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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이 오는 길목에 제주민속촌에는 매화꽃이 활짝 피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 매화 새 봄이 오는 길목에 제주민속촌에는 매화꽃이 활짝 피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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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

100여채의 제주 옛 초가집으로 구성된 제주민속촌박물관에는 지금 새 봄을 알리는 매화꽃이 활짝 피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옛 제주의 민속을 보존하고 또한 사라진 민속을 복원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제주민속촌박물관에서는 입춘(올해는 2월 4일)을 맞이하여 입춘첩을 새로 붙이고,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입춘이 되면 제주 사람들은 “새 철 들엄수다”라고 말을 한다. “새로운 철(계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라는 뜻이다. ‘새 철’은 새로운 철, 새로운 절기, 새로운 해가 시작됨을 알리는 제주말이다. 입춘은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겨울이 춥고 어두운 계절이라면 봄은 따뜻하고 생명이 탄생하는 계절이다. 또한 묵은 해가 가고 새해가 시작됨을 알리는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고 시작을 알리는 의미있는 날이라 하겠다.

어릴 적에 입춘날에 곤밥(쌀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했던 시기에, 특히 제주도는 논이 없어서 쌀을 육지에서 들여왔기 때문에 곤밥(쌀밥)을 해 먹는 것은 제삿날 등 중요한 날뿐이었다. 그래서 입춘날 평소에 먹기 힘든 곤밥(쌀밥), 그것도 김이 모락 모락나는 따뜻한 흰 쌀밥을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입춘을 맞이하여 제주민속촌 100여채의 초가집들마다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제주민속촌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입춘첩을 나눠줄 예정이다.
▲ 입춘대길 입춘을 맞이하여 제주민속촌 100여채의 초가집들마다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제주민속촌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입춘첩을 나눠줄 예정이다.
ⓒ 정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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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제사 올릴 때 문전제(門前祭) 따로 올려

또 아버지는 흰 종이에 글씨를 써서 집안 구석구석에 붙였다. 대문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써 붙이고, 마루에는 화기자생군자택 근천하무난사(和氣自生君子宅 勤天下無難事), 백인당중유태화 일근천하무난사 (百忍堂中有泰和 一勤天下無難事)라고 써서 붙였다.

지금은 현대식 건물들로 바뀌었지만 예전에 제주의 초가집들은 마루로 올라오는 곳에 커다란 문을 달고서 그것을 대문이라고 불렀다. 다른 지방에는 마루에 문을 달지 않지만 제주의 초가는 마루에도 문들이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곳을 집안에서 대단히 중요한 장소로 여겼다. 그 곳에는 집안을 수호하는 문전신(門前神)이 좌정해 있다고 믿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조상에 대한 기제사를 올릴 때에도 반드시 문전신에 대한 문전제(門前祭)를 따로 올린다. 유교식 제사 절차 중에 무속신앙에 바탕을 둔 문전신에 대해 제를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민간신앙의 뿌리가 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옛 제주의 초가집에는 마당에서 마루로 들어가는 문을 대문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곳에는 문전신이 좌정해 있다고 믿었다.
▲ 제주의 초가 옛 제주의 초가집에는 마당에서 마루로 들어가는 문을 대문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곳에는 문전신이 좌정해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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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날에는 여자들 바깥나들이 삼가야

입춘날에는 금기사항도 있다. 입춘날에는 여자들이 바깥 나들이를 삼가며, 특히 다른 집에 가면 안 된다. ‘여자가 찾아간 집은 그 해 농사를 지을 때에 밭에 잡초가 많이 생긴다’라는 속신 때문이다. 지금도 입춘날에는 여자들이 다른 집에 가는 것을 꺼리기도 하는데, 현대에 들어와서는 ‘새철드는 시간’에만 바깥 나들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변하고 있기도 하다.

입춘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왜 그런 속신이 생겼는지가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남존여비의 문화에서 그런 풍습이 나온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전래되어 오는 전통 민간사상에 바탕을 두고 생각하면 달라진다.

입춘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상징이다. 우리의 전통사상에서 겨울은 음(陰)의 계절이고, 봄은 양(陽)의 계절이다. 또한 남자는 양이고, 여자는 음이다. 입춘은 새로운 봄, 새로운 해가 시작됨을 즉, 양의 계절이 시작됨을 알리는 시기다.

즉, 양(陽)의 기운이 솟아나는 시기에 음(陰)의 기운을 억누르기 위함, 또는 양의 기운이 잘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자들의 바깥 출입은 당연히 금기사항이 되지 않았을까? 한 해 농사의 풍요와 집안에 액(厄)이 찾아오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춘을 중요하게 여기고 금기사항이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옛 기록에 의하면 입춘굿놀이를 제주시 관덕정 마당에서 크게 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소멸되었다가 몇 년 전부터 복원되어 입춘날이 되면 대대적인 굿판과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입춘굿놀이는 농경사회에서 풍농을 기원하는 관-민 합동 축제였으며, 지금도 한 해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기 위하여 전통축제를 복원하여 거행되고 있다.

제주민속촌박물관에서는 입춘을 맞이하여 관람객들에게 입춘첩을 나눠줄 예정이다. 2월 2일부터 4일까지 박물관 내 낙화혁필 공예방에서 직접 입춘첩을 쓰고,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또 메주쑤기를 비롯하여 연날리기, 지게발 걷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도 있다. 특히 설날 연휴기간 동안에는 제주의 전통 음식인 ‘빙떡 만들기 체험 및 시식 행사’도 개최할 계획이다.


태그:#입춘, #제주민속촌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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