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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 시청률 싸움이 재미있다. 각 방송사에서 대스타들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먼저 방송을 시작한 <뉴하트>가 독주체제를 갖추고 그 뒤를 <쾌도 홍길동>, <불한당>이 좇는 형국이다.

 

그래서 늘 수목드라마 시청률 싸움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시청률 한 자리수를 달리는 <불한당>은 두 작품에 비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장혁이 바람둥이로 변신해 호연을 펼치며 마니아층으로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표면적인 수치에서는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어느 정도 통속적인 면을 지닌 드라마였고 설정 자체부터, 출발 자체부터 그러하다.

 

그래서 메디컬 드라마를 표방하는 <뉴하트>와 퓨전사극을 표방한 <쾌도 홍길동> 보다 특색이 있거나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마이걸> 주유린에 의지할 것인가?


주인공이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여기에 미혼모까지 등장하는 정도면 작품이 꽤 통속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 통속성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익숙한 설정을 잘 이용해 세련된 연출과 연기력으로 뒷받침 한다면 나름대로 인기를 끌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 <불한당>은 그 통속성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 원맨쇼를 펼치고 있는 듯한 장혁의 연기. 불한당으로 변신한 장혁이 연기하는 권오준의 캐릭터만이 드라마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다해가 연기하는 진달래의 캐릭터가 드라마 속에서 잘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다해가 연기를 못하거나, 진달래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쩐지 <불한당>의 진달래는 이다해가 연기했던 <마이걸>의 주유린과 오버랩되어 오히려 드라마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사실 이다해는 <마이걸>에서 주유린을 연기하면서부터 실질적인 주인공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뻔한 거짓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주유린. 하지만 그 안에 나름의 아픈 과거사를 지닌 그녀의 톡톡 튀는 매력은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다해도 주유린이란 캐릭터를 철저하게 소화해내며 코믹함과 눈물연기로 연기력을 검증받았고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 뒤로 어쩐지 이다해와 주유린이 하나의 몸이 되어 계속적으로 비슷한 연기를 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후속 작품은 <헬로 애기씨>에서 보여주었던 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헬로 애기씨>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주유린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여기에 <헬로 애기씨>는 억지스러운 전개와 <마이걸>, <낭랑 18세>등과 비슷한 내용을 여기저기 짜깁기한 인상마저 남겼던 드라마였기에 더욱더 이다해가 연기한 이수하 역은 주유린 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새로운 연기를 선보여야할 시점에서 결국 이다해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비슷한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연기했다. 이 점은 이다해가 앞으로 길을 가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될지도 모르나 역시 이다해가 선택한 이번 캐릭터 진달래도 역시나 주유린이 생각나는 캐릭터이다.

 

물론 이다해가 연기한 캐릭터는 조금씩의 변화는 있었다. 주유린이 말괄량이 사기꾼 역이었다면 이수하는 종가집 손녀였고 진달래는 미혼모로 충분히 다른 색깔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다해는 지속적으로 스스로 <마이걸> 주유린에 기대고 있다. 그녀가 맡은 작품 속에서 캐릭터들이 모두 밝고 쾌활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공통분모는 있지만 그것을 연기해 내는 연기자 이다해는 스스로 주유린이란 캐릭터에 빠져 있다.

 

미혼모 진달래의 모습을 보여줘!

 

그렇다 보니 설정과 역할 자체가 다르지만 모두 비슷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진달래가 주유린이란 캐릭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진달래라는 캐릭터 자체의 고유성을 확보한다면 주유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사실상 진달래라는 캐릭터는 통속적이고 식상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확실히 <마이걸>의 주유린과는 다르다.

 

진달래는 임신 중에 남편을 잃은 미혼모이기 때문이다. 즉 연기자 이다해에게도 진달래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한 아이의 엄마 역에 도전하는 것은 여자 연기자들에게는 의미있는 일이다.

 

그래서 진달래는 분명 주유린과는 다르다. 물론 시어머니와 관계가 친정 어머니 이상이며, 자식과도 친구처럼 지내는 진달래의 기본 성격은 역시나 명랑하고 쾌활하기에 주유린과 비슷한 캐릭터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 역할로 충분히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비록 현실은 힘이 들지만 자식을 위해서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억척스러움까지 보이는 역으로 충분히 그릴 수 있었다. 사실 생각해보자. 남편도 없고 시어머니와 자식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면 당연히 여자는 여성성을 포기한 채 며느리로 어머니로 살아가기 위해서 독해질 수밖에 없다.

 

그게 여자이고, 엄마라는 존재이다. 아마도 이다해라는 연기자가, 혹은 작가가 엄마가 되어보지 못해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실상 남편이 있다해도 자식을 기르는 어머니들은 일정하게 독하고 억척스러운 면을 가진 이들이 많다. 아닌 이들도 있겠지만 모성본능이 강한 여자는 그렇다.

 

이러한 점을 전면에 내세워 진달래는 연기한다면 충분히 주유린과는 또 다른 캐릭터가 탄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이다해라는 연기자가 새롭게 연기 변신을 했으며, 진달래라는 캐릭터가 사랑받는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기만 하다.

 

물론 아직은 극이 초반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는 주유린과는 다른 어머니의 초점을 맞춰 진달래를 그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드라마 , #불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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