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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차려진 제상을 찬찬히 살펴보면 음양오행과 오방색이 오묘하리만큼 조화를 이뤄 차려져있다. 음양오행과 오방색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림 한 장에 넣다보니 치사할 정도로 알록달록한 그림이 되었다.
 잘 차려진 제상을 찬찬히 살펴보면 음양오행과 오방색이 오묘하리만큼 조화를 이뤄 차려져있다. 음양오행과 오방색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림 한 장에 넣다보니 치사할 정도로 알록달록한 그림이 되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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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상 차리기의 기본을 한 장의 그림에 담으려니 치사 할 정도로 알록달록해졌다. 그러나 어쩌랴. 음양오행과 오방색을 빼고는 제상 차리기의 밑그림을 설명할 수 없으니 말이다. 

제상 차리기의 밑그림은 '음양오행'

‘음양오행’과 ‘오방색’이란 말조차 처음 듣는 입장이라면 어렵기만 하고, 설명자체가 횡설수설하는 듯 보일수도 있으니 참 곤란하다. 근대산업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디지털은 ‘0’과 ‘1’의 조합만으로 모든 것을 나타내지만 우리들의 조상은 디지털신호보다 더 다양하고 세밀한 표현이 가능 할 수도 있는 5가지, 목, 화, 토 금, 수를 이용하여 몇 천 년부터 삼라만상의 특성 등을 기록하고 묘사하였는데, 이 5가지를 '음양오행'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음양오행은 방위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데, 동서남북 4방에 중앙(가운데)을 더해 오방이라 하고, 이 오방을 상징하는 색깔들이 오방색이다. 방위별 음양오행과 색깔을 보면, 동쪽(묘방)은 목(木)으로 양(陽)이며 청색, 남쪽(오방)은 화(火)로 양(陽)이며 붉은색, 서쪽(유방)은 금(金)으로 음(陰)이며 흰색, 북쪽(자방)은 수(水)로 음(陰)이며 검은색으로 상징하고, 이들 네 방향이 모아지는 중앙(가운데)은 토(土)로 음양을 띠지 않는 중(中)으로 오방색 중 황색이다.

그림에서 동서남북 4방위가 파란색, 붉은색, 흰색, 검은색으로 되어있고 가운데는 황색으로 표시된 것은 음양오행과 오방색에 따른 것이라는 걸 이해하면 심오한 음양오행은 더 알지 못하더라도 제상의 기본이 되는 음양오향은 이미 알거나 보게 된 것이다.

자로 잰 듯 똑 떨어지는 ‘음양오행’

차려진 제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하(줄)로는 음양오행을 이뤘고, 좌우로는 철저하게 음양에 맞춰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하기야 계산기도 없이 천문을 논하던 조상들이니 오죽 꼼꼼히 따지고 정했겠냐마는 그래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확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사를 드리기 위해 차린 상에도 대추, 밤, 감, 배가 차려져있다.
 고사를 드리기 위해 차린 상에도 대추, 밤, 감, 배가 차려져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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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상에 진설된 음식들을 보면 음식별로 목, 화, 토, 금, 수 음양오행으로 구분되어 5줄(행)로 차려져 있다. 제상의 제일 안쪽, 신위에 제일 가까운 제 1행은 음양오행 중 수(水)며 음이다. 2번째 줄은 오행 중 화(火)며 양이고, 3번째 줄은 상하 대칭구조에서 중앙에 해당하는 토(土)며 음양역시 음양이 합일을 이룬 중(中)이다.

4번째 줄은 오행 중 목(木)에 해당하는 양이고, 다섯 번째 줄은 금(金)에 해당하며 음이 되니, 오행으로는 수, 화, 토, 목, 금으로 차례를 이뤘고, 음양으로는 음, 양, 중, 양, 음이 되며, 가운데 토를 기준으로 하여 위로는 땅위에서 얻을 수 있는 천산품(天産品이) 진설되고 아래로는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지산품(地産品)이 차려지니 완벽하리만큼 균형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커다랗게는 음양오행에 맞춰 행(줄)을 이뤘고, 줄을 이룬 제수들은 다시 음양의 질서를 따르는데 대분류의 음양오행에서 소분류의 음양으로 다시 조화를 이뤘으니 삼라만상의 질서가 차려진 제상에 행렬을 맞춰 오롯하게 드러나 있다.

음양오행에 맞춰 행(줄)으로 구분된 제수들은 다시 한 번 이런저런 음양으로 동서(좌우)로 가름되었다. 방위음양에서 동쪽은 ‘양’이며 서쪽은 ‘음’에 해당하니 음 식품은 서쪽, 양 식품은 동쪽에 진설하여 조화를 이룬 것이다.

제상은 수, 화, 토, 목, 금 음양오행으로 조화

제상을 차리는 기준으로 회자되고 있는 여럿 말 중 좌반우갱, 병동면서, 접동잔서 등이 1행을 진설하는 법(기준)을 이르는 말들이다.

 제상 제일안쪽, 1행은 음양오행 중 수(水)며 음이니 밥과 국, 국수와 떡 그리고 술잔과 수저가 짝수로 놓인다. 좌반우갱(동갱우반), 병동서면, 접동잔서 라는 말이 1행을 진설하는 기준으로 회자되는 말이다.
 제상 제일안쪽, 1행은 음양오행 중 수(水)며 음이니 밥과 국, 국수와 떡 그리고 술잔과 수저가 짝수로 놓인다. 좌반우갱(동갱우반), 병동서면, 접동잔서 라는 말이 1행을 진설하는 기준으로 회자되는 말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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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밥)과 갱(국)이 차려진 제 1행은 음양오행 중 수(水)인 음으로, 차려진 음식물들을 보면 제일 좌측(서쪽)에 면(국수), 제일 오른쪽(동쪽)에 병(떡)이 진설되었다.

음양의 어떤 구분으로 국수와 떡을 양쪽 끝에 차렸을까? 밀과 쌀 모두 땅에서 수확하는 지산물이니 음의 줄(행)에 차려지지만, 한겨울 동안 음기 가득한 땅에서 자란 대표적 음 농산물인 밀로 만든 면(국수)은 정음 음식이며, 떡은 한여름 내내 햇살을 받으며 자란 대표적 양기 농산물인 쌀로 만든 정양 음식이기에 각각 정음과 정양의 위치에 진설 한 것이다.

반(메, 밥)과 갱(국)이 일상적인 밥상 차림과는 달리 왼쪽에 반(밥), 오른쪽에 갱(국)이 차려지는 것 또한 산지(産地)에 따른 음양으로 구분한 것으로 쌀은 음에 해당하는 땅에서 생산한 지산물이고, 갱(국)은 하늘에서 내려온 물로 이루어진 천산물이니 반(밥)은 음인 서쪽에, 갱(국)은 양인 동쪽으로 진설한 것이다.

1행의 진설을 말하며 병동면서(떡은 동쪽, 국수는 서쪽), 접동잔서(수저를 담은 접시는 동쪽, 잔은 서쪽)와 함께 ‘좌반우갱’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좌반우갱’이라는 말이 타당한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음양을 따지지 않고 ‘밥은 제상 왼쪽에, 국은 제상 오른쪽에 차린다’는 수단적 표현으로써는 사용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제상 차라기의 기본인 음양을 기준으로 할 때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다.

좌(左)는 위치음양으로 양(+)이고, 반(밥)은 음(-)인 음식인데 양 위치에 음 음식을 차린다는 식이고, 우(右)는 위치음양으로 음(-)이고, 갱(국)은 양(+) 음식인데 음 위치에 양 음식을 놓으라는 꼴이니 있을 수 없는 표현이니 ‘갱동반서(羹東飯西, 국은 동쪽, 밥은 서쪽에 놓는다)’라는 표현을 쓰면 갱(+)동(+)반(-)서(-)로 표시되니 음양일치에 어긋나지 않는다.

 음양오행 중 화(火)가 되는 2행에는 불에 직접 구은 적이나 전이 차려지며, 양이니 홀수로 진설된다. 어동육서와 두동미서, 적전중앙 등이 2행을 진설하는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음양오행 중 화(火)가 되는 2행에는 불에 직접 구은 적이나 전이 차려지며, 양이니 홀수로 진설된다. 어동육서와 두동미서, 적전중앙 등이 2행을 진설하는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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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줄에는 전(煎)과 적(炙)이 차려졌는데 전이란 파전 등에서 알 수 있듯 지진(부침)음식을 말하고, 적이란 구이를 말한다. 둘째 줄을 진설하는 기준으로 ‘어동육서’와 ‘두동미서’ ‘적전중앙’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어동육서(魚東肉西)는 물고기는 동쪽에, 육지고기는 서쪽에 차리라는 말이다. 어떤 이유로 생선은 동쪽에 차리고, 육지고기는 서쪽에 차리라고 했을까? 음양으로 말할 때 땅(육지)은 음이고, 물이 있는 바다나 강은 양이다. 그러니 음인 육지에서 생산되는 고기는 음으로 보는 것이고, 양인 물에서 얻은 생선은 양으로 봐 양인 물고기는 양 방향인 동쪽에, 음인 육지고기는 음 방향인 서쪽에 차리라는 것이다.

음식들을 산지음양에 따라 조화롭게 차리되 머리와 꼬리조차도 구분하여 양에 해당하는 머리분분은 양 방향인 동쪽이 되도록, 음에 해당하는 꼬리는 음 방향인 서쪽으로 가도록 차리라고 하였으니 제상 차리기야 말로 음양의 세부도 이기도하다.

둘째 줄에 차려지는 전과 적을 산지에 따라 구분해 보면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소와 같은 짐승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기 등을 재료로 하여 지지거나 굽는 육전(肉煎)이나 육적(肉炙), 집에서 기르는 닭이나 농사 지은 두부를 지지거나 굽는 계적(鷄炙)이나 소적(素炙),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생선들을 지지거나 굽는 어전(魚煎)이나 어적(魚炙)으로 되어있다.

전과 적이 차려지는 위치 역시 음양에 따르는데, 땅은 음이고 물(바다)은 양이니 음인 땅 중에서도 강음에 속하는 산이나 들짐승에 해당하는 소고기 음식들은 음 방향인 서쪽에 놓고, 양인 물에서 생산되는 생선을 재료로 한 전(煎)이나 적(炙)은 양방향인 동쪽(오른쪽)에 진설하며, 집에서 기르거나 농사지은 재료로 만든 음식(전이나 적)은 이들의 중간지점인 중앙에 놓으면 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런 음식들을 진설할 때 서방(음)으로부터 산야가해(山野家海) 순서로 차리면 자연스레 음양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3행은 음도 양도 아닌 중으로 토(土)에 해당하니 진설되는 제수들도 음양이 혼합된 음식이다. 오행으로는 중인 토지만 동서로는 어동육서가 적용되었다.
 3행은 음도 양도 아닌 중으로 토(土)에 해당하니 진설되는 제수들도 음양이 혼합된 음식이다. 오행으로는 중인 토지만 동서로는 어동육서가 적용되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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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오행 중 토(土)에 해당하는 셋째 줄에는 탕(찌개)이 차려지며, 셋째 줄에 역시 ‘어동육서’를 기준으로 하여 음양이 가름된다. 음양오행을 말할 때 이미 말했듯 토(土)는 음양이 어우러진 중(中)이니 셋째 줄은 오행의 분류에서 음도 양도 아닌 중(中)이다. 음에 해당하는 재료들과 양에 해당하는 재료들이 함께 조리됨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진 음식이 탕(찌개)임을 알 수 있다.

토(土) 행에 차려지는 탕들도 산지 음양에 따라 어동육서로 구분되니,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소고기 등을 넣어 끓인 육탕은 음인 왼쪽(서쪽)에 진설하고,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넣어 끓인 어탕은 양 음식이니 방위음양에서 양인 동쪽(오른쪽)에 진설한다.

그리고 음양의 조화에서 육탕과 어탕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소탕(집에서 농사를 지은 두부를 넣어 끓이는 찌개)나 계탕(집에서 기른 닭고기를 넣어 끓이는 찌개)은 중앙에 진설하였으니 제상가운데 차려지는 소탕은 음양오행 중의 중이며, 산지음양중의 중이니 사람의 근본과 중점은 가정에 있음을 의미하는듯하다. 

 음양오행 중 목(木)에 해당하는 4행은 양이니 각처에서 생산되는 나물들이 홀수로 차려진다. 좌포우해(해동포서), 건좌습우(한난조습), 두동미서 등에 해당되는 줄이다.
 음양오행 중 목(木)에 해당하는 4행은 양이니 각처에서 생산되는 나물들이 홀수로 차려진다. 좌포우해(해동포서), 건좌습우(한난조습), 두동미서 등에 해당되는 줄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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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줄은 음양오행의 목(木)인 양(陽)이며, 나물이나 김치류가 진설된다. 이 넷째 줄을 진설할 때 좌포우해(혜)나 건좌습우, 생동숙서, 두동미서 등이 기준으로 이야기 되고 있으나 '한난조습'도 알아야 한다.

다시 한 번 '좌포우해(혜)'와 '건좌습우라'는 표현이 타당한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음양을 따지지 않고 ‘고기를 저미어 말린 포는 제상 왼쪽에, 습한 상태인 해는 제상 오른쪽에 차린다’는 수단적 표현으로써는 써도 될지 모르지만 제상 차라기의 기본인 음양을 기준으로 할 때는 적절치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힌다.

좌(左)는 위치음양으로 양(+)이고, 포(脯)는 음(-)인 음식인데 좌포우혜란 양(+) 위치에 음(-) 음식을 차린다는 식이고, 해(젓갈이나 식혜)는 양(+) 식품인데 음(-) 위치에 양(+) 음식을 놓으라는 꼴이니 있을 수 없는 표현이니 ‘해동포서(海東脯西, 자반은 동쪽, 포는 서쪽에 놓는다)’라는 표현을 쓰면 해(+), 동(+), 포(-), 서(-)로 음양표기에서 충돌이 생기지 않으며, 건좌습우 또한 마찬가지니 습동건서로 사용하면 음양충돌이 생기지 않는다.

줄 제일 왼쪽에 포와 김과 같은 마른나물을 놓고, 중간에 나물종류 그리고 제일 오른쪽에 조기나 굴비 같은 젓갈류나 식혜를 놓았다. 여기서는 어떤 근거로 마른 고기인 포를 서쪽에, 습기가 있는 굴비를 동쪽에 놓으라고 하였을까? 이에 대한 설명은 건좌습우라는 말이 나올 수 있었던 근거로 생각되는 ‘한난조습(寒暖燥濕)’으로 설명 할 수 있다.

즉, 따뜻하거나(난) 마른(조)것은 음이며, 차고(한) 젖은(습) 것은 양이라는 온습음양의 구분에 따라, 말라서 음이 되는 포는 음 방향인 서쪽에, 촉촉하게 습기를 머금고 있어 양인 자반(조기 등)종류는 양 방향인 동쪽에 진설하는 것이다.

가운데 차려지는 나물종류는 익힌 것은 음인 서쪽에, 생것은 양인 동쪽에 진설하며, 익힌 것 중에서도 산지에 따라 산에서 얻을 수 있는 산채(도라지나 고사리 같은 산나물), 산과 바다의 중간지인 집에서 얻을 있는 가채(무, 숙주, 콩나물 같은 집나물), 양지인 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채(미역과 같은 바다나물)를 산지음양에 따라 조화롭게 진설하고, 색깔 음양에 따라 오방색 중 동방색인 청채(미나리, 시금치와 같은 파란색 나물)와 침채(김치나 물김치)등을 동쪽으로 진설하면 된다. 

'조과동천실서'와 색깔음양 '홍동백서'

다섯 번째 줄에는 과일을 차리는 데 과일은 음양오행에서 금(金)에 해당하며 음에 속한다. 참사자의 입장이라면 제상 제일 앞쪽에 차려지는 게 과일 줄이고, 눈에 제일 잘 띠는 곳이라서 그런지 제상 차리기에서 말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5행으로,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시이(棗栗柿梨), 조과동천실서(造果東天實西)라는 말들이 다 여기서 등장한다.

 음양오행 중 금(金)인 5행은 음이니 실과나 과자가 짝수(목기 수)로 차려진다. 홍동백서, 조과동천실서, 조율이시 등이 5행에서 나온 말이다.
 음양오행 중 금(金)인 5행은 음이니 실과나 과자가 짝수(목기 수)로 차려진다. 홍동백서, 조과동천실서, 조율이시 등이 5행에서 나온 말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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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한다면 만든 과자류(조과)는 동쪽(제상 오른쪽)에, 자연에서 수확하는 실과는 서쪽에 진설하는 '조과동천실서'로 조과와 천실의 질서를 잡고. 이렇게 분류된 조과와 천실 중에서 홍동백서를 따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조과가 천실 보다 양으로 취급되는 것은 조과는 제조과정에서 열기나 양기를 가두기 때문에 천실(자연과일)보다 양으로 취급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다식, 산자, 강정, 약과와 같은 조과는 동쪽에 차리고 자연실과는 조과보다는 서쪽에 차리되 색깔 음양에 따라 동쪽에 붉은색 과일을 서쪽에 흰색과일을 진설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진설도)에서 제일 동쪽에 마른대추와 감(곶감)을 진설 한 것은 마른대추나 곶감은 천실이지만 조과처럼 말리는 과정에서 열이나 양기를 가두었을 뿐 아니라 색깔음양으로도 양인 붉은색 실과이기 때문에 제일 양이 된 것이다. 풋대추이거나 생감을 진설하는 경우라면 조과 서쪽으로 차려지는 게 당연하다. 

조율시이를 들어 서쪽으로부터 대추, 밤, 감, 배를 진설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보다는 대추, 밤, 감, 배를 동쪽으로부터 진설하는 것이 색깔음양인 홍동백서와 일치하니 음양에 따른 진설이라 할 수 있겠다. 껍질을 벗긴 밤은 흰색일 뿐 아니라 껍질이 벗겨짐으로 음이 되니 제상 왼쪽에 차리면 된다.

어떤 이는 밤 율(栗)자가 서녘서(西)와 나무 목(木)으로 이루어진 글씨니 서쪽에 차려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지만 우연의 일치로 밤 율자는 그렇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것들은 일관성 있는 설명이 될 수 없기에 옳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제상은 산해진미의 음식을 음양오행으로 조화롭게 차린 정성스런 진수성찬

다시 말하지만 '가가례'라 할 만큼 각양각색인 제상 차리기를 말하는 것은 오지랖 넓이를 넘어 남의 가정사에 끼어드는 결례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가례라는 명분아래 이유도 뜻도 모르는 제상 차리기가 구습처럼 전해지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걱정이며 안타까움이다.  

 잘 차려진 제상은 산해진미를 음행오행으로 조화롭게 차린 정성의 진수성찬이다. 그림중 제일 앞쪽에 있는 모사기와 퇴주기는 향로, 향합과는 단을 달리한다.
 잘 차려진 제상은 산해진미를 음행오행으로 조화롭게 차린 정성의 진수성찬이다. 그림중 제일 앞쪽에 있는 모사기와 퇴주기는 향로, 향합과는 단을 달리한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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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야 어땠는지 모르지만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한 마리에 몇 만원을 호가하는 굴비를 꼭 써야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아니고, 산해진미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부담 가는 제상을 차려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지역별 생산물이 다르고, 가문별 내력이나 가풍이 다르니 획일적인 제상 차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기본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제상에 들어있는 의미를 제대로 안다면 형편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간소화(음식수 줄이기) 하거나 생략하는 것도 있을 수 있으나, 근본도 알지 못하면서 우선 당장의 편리성과 입장만을 생각해 대충대충 생략하고 건성으로 한다면 그건 조상을 기리는 후손으로서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상 차리기의 기준은 뒤죽박죽하지 않는 음양질서, 일관성 있는 설명이 가능한 상차림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잘 차려진 제상은 ‘산해진미의 음식이 삼라만상과 조화를 이루는 음양오행으로 정성스레 차려진 진수성찬’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 글이 길어서 지루 할 수도 있지만 차분하게 읽으면 제상을 이해하거나 차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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