좁쌀로 만든 오메기술에서 윗 부분인 청주 또는 아랫부분에 깔린 탁배기를 이용하는데, 재료를 섞을 때는 청주, 꿀, 계란, 참기름을 같은 비율로 섞고, 생강즙만 다른 재료의 1/4 정도로 적게 넣는다.

생강즙은 계란이나 참기름의 느끼함을 없애기 위함이다. 옛 어른들은 보통 노란색의 깨가 아니라 반드시 검은 깨(흑임자)로 만든 참기름을 제일 좋다고 여겼다. 또한 꿀도 직접 채취한 토종꿀만 사용했다. 그래서 꿀의 수분을 제거하기 위하여 솥에 넣고 끓이기도 했으며, 그냥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릇에 계란을 넣어서 잘 으깬 다음에 꿀과 참기름을 넣어서 잘 저어준다. 그러고 나서 여기에 청주를 적당히 넣어 잘 저어주면서 섞는다.

다섯가지 재료를 일정한 비율로 잘 섞어서 저어준다. 계란을 풀어 으깨고, 꿀과 참기름, 생강을 넣고 마지막에 술을 넣는다.
▲ 오합주 만들기 다섯가지 재료를 일정한 비율로 잘 섞어서 저어준다. 계란을 풀어 으깨고, 꿀과 참기름, 생강을 넣고 마지막에 술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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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섞은 다음에 항아리에 넣어서 잘 밀봉하여 발효를 시킨다. 하루에 두세 번 부풀어 오르는데, 그 때마다 잘 저어주어야 한다. 겨울철에는 10일 정도, 여름에는 5일 정도 두었다가 마시는데, 다른 술에 비해 오래 보관할 수 없으므로 마실 수 있는 적당한 양만 만들었다.

색은 담황색이며 진한 맛이 난다. 오합주는 정성으로 만든 술이다. 오메기술을 만드는데에도 많은 정성이 들어가지만, 오합주는 특별히 집안에 몸이 아픈 사람을 위하여 옛날에는 쉽게 구하거나 사용할 수 없었던 꿀과 참기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주 좋은 보양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제주의 옛 민속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항아리에 넣고 잘 밀봉하여 발효시킨다. 하루에 2~3번 저어주어야 술이 잘 익는다
▲ 오합주 항아리에 넣고 잘 밀봉하여 발효시킨다. 하루에 2~3번 저어주어야 술이 잘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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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속촌박물관에서는 오는 1월 26일부터 1월 29일까지 옛 제주의 전통술 되살리기 행사를 개최한다. 제주도 무형문화재 3호인 '오메기술' 기능보유자인 김을생 할머니와 전수생인 강경순 선생님이 직접 오메기술과 오합주를 빚으며, 관람객들에게 설명을 한다.

참여하는 관람객들은 직접 오메기떡을 만들고, 술을 빚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무료로 시음하여 맛을 볼 수도 있다.


태그:#제주민속촌박물관, #제주도, #오메기술, #오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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